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이었던 점을 먼저 말하자면, 2008년 신상품인 이 작품에서 중간 중간 십몇년 전쯤의 창작 뮤지컬 향기가 났다는 것. 그 당시에 내가 많은 국산 뮤지컬에 대해 갖고 있던 불만은 뜬금없이 시작되는 서로 연관성 없는 밋밋한 넘버들, 세트 움직이느라 길어지는 암전시간과 그 시간을 메우기 위해 흘러나오던 분위기에 안맞는 연주곡, 없느니만 못한 허술한 무대 세트, 유치한 군무였다. 번쩍 번쩍이는 광고로 보나 원작 영화의 (변신 후) 김아중 이미지로 보나, 세련되기 그지없어야 할 이 작품에서 이런 촌스러움이 느껴진다는 것은 예상 외의 실망 포인트.
하지만 ‘미녀는 괴로워’에는 원작 영화를 통해 이미 잘 알려진 대박 넘버 ‘마리아’가 있었다. Cats에서의 ‘Memory’ 와 같은 곡이라고 할까? 작품 전체를 빛내주는 임팩트 있는 한 방! 쥬크박스가 아닌 창작 작품에 귀에 익은 넘버가 있을 수가 없는데 이 공연은 바로 이 킬러 넘버가 있었다. 윤공주씨가 변신에 성공해 이 곡을 시원시원하게 불러제낄 때는 온 몸이 짜릿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쉬움으로 기억되는 씬 몇 개:
공연 후반, ‘제니’의 단독 콘서트 씬. 커튼콜에서는 제대로였던 콘서트 분위기가 막상 이 콘서트 씬에선 안 살아났다. 여기서 강한별이 성형미인임을 고백하는 장면, 윤공주씨의 연기는 좋았지만 관객의 리액션은 정말 콘서트 같지 않더라. ‘괜찮아! 괜찮아!’를 외치고 같이 울고 박수쳐줘야 할 제니의 팬들은 어디에도 없었고 그걸 극장 뒷쪽 자리에서 지켜보는 나는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은 민망함을 느꼈다. 알바라도 좌석 중간 중간에 심어 ‘괜찮아!’를 외치며 분위기를 선동한다면 더 그럴 듯한 분위기가 연출 될 것 같다.
수술 장면. 반의 반으로 줄여도 될 장면. 정말 정말 길더라. 작품에서 가장, 그리고 유일하게 지루했던 장면.
그리고 배우들: 타이틀 롤 강한별 역의 윤공주씨는 빛날 수 밖에 없었다. 작품이 그렇다. 아마 바다도 같은 역을 잘 소화했을 것이고 찬란히 빛났으리라 생각한다. 조연들도 다 좋았다. 솔직히 – 다시 말하자면 – 송창의씨 빼고 다 좋았다. 송창의씨도 아주 나쁘지만은 않았다. 듀엣곡을 너무 마음에 안들게 불러서 그렇지. 나는 뮤지컬에서 듀엣곡을 좋아하는데 이 작품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듀엣곡은 남녀 주인공의 중창곡이 아니라 김성기 – 유정민의 코믹 듀엣곡이었다. ‘지금 이 순간’, ‘둘시네아’가 주르르 나오는곡. ^^; 남녀 주인공인 윤공주 – 송창의 듀엣넘버의 경우 송창의씨의 마이크 볼륨을 키워놔서 윤공주씨 목소리는 잘 들리지도 않았고, 잘 들렸더라도 화음이 안맞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차라리 윤공주씨 마이크 볼륨을 키웠으면 좋으련만.
공연의 짜임새가 부족한 아쉬움도 있었지만 자잘한 재미가 있었던 공연.
(와이프는 성형수술 전의 강한별이 윤공주씨인줄 몰랐다고 한다. 너무 뒷자리 – 19열 – 이라서 그랬나?)
미녀는 괴로워
2009년 1월 28일 저녁 8시
2009년 1월 28일 저녁 8시
충무아트홀 대극장
S석 1층 19열 27번. 인터파크 30% 할인
ps: 보통 인터미션 때 뭐 먹거나 하지 않는데 이날은 1층 카페에서 머핀 등을 사 먹었다. 공연전에 사먹은 것까지 합치면 빵만 만원어치 사먹은 듯. 저녁 식사 후에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