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내고 혼자 놀기

초대권을 얻은 한국뮤지컬대상시상식이 저녁 7시 반에 여의도에서 열리는데 꼭 보러 가고 싶지만 회사 마치고 가기에 애매한 위치와 시간이라 아예 오늘 하루 휴가를 내버렸다. 그런데 오늘 아침, 일정 점검을 위해 PDA폰을 확인하니 시상식은 오늘이 아니라 다음 주 월요일이더라. (다음 주 월요일에도 휴가 내야 하나? ㅠㅠ)

저녁 시간은 비게 됐지만 나머지 시간은 원래 계획했던 일을 실천에 옮겼다. 원래 계획의 1단계는 바로 롯데월드 어드벤처에 혼자 가서 놀기!

연간회원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롯데월드에 가현이랑 같이 가면 타고 싶은 놀이기구를 못 타기 때문에 평일에 혼자서 롯데월드에 가서 놀고 싶었다. 오늘은 평일. 가현이가 놀이학교에 간 오전11시 혼자서 롯데월드로 향했다. 평일 오전이니 텅텅 비었겠지란 기대를 하며. 하지만 이게 웬걸. 롯데월드는 소풍 온 아이들 천지였다. 인기 놀이기구의 줄은 주말 오전보다 더 긴 것 같았고 예약시스템인 ‘매직패스’는 주말과 공휴일이 아니라고 운행을 안하고 있었다.

회사 옆자리 형준대리님이 롯데월드의 최고 어트랙션이라고 추천한 ‘아틀란티스‘를 타기 위해서는 1시간이나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우르르 몰려다니는 중고딩들과 쌍쌍이 다니는 연인들 사이에서 혼자 오랫동안 줄 서서 기다리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런 류의 놀이기구를 언제 마지막으로 탔는지 기억이 안나서 타면서 살짝 겁을 먹었는데 정말 짜릿한 경험이었음. 중간에 잠깐을 제외하곤 정신없이 팍팍 꺽어가며 빠른 속도로 무섭게 달린다. 다른 롤러코스터는 시작할 때나 낙하를 위해 위로 기어올라갈 때는 느리게 움직이는데 아틀란티스는 부스터가 달린 듯 계속 달린다. 주변이 호수라 물로 떨어지는 듯한 기분도 짜릿. ‘고개를 절대 숙이지 말라’는 경고 문구가 있는데 고개를 숙였다간 레일이 팍팍 꺽일 때 안면을 손잡이에 찍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오토바이 타듯이 꾸부정한 자세로 타는 게 바람직한 듯. (같이 탄 어린 애들은 손도 막 놓고 타던데 –-;)

그 다음으로 향한 곳은 자이로드롭. 한 때를 풍미했던 놀이기군데 난 아직까지 한번도 타 본 적이 없다. 그만큼 놀이기구를 타 본지 오래됐다. 다행히 기다리는 사람도 적고 한꺼번에 탈 수 있는 사람 수도 많아 금방 탈 수 있었다. 가현이랑 지나가면서 볼 때는 별거 아니네 싶었는데 줄서서 기다리면서 떨어지는 사람들 보니 정말 괜히 줄 섰다 싶어 되돌아 나가고 싶더라. 4~50초 동안 슬슬 하늘로 올라갈 때의 긴장감, 그 와중에 느껴지는 아름다운 풍경에 대한 (잠깐 동안의) 감탄, 그리고 정상에서의 두근거림. 그리고 꺄악! 하며 낙하. 25층 정도 높이를 3초 동안 떨어진다는데 떨어질 때의 스릴도 잠시였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도 잠시였다.

그리고 또 안타본 다른 것을 타러 다녔는데 하나 같이 사람이 많아서 모두 포기. 몇개 못 탔지만 롯데월드의 대표 어트랙션 두개를 마스터 했다는데 보람을 느낀다.

롯데월드 어드벤쳐를 나올 때 시계를 보니 가현이가 놀이학교에서 돌아올 시간까지는 꽤 남았길래 잠실역 1,2번 출구 사이에 있는 무료 자전거 대여소로 가서 자전거를 빌려 타고 올림픽공원으로 향했다. 송파구에서 운영하는 대여소라 무료로 빌려준다. 올림픽 공원 외곽을 따라 돌다가 성내천으로 빠져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 파크리오 단지를 관통하여 다시 올림픽공원으로 돌아왔다. 평화의 문 뒤에 보니 다인용 자전거를 대여해주는 곳이 있다. 아내랑 가현이와 함께 와서 3인용 자전거 타면 딱 좋을 것 같다. 공원을 반바퀴 정도 돌고 잠실역에서 자전거 반납. 자전거만 있으면 적어도 송파구 내에서는 여러 곳에 다 갈 수 있을 것 같다. 자전거 사고 싶어라. –;

자전가 반납 후 잠실 교보문고를 들러 책을 보는데 강의 없는 날 대학생처럼 빈둥거리는 느낌이 좋더라.  ㅎㅎ.

집에 와서는 가현이와 LEGO 좀 하고 놀다가 소아과에 가서 예방접종 시켰다. 우리 가현이 이제는 다 커서 주사를 양팔에 한 방씩, 총 두방을 맞는데도 하나도 안 울더라. 기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