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가격으로 초대권을 구할 수 있게되어 급하게 보게 된 공연. 사실 큰 기대는 안 했는데 무척이나 코믹스럽고 사랑스러운 공연이었다.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는 공연이랄까?
공연 레코딩은 들어본 적도 없고 이 공연 또한 처음 보지만, 엘비스 프레슬리의 명곡들을 바탕으로 한 쥬크박스 뮤지컬이기 때문에 많은 곡들이 이미 귀에 익숙하다는 것이 이 공연의 장점 중 하나다.
극의 중심인 주인공 네 쌍, 특히 여배우들의 노래 실력이 탄탄하여 웃는 재미 뿐 아니라 듣는 재미(물론 Jersey Boys같은 듣는 재미와는 좀 다르지만)까지 있다. (2막에 손호영이 한번 옷을 벗어주기 때문에 보는 재미도 있다. ㅎㅎ)
주연배우 손호영, 억양이 없는 대사가 어색하고 가사가 잘 안들리는 것도 아쉽지만 채드 역에 제법 어울린다.
김성기씨. 제 역할을 해주시지만 어느 작품에서나 항상 같은 연기는 좀 지겹다. 공연 내내 정신 멀쩡한 역이지만 술에 만취한것처럼 보여 아쉽다. 그러고 보니 김성기씨가 약간 혀꼬인 소리로 내뱉는 억양이 없는 대사 톤과 호영씨 대사 톤이 유사하다. 혹시 호영군이 성기씨에게 연기 지도를 받았나?
왕브리타씨는 작년 뮤지컬대상의 헤어스프레이 공언에서 처음 봤는데 그 때도 참으로 인상적이었던 배우였다. 난 이런 또렷 또렷한 목소리가 참 좋다. 이 공연에서도 제 역할 톡톡히 해주며 관록의 이정화씨와 맞짱을 뜨는 씬에서도 부족함이 없었다.
박물관장 역의 구원영씨. 이 작품에서 내 눈에 가장 띄는 캐릭터이자 배우. 오버하는 캐릭터임에도 굉장히 사랑스럽다.
박준면씨. 이 노래 잘하는 배우가 혹시 노래가 없을까 걱정했는데 중간에 한번 터뜨려주신다. 악역임에도 제대로 코믹 캐릭터를 살려주었다.
1막 마지막 곡인 “Can’t help falling in love with you”. 올 초 노래모임 공연에서 불렀던 곡이라 더욱 더 관심이 간 곡. 마침 함께 공연을 본 친구들이 같이 공연을 했던 노래모임 사람들이라 더 의미가 있었다. 극 중에선 이 곡을 부르는 상황이 우리가 생각했던 분위기와는 좀 달랐지만 정말 훌륭한 곡이다. 우리끼리는 ‘우리보다 쬐금 더 잘하네‘라고 건방지게 말했다. ㅎㅎㅎ
이 작품이 미국에선 그리 크게 성공하지는 않은 걸로 아는데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2005년 브로드웨이에서 7개월간 공연) 코믹한 내용과 귀에 익숙한 음악을 선호하는 한국인 정서엔 꽤나 잘 맞는 것 같다. 진부한 주제인 사랑을 다루지만 또 항상 먹히는게 이 주제 아닌가? 별 생각없이 액션 영화 보듯이 보고 즐기면 되는 신나는 공연이었다.
2009년 9월 17일 저녁 8시 공연
충무아트홀 대극장
S석 2층 1열 33번. 초대권 25,000원에 구입.
배우
– 채드: 손호영
– 나탈리: 박은미
– 실비아: 이정화
– 짐: 김성기
– 마틸다: 박준면
– 산드라: 구원영
– 딘: 하강웅
– 로레인: 왕브리타
– 얼: 이종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