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추억을 먹고 산다던가?
‘낮잠’은 고등학교 시절 마음 속으로만 흠모하던 여학생을 나이가 들어 노인요양기관에서 만난 한 사람의 이야기다. 추억 속에서만 존재하던 여학생이 이제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로 눈 앞에 나타나자, 잊었다고 생각했던 사랑이 기억으로 돌아와 이 할아버지의 가슴은 뛰기 시작한다.
감독 무대로 오다
‘감독 무대로 오다’란 시리즈가 있나보다. ‘낮잠’은 이 시리즈의 2탄으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로 잘 알려진 허진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연극처럼 무겁지 않아 영화를 보듯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었다. 영화 ‘봄날은 간다’의 감성이 있는 작품으로 연극을 처음 보는 사람도 지루하지 않게 무리하지 않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중간 중간 집어넣은 폭소 코드와 더불어 담담하게 진행되는 이야기에 연극은 취향이 아닌 나도 즐겁게 관람할 수 있었으니깐.
영화 감독이 연출을 했다는 선입견 때문일까? 연극치곤 영화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연극에 어울리지 않게 지나치게 많은 배경 전환에 암전이 너무 잦은 건 큰 문제. 좀 오버해서 말하면 공연의 20%는 암전이었는 듯 –; 불이 다 꺼진 상태에서도 잔잔하게 음악이 흘러 뻘쭘함은 없었지만 지루했으며 무대장치들 옮기는 소리는 듣기에 불편했다.
반가운 배우
서지영씨. 1998년 뮤지컬 드라큐라에서 처음 만났던 배우. 그 때만 해도 20대 후반이었는데 이제는 나이 40이 거의 다 되어 (나보다 1~2살 정도 많은 걸로 안다) 노인 역을 맡는구나. 2002년에 풋루스 공연에서 본 후 처음으로 무대에서 보는 것 같다. 분장이 그럴 듯 했는지 정말 곱게 늙은 할머니의 모습이 나오더라. (아니면 실제로 곱게 늙으신 걸까? –;;) 오랜만에 보는 서지영씨 목소리로 노래나 들었으면 좋겠다는 허황된 생각 (뮤지컬이 아니라 연극이니깐)을 했는데, 예상 외로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ㅎㅎ (공연 본 사람은 왜 웃는지 알거다.)
주인공 역이 트리플 캐스팅 (이영하, 김창완, 오광록)인데 내가 본 공연은 오광록씨 공연. TV에서 몇 번 본 분, 털털하게 연기 잘 하시더라. 조연인 박수영, 이지혜씨 연기도 맛깔났다. 어린 여학생 역을 맡은 이세나 씨는 키도 훤칠하고 얼굴도 착해 연극 보는 재미를 더해줬다. -_-;;; 이 공연에 남학생 역이 있는데 내가 본 공연에서는 이주승 배우가 나왔고 다른 날은 슈퍼주니어의 김기범 군이 나온단다. 그 작은 백암아트홀이 우상을 향한 팬심으로 가득차는 광경이 재미있을 것 같다.
초대권은 2장 얻었는데 혼자 갔다. 혼자 가서였는지 최고로 좋은 낱좌석 티켓을 받았다. 제일 앞 줄의 정중앙. 뮤지컬도 그렇지만 연극도 무대 가까이에서 보는게 최고인 듯.
내가 연극에 대해 잘 모르지만 꽤 잘 나온 공연이라 생각한다.
재미있게 봤으니깐.
아내랑 같이 봤으면 더 좋았을 껄.
백암아트홀
2010년 2월 3일 수요일 오후 8시
R석 1층 B열 14번, 여성중앙 이벤트 초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