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Curran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Jersey Boys의 주말 표는 매진된 상태. 그런데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시야장애석인 첫줄 좌석을 25$에 공연 시작 2시간 전부터 선착순으로 판매한다고 나와 있었다 (이런 좌석을 rush seat이란다). 낮 공연이 2시니 12시부터 티켓을 판다는 얘기. 그래서 원래 세운 계획으로는 11시쯤 가서 줄 서서 티켓을 구입하는 거였다.
그런데 전날 새벽 2시쯤에 잠이 드는 바람에 아침에 10시에 일어났다. 아침은 못먹고 씻고 차 몰고 마구 달려 BART (이 지역 전철) Colma 역에 도착하니 11시쯤. 샌프란시스코 안에선 주차하기가 어려워 주말엔 주차가 무료인 전철 역에 차를 세워둔 후 전철을 타고 샌프란시스코 시내로 들어갔다.

극장에서 가까운 Powell역까지 가서 몇 분 걸어 극장 앞에 도착하니 11시 반. 벌써 20명 정도의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내 바로 앞에 서 있던 아저씨가 150장 정도 판다고 해서 안심했는데 몇십분 후 극장 담당자가 나와서 표가 17장 밖에 없다고 해서 표 구하기에 실패했다.
추운 데서 기다리느라 차가워진 몸을 뎁히려고 원래 가려고 했던 주변의 John’s Grill에 가서 혼자 스테이크를 먹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내일 올까, 다음 주말에 다시 올까 고민을 하다가 저녁 8시 공연의 rush 티켓에 도전을 해야겠다고 결정.
다시 줄을 서야할 4시 반까지 겨우 4시간밖에 남아 있지 않아서 멀리는 가지 못하고 주변의 쇼핑센터에 가서 시간을 보냈다. 극장 앞에 줄 서서 읽을 Perl Hacks란 책도 서점에서 한권 샀다. 서울에서 가져온 책들이 호텔 방에 많은데 안가져온 걸 후회.
4시 좀 넘어 극장 앞에 가니, 벌써 10명 정도 줄을 서 있다. 한 사람당 표를 2갠가까지 살 수 있으므로 어쩌면 난 표를 못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내 뒤에 온 아저씨가 나랑 같은 생각을 했는지 일일이 사람들한테 몇장 살껀지 체크해서 내가 13번째 표를 살 것이란 걸 확인해줬다. 추운 길거리에 서서 사온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는데 4시 반쯤 되니깐 낮 공연 본 사람들이 극장에서 우르르 나왔다. 다들 훌륭한 공연이었다고 칭찬하며 나온다. 줄 서 있는 보람이 좀 더 생겼다.
낮 공연 관람객이 극장을 다 빠져 나간 5시쯤, 극장 측에서 우리를 극장 로비에 들어가서 기다릴 수 있게 해줬다. 취소표를 사려고 기다리는 사람들까지 줄에 합세해 줄은 계속 길어졌고, 그렇게 또 한시간을 보낸 후 마침내 티켓을 얻었다! 같은 체인 극장에서 이번 달 말부터 새로운 뮤지컬 Legally Blonde (동명 영화가 “금발이 너무해”란 제목으로 국내에 소개됐었다)를 공연하는데 그 때는 이렇게 고생스럽게 줄서기 싫어 1/28일 일요일 저녁 프리뷰 공연도 예매해버렸다. 제일 싼 좌석으로.


힘들게 표를 손에 쥐고 나서 근처 태국 국수집에 가서 국수를 먹고 시간을 보내가 위해 극증 맞은 편의 스타벅스에 갔는데 온통 이상한 사람들만 앉아 있어 (노숙자, 머리에 핑크색 리본 묶고 혼자 주절주절 말을 하는 할머니) 결국 커피 들고 근처 패스트푸드 매장에 가서 앉아서 공연 시간까지 시간을 때웠다.
공연은 좋았다. (후기는 별도의 글에…) 프랭키 밸리란 가수와 포시즌스란 그룹에 대한 공연인데 대사를 못알아 듣는 부분도 많고 이들의 음악도 잘 몰랐지만 재미있게 봤다. 잘 만든 공연. 작년에 토니상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단다.
공연 끝나니 10시 반 정도. 밤 길을 걷는게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극장에서 쏟아져 나온 관객들 수만 해도 상당하더라. Powell역까지 걸어 가서 다시 전철 타고 Colma역까지 가서 차 몰고 호텔로 돌아오는데 길을 잘못 들어서 (101번 도로 타고 오려고 했는데 280 도로를 타고 와버렸음)조금 헤맸지만 큰 어려움 없이 호텔에 도착했다. 욕탕에 뜨거운 물 받아놓고 피곤한 몸을 녹이고 잤다. –; 공연이나 식당 얘기는 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