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티켓을 준다는데 혹해 신청했던 퀴즈쇼 서포터즈. 덜컥 뽑히고 나서 이 뮤지컬에 대해 뭔가 알아야겠단 생각이 들어 뮤지컬의 원작인 김영하의 소설 퀴즈쇼를 찾아 읽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20대의 이민수로 그의 하나뿐인 혈육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할머니의 빚 때문에 유일한 재산인 집을 뺏긴 채 좁은 고시원 방에서 생활하기 시작하지만 대학원까지 졸업한 민수는 딱히 할 일을 못찾는다. 좋게 말하면 순수하고 나쁘게 말하면 비전이 없는 헛똑똑이인 민수는 인터넷 퀴즈 대화방에서 퀴즈나 풀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우연히 퀴즈를 푸는 회사에 취직하여 합숙 생활을 시작하게 되지만 결국 아무 것도 손에 쥐지 못한 채 돌아온다는 줄거리.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하자면 ‘루저(loser)‘라고 할까? ^^

소설은 재미는 있었지만 뒷마무리가 깔끔하지 않은 느낌이었고,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듯한 배경때문에 소설을 읽고 나서 ‘도대체 어떻게 이 내용을 뮤지컬로 만들겠다는거야?’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이 소설이 현재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젊은이의 이야기란 것에 생각이 다다르자 이번 공연은 조나단 라슨 (Jonathan Larson)의 렌트 (Rent) 같은 느낌의 작품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잘 알려진대로 뮤지컬 렌트는 에이즈나 마약 같은, 작가와 동시대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고뇌를 강렬한 락음악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뮤지컬 렌트
“우리는 단군 이래 가장 많이 공부하고, 제일 똑똑하고, 외국어에도 능통하고, (…) 토익 점수는 세계 최고 수준이고 (…)
독서량도 우리 윗세대와 비하면 엄청나게 많아. 우리 부모 세대에는 저 중에서 단 하나만 잘해도, 아니 비슷하게 하기만 해도
평생을 먹고살 수 있었어. 그런데 왜 지금 우리는 다 놀고 있는 거야? 도대체 우리가 뭘 잘못한 거지?”
소설 속에 나오는 대화처럼 만만치 않은 요즘 젊은이들의 삶,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민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다만 마무리가 약했던 소설과는 달리 희망이란 강렬한 메시지를 젊은이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공연이면 좋겠다는게 내 개인적인 바람이다.
이 진지한 삶의 메시지와 소설에서 나온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인 상황들이 새로운 창작 뮤지컬인 퀴즈쇼에서 어떻게 표현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