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포루투칼은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 간 것이 아니다. 이베리아반도 중심에 위치한 마드리드까지 온 김에 포루투칼도 한번 방문해보자는 생각으로 간 것. 유럽 대륙에서 쑥 튀어나온 이베리아 반도 끄트머리에 위치한 포루투칼은 이럴 때 아니면 다시 올 기회가 없을 거라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마드리드 Chamartin 역에서 야간 열차를 타고 10시간인가 11시간 만에 도착한 포루투칼의 수도 리스본의 산타 아폴로니아 역. 서유럽 국가 중에선 못사는 편인 포루투칼인지라 역부터 허름하다. (1인당 국민소득 리스트. 한국은 $ 20,400, 포루투칼은$ 19,300, 스페인은 US$25,500, 프랑스는 $29,900)
이 허름함은 역 앞에 대기하고 있던 Benz 택시들도 마찬가지였는데, 20년은 된 듯해보였다. 실제 내가 택시에서 내릴 때 문 아랫부분의 발판 같은걸 툭 건드렸는데 그게 부서져서 난감했었음. -_-;


리스본이라고 불리는 이 도시의 원래 이름은 리스보아(Lisboa)라고 한다. Lisbon은 영어식 표현이라는 듯. 마카오에 있는 카지노로 유명한 호텔 이름이 리스보아인데 여기서 왔나보다.
리스본에 힘들게 야간 기차 타고 왔으니 뭔가 구경은 해야 할텐데 어떻게 구경을 할까 고민하다가 보통 호텔에 프론트데스크에 비치된 시티투어 광고를 보고 시티 투어를 하기로 결정. 그런데 리셉션에 있는 호텔 직원이 우리 일행 세명이 시티 투어를 하는 비용이나 택시를 대여하여 구경 다니는 비용이랑 비슷하다고 택시 대여 관광을 권했다. 그래서 제주도에 신혼 여행 갔을 때나 할 법한 택시 대여 관광을 포루투칼에서 하게 됐다. 물론 택시 기사는 영어를 할 줄 알아 가이드가 가능하다고 했다.
호텔 직원이 택시 기사에게 전화를 하고 30분쯤 후에 나타난 택시 기사. 얼~ 양복까지 쫙 빼입은 노신사다. 밖으로 나가 택시를 탔는데, 헉, 깨끗한 벤츠 S 클래스다. 낡은 택시로 가득찬 도시에서 예상외로 고급차를 타게 된 것이다.
이 기사 아저씨, 젊은 시절 시스템 프로그래머로 일했다고 한다. 우리와 같은 컴퓨터쟁이였던 것이다. 지금은 은퇴하고 택시 기사를 한다는데 아주 바람직한 노후생활 같다. 일행들 모두 컴퓨터로 돈 벌어 나이 들어서는 벤츠 S클래스 몰며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적당히 관광 가이드나 하면서 인생을 즐기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

택시를 타고 이곳 저곳을 다녔는데 같이 가신 분들은 관광에 관심이 없으신 분들이고 피곤하기까지 하였으므로 모든 곳을 대충 대충 보며 지나갔다. 포루투칼에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 곳이 딱 한 곳이 있었으니 바로 리스본의 언덕 위에 있는 성인 성 조르지 성.

리스본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성이라고 하는데 리스본과 바다처럼 넓은 떼쥬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전망을 가진 곳이다. 고요하고 아름다운 리스본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어 좋았던 곳. 드러누워 낮잠을 자고싶었던 곳.


그 다음 목적지는 리스본 교외의 신트라. 이를 위해 리스본 시내를 통과했는데 리스본은 샌프란시스코와 비슷한 이미지의 도시란 느낌을 받았다. 도시에 언덕이 많은 것도 그렇고, 도시 옆에 넓은 바다 (정확히 말하면 리스본 옆은 넓은 강)가 있는 것도 그렇고, 그 넓은 바다를 가로지르는 붉은 현수교가 있다는 것도 그렇고. 또 전차가 다닌다는 점도 리스본과 샌프란시스코의 공통점. 한편 구도심이 좀 허름해 보이는 것은 포루투칼의 영지였던 마카오와도 비슷하다는 느낌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