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헌터 이기중의 유럽맥주 견문록

“뭔 술을 공부해서까지 마셔?”

몇년 전, 회사 와인 모임에 가던 날 보고 부장님이 하시던 말씀. 와인이 뭘 알아야 마시는 술이란 인식이 강해서 한 질문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맥주 등의 술은 공부를 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담긴 말이다.

하지만 세상에 원래 어렵고 원래 쉬운게 어디있겠는가. 뭐든 알고보면 어려운 점도 있고, 그걸 공부하거나 무시하면 쉬워 보이는 것이지. 예를 들어 양주만 해도 알려고만 하면 얼마나 공부할게 많은가. 그런거 다 무시하고 그냥 맥주에 부어 마시니 쉬워보이는 것일 뿐. –-;; 가장 대중적인 술인 맥주도 마찬가지. 맥주 맛이 왜 다른지, 유형별 맥주의 특징이 무엇인지, 공부할 것 투성이다.

비어헌터 이기중의 유럽맥주 견문록은 유럽 맥주를 다룬 책으로 딸이랑 송파어린이도서관 — 에 갔다가 발견한 보석같은 책이다. 이런 책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어린이도서관에서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을 못했지 – 이전에 송파어린이도서관에 대해서 쓸 때도 적었지만 어린이 도서관에 어린이 책만 있는 게 아니다. 딸 동화책과 함께 얼른 대출해왔다.

이 책은 저자가 맥주만을 위해 다녀온 50일간의 유럽 여행을 다룬 책, 즉 맥주순례기다. 관심 분야(?)라 그런지 슉슉 잘 익혀져 금방 다 읽었다. 저자의 맥주에 대한 풍부한 지식이 감탄스럽다. 뛰어난 문장력으로 독자를 매혹시키는 책은 아니다. 문체나 구성에 군더더기도 보이고 미숙한 면도 보인다.

이 책의 미덕은 우리가 잘 모르고 있던 신비한 맥주 이야기를 편안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맥주백과사전처럼 맥주를 정확히 정의하고 칼 같이 분류하는 형식이라면 딱딱했을 내용을 맥주 카페(혹은 펍)와 양조장에 대한 여행기처럼 풀어 좀 더 부드럽게 읽힌다. 방문 도시마다 지역 맥주 소개가 이어질 때는 머리가 아플 때도 있지만 – 그럴 땐 대충 대충 읽고 패스! 😉

읽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맥주가 땡긴다. 그 뿐 아니라 유럽 현지에 가서 생맥주를 들이키고 싶은 마음이 들게하는 책이다. 맥주에 대한 레퍼런스로 둬도 좋겠다. 흥미로운 책이다.

맥주를 공부해서까지 마시고 싶지 않으신 분은 공부 안하면 되겠다. 맥주던 와인이던 그냥 마셔버리면 되는거다. 아래 사진처럼 -_-;;

2000년의 어느 날, 학교 앞 맥주집
남자라면 저렇게 각자 2000cc 피쳐 정도는 들고 마셔줘야지. 10년전 사진으로 여기 있는 사람들 지금은 거의 다 박사 –;;

하지만 그렇게 술을 마시다보면 어느 순간 “캔이나 병맥주랑 생맥주의 차이는 뭘까?”같은 사소한 것부터 의문이 시작될 것이다. 공부는 그때 하면 된다.

끝으로 마음에 드는 저자의 생각 한 조각: 시장이 맥주의 가장 좋은 안주다. 올레!

아래는 울 집에 있는 맥주잔들이다. 맥주마다 어울리는 전용잔이 있고 거기에 마실 때 최적의 맛을 낸다고 한다. 레뻬, 기네스, 호가든은 전용잔이 맞는데 밀러와 하이네켄은 아무 글래스에 상표만 찍어놓은 것 같음

Beer glas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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