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본지 꽤 돼서 잘 기억이 안나는 상태이지만 짧은 기억이나마 기록차 적어둔다.
영국 유학에서 돌아온 조정은의 무대 복귀작으로 사실 조정은씨 아니었으면 볼 생각이 없었던 공연이다. 영단어로 된 개성없는 제목에 전혀 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목만 듣고 새로운 창작 뮤지컬이라고 생각했다.
1987년에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시작해 이듬해 브로드웨이로 옮겨간 작품으로 로맨스란 공통된 주제 외에는 전혀 관련이 없는 뮤지컬 두 편(“The Little Comedy”와 “Summer Share”)을 1막과 2막으로 나눠 보여준다 (via Wikipedia). 짧은 단편 여러 개를 묶은 옴니버스식 공연을 별로 안좋아하지만 이 공연은 각 이야기의 길이가 길었고 하나의 작품으로써의 완전성을 보여줬기 때문에 꽤 즐겁게 봤다.
첫 이야기인 The Little Comedy는 제목 그대로 코미디다. 두 남녀의 말랑말랑한 연애 내용이 유쾌하기 때문에 부담없이 웃으며 볼 수 있었다. 변화가 적은 작은 무대에 달랑 4명의 배우가 등장했지만 소극장 공연의 느낌이 별로 들지 않았던 건 프로젝터를 통해서 적절하게 변하는 배경 영상 덕분일 것이다. 최근작 ‘퀴즈쇼’나 ‘영웅’에서 봤듯이 빔프로젝터는 배경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데 필수 장치가 되고 있는 것 같다. 남자 주인공 역을 맡은 최재웅씨를 처음 봤는데 오상진 아나운서를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얼굴 큰 오상진 아나운서
두번째 이야기인 2막 “Summer Share”는 1막과 분위기가 확 다르다. 시대적 배경이 현대로 옮겨왔고 코미디를 많이 걷어 낸 진지한 내용이다. 19세기 배경에 어울리는 클래식한 1막 넘버들과 달리 2막의 음악은 팝에 가깝다. 1막의 곡을 잘 소화한 조정은씨는 2막에서는 팝 스타일 넘버를 팝스럽게 굉장히 잘 소화하더라. 능수능란하게 변신을 하는 배우란 생각을 했다.
1막에서도 대사가 많았지만 2막에서는 더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극중에서도, 실제로도 오랜 친구 사이인 최재웅씨와 조정은씨가 결혼 생활을 주제로 줄기차게 대화를 나눈다. 어느 정도까진 재미있게 들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지치더라. 그래서 그냥 예쁜 조정은씨만 쳐다봤다. 근데 함께 본 울 와이프도 조정은씨 옷만 봤단다. 니트 재질의 긴 연두색 가디건이 우리 부부의 기억에 뚜렷히 남아있다. -_-;
아, 그리고 예상 외로 무척 작았던 이율씨의 배역, 이전 작품인 중규모의 뮤지컬 퀴즈쇼에서 주연을 맡았다는 걸 감안하면 좀 더 뜻밖이다.
이 공연, 음악 자체도 괜찮지만 듀엣 곡이 많은 것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내가 솔로곡보다는 이중창이나 삼중창 곡을 좋아하기 때문에. 조정은씨의 매력을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공연 홈페이지: http://www.romanceromance.co.kr
배우: 최재웅, 조정은, 이율, 김수영
201년 3월 23일 오후 8시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 1관 R석 1층A-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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