AFC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E조 예선을 1위로 통과한 성남과 G조 예선 2위인 감바 오사카가 만나는 챔피언스리그 16강전의 현장, 탄천종합운동장.

전반 초반, 감바오사카가 J리그 팀 답게 매끄러운 패스 플레이를 하고 성남은 빠르게 받아쳤기에 경기는 굉장히 스피디하게 진행됐다.
전반전 내내 성남이 몰아붙였으나 수비수 사이의 라돈치치만 바라보고 날리는 크로스가 부정확하거나 제대로 결정이 안됐고, 최근 3일 간격으로 이어진 출전에 따른 체력 부담 때문인지 개인 기술이 뛰어난 몰리나와 파브리시오가 감바의 최종 수비수 사이를 돌파하지 못해 득점에 계속 실패하였다.
오히려 간간히 감바 오사카의 역습이 있었으나 훌륭한 두 센터백 – ‘넘사벽’ 사샤와 조병국 – 이 잘 막아냈다.
후반전이 시작되면서 감바오사카의 공격 일변도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다행히 두 센터백이 공격을 적절히 차단하여 위기를 넘겼고, 골키퍼 정성룡은 오프사이드로 판정된 감바오사카 공격진의 슛도 완벽히 막아낼 정도로 선방을 펼쳤다.
감바오사카의 점유율은 계속 높아지는 상황, 선제골을 넣지 못하면 무한히 밀리는 성남이란 걸 알기에 불안한 마음이 점점 커갔다.
밀리는 미들의 강화를 위해 파브리시오를 빼고 김철호를 투입하면서 경기 전개 양상이 변했다. 전반전에 빠르게 왼쪽에서 움직이던 홍철 대신 들어온 송호영이 공격을 풀어내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수비측에 있어 마음에 안드는 순간 그가 한건 했다. 송호영의 낮게 깔리는 크로스를 골대 앞에서 잡으려던 몰리나가 오사카 선수에게 태클을 당해 페널티킥을 얻은 것이다.
지난 경남전 종료직전에 몰리나가 페널티킥을 못넣었던 장면이 떠올라 굉장히 불안했지만 페널티킥은 성공! 후반 25분 정도였다. 1:0으로 성남이 앞서기 시작했다.
한골을 넣고 완전 다시 살아난 성남은 송호영이 라돈의 절묘한 패스를 받아 골대 앞에서 수비수 사이로 두번째 골을 성공시켜 리드를 2점차로 벌렸다.
그리고 경기종료직전, 성남은 페널티에어리어 우측 바깥에서 프리킥 기회를 잡았다. 몰리나가 왼발로 감아 찰 적절한 위치라 골을 기대했는데, 기대에 부응한 몰리나의 그림같은 프리킥 골로 3:0이 됐다.
결국 경기는 3:0으로 경기 종료. 성남 8강 진출 확정!
결과만 놓고 보면 성남의 압승으로 보이지만 내용 면에선 60분 동안은 두 팀이 대등하게 경기를 해 긴장감이 높았다. 지면 탈락하는 단판 승부였기에 긴장감과 불안감이 더 했고.
두 골을 넣은 몰리나도 빛났지만 난 라돈치치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었다.
골은 못 넣었지만 전방은 물론 미들까지 내려와 헤딩 따내고, 수비 열심히 하고, 게다가 큰 키에 어울리지 않게 발재간도 훌륭해 감바 오사카 선수들을 쉽게 제치고 나가는 모습이 작년보다 훨씬 낫다.
광란의 5월초의 리그 일정과 챔피언스 리그를 소화해 낸 성남의 모든 선수들과 뛰어난 용병술을 보인 신태용 감독, 모두 참 장하다.
이날, 동원이 됐는지 중고등학생들이 관중석을 많이 채워줬다.
특히 여고생들의 응원이 대단했는데 예전 농구장에서 이상민, 문경은, 우지원 같은 연대 선수들이 입장할 때 들을 수 있었던 하이톤의 비명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색다른 분위기였다.
전반전 끝나고 휴식 시간에 흘러나오던 댄스곡에 호응도 잘하고. 그라운드 조명좀 어둡게 하고 핀 조명을 관중석에 쏴 주면 더 광란의 분위기가 됐을 듯.
아… 이때 몸푸는 후보 선수들 때문에 불 못끄나?
그런데 의도적인건진 모르겠지만 남학생은 E석 (위 사진의 하단)에 여학생은 N석 (위 사진의 우측상단)에 분리해 앉았다.
같이 섞어 앉았다면 남녀학생 사이에서 화학 반응이 일어나 훨씬 더 뜨겁게 응원을 하지 않았을까? ㅎㅎ
하여튼, 오랜만에 축구장에 갔는데 좋은 결과 얻어 기쁘다.
탄천종합운동장
성남 일화 3:0 감바 오사카
PS: AFC 챔피언스리그 8강 티켓 중, 동아시아+호주의 클럽에게 주어진 최종 4장의 티켓 모두를 대한민국 클럽팀이 거머쥐었다. 대단하다, 대한민국 축구팀. 성남을 포함한 수원, 전남, 포항에게도 축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