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요일 출근하는 길, 버스가 잠실운동장을 지날 때 붉은 옷을 입은 무리들, 그리고 약간의 파란 옷을 입은 무리들이 잠실운동장 지하철 역 앞에 우글거리는 것을 보고 고연전이란 걸 알게 됐다.
다음 날인 토요일, 가현이와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인 잠실운동장에 고연전을 보러 가기로 결정.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한 5년 만에 고연전 구경을 가는 것 같다. 적절한 붉은 옷이 없어 2006 d월드컵 붉은악마 티셔츠 “REDS GO TOGETHER”를 맞춰 입고 지하철을 타고 잠실운동장으로 갔다.
우리 때는 고연전 때 티셔츠 같은 걸 팔지 않았는데 이날 가 보니 지하철역 출구 앞에서 다양한 디자인의 학교 티셔츠 (물론 붉은색 아니면 파란색)와 머플러까지 팔고 있었다.
경기장에 들어가니 럭비 경기 중이었다. 양교 학생들의 응원가 소리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컸다. 또 한가지 변하지 않은 건 복잡한 잠실종합운동장의 구조인데, 예전과 마찬가지로 원하는 구역으로 빨리 가기 위해선 담을 뛰어 넘어야 했다. 학생 때는 홀몸이라 담을 쉽게 뛰어넘었지만 이번엔 가현이와 함께 넘어야 해서 난감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나와 같은 처지의 한 여자 분을 만나서 그분이 먼저 담을 넘은 다음에 내가 그분의 아이와 가현이를 차례로 담 위로 넘겨주고, 마지막으로 내가 담을 뛰어 넘어 사태를 해결했다. 목표로 한 교우석에 안착하기 까지 스타디움의 반을 돌아야했다. 가현이는 아빠 따라 다니느라 벌써 지친 상태.

언제나처럼 럭비 규칙은 잘 모른 채 경기를 관람했지만 경기는 흥미진진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10:0으로 연대가 이기고 있어서 고대가 맹추격을 하는 상황. 가현이에게 빨간팀을 응원해야 한다니깐 파란팀은 쿠바냐고 나에게 물었다. 아마 올림픽 야구 결승전을 봤을 때 기억이 떠올랐나보다.가현이는 고대가 득점을 하면 응원단상에서 쏘아올리는 불꽃놀이와 ‘연세 제압’이라고 써 붙이고 저공비행하는 비행선에 잠시 흥미를 느꼈으나 금방 지루해 했다. 그리고 나한테 이 질문 저 질문 하는 것도 지쳐서인지 집에 가자고 보챘다.

결국 럭비 경기 조차 끝까지 못보고 집으로 돌아가기야 했다. 걷기 힘들다고 보채던 가현이가 벤치에 앉아 잠시 쉴 때는 또 까불랑 거리며 춤도 춘다. 아빠 사랑한단다. ㅎㅎ.

지금 경기 결과 확인하니 럭비도 우리가 나올 때의 점수 그대로 종료돼 졌고, 그 이후에 벌어진 축구도 1:0으로 졌다고 한다. 결과가 그렇다니 더운데 더 안있고 집에 일찍 온게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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