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내내 관객 없이 진행하는 드레스 리허설을 보는 것 같았다. 막이 내려올 때를 제외하곤 박수가 안나왔고 극장(올림픽공원 하나금융아트홀)의 문제인지 소리가 울려 빈 극장에 앉아있는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홍길동이란 제목을 들었을 때 상상했던 내용은 홍길동의 신출귀몰함과 호쾌한 액션 위주의 작품이었지만 이 작품은 연산군의 폭압정치 하에서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화도 제대로 못내며 핍박받는 민초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요새 말로 하면 언론 자유가 없는 독재국가의 독재자에 대항하여 분연히 떨쳐 일어난 홍길동의 이야기. 이런 류의 소재가 뮤지컬에 부적합하지는 않지만 이야기가 밋밋하게 진행된 탓에 지루하게 느껴졌다. 공연에서 노래가 끝나도, 농담이 나와도 관객의 반응이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혹은 반대로 관객의 반응이 없었기 때문에 공연이 더 지루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다. TV의 코미디나 시트콤에서 웃음소리를 더빙해서 방송하는 이유도 다른 사람들이 반응을 보일 때 자기 자신도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목소리가 고왔던 여자주인공 김정현씨 정도가 기억에 남는다. 또 하나의 창작 코미디 뮤지컬이 나오지 않은 것엔 박수를 보내지만 40여명에 달하는 많은 출연 배우와 규모있는 세트에 비해 아쉬움이 많은 공연이었다.
공연 후 극장을 나서면서 ‘돈을 많이 들인 티가 나는데 퀄리티나 재미는 그 만큼 안나왔구나. 정부보조금 같은 눈먼돈이라도 생겨서 만든 작품인가?‘란 생각이 들었다. 작품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지자체(장성군)가 공동제작한 작품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도 스폰서 리스트에 들어있다. 뭐 여기 돈이 눈먼돈이란 얘기는 아니고… 참고로 전남 장성군은 소설 속의 인물이었지만 현존했다고 하는 홍길동의 출신지이기 때문에 다양한 홍길동 관련 행사를 하고 있는 지자체다.
주인공 역에 수퍼주니어의 예성과 성민을 포함한 4명의 배우를 쿼드러플 캐스팅했다. 티켓 가격이 고가(12만원 ~ 2.7만원)지만 이 둘의 공연일에는 거의 매진이 되겠지. 슈퍼주니어의 팬이라면 모를까, 공연에 비해 티켓값이 아주 비싸다고 느껴진다. 내가 관람한 날은 조범준 배우가 주연인 날이었는데 좌석이 많이 비었었다. 제작자도 예상했던 일이겠지? 슈퍼주니어 공연일 수입으로 다른 날 비용을 메꾸고 있지 않을까란게 내 개인적인 추측. 행여나 이 추측이 맞다면 이런 비지니스 환경을 개선시킬 좋은 방법이 없을지도 궁금하다.
스탭
- 극본/연출: 김승원
- 작곡: 이해관
- 작사/조연출: 최경아
- 각색: 박진우
이벤트로 받은 초대권의 좌석은 3열이었다. 가능한 앞쪽 좌석을 선호하는 사람으로써 좌석에는 완전 만족했다.
2010년 3월 26일 오후 8시
우리금용아트홀 R석 1층 B구역 3열 19번
하나은행 초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