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라맹코를 보러 가이드북에서 추천한 Corral de la Moreria란 따블라오(플라멩코 공연식당)를 찾아갔다.
찾아갈 때 길을 헤매는 바람에 11시쯤 도착했다. 자리가 없어서 로비에서 한참 서서 기다리며 열려 있는 문틈으로 공연을 봤다. 벽에는 이곳을 방문한 저명한 인물들의 사진이 걸려있는데 엄청난 수다. 나탈리 포트만, 데미 무어, 휴 그랜트, 리차드 기어, 산드라 블록, 말론 브란도, 머라이어 캐리, 프랑크 시나트라, 무하메드 알리, 존 F 케네디, 로날드 레이건, 헤밍웨이 (이 아저씨는 안간 데가 없더라. -_-) 등등등등.
1956년에 오픈한 가게인데, 전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따블라오라고 적어놨다. 마드리드에서 제일 유명하면 세계에서도 제일 유명하겠지. 배낭여행자용 가이드북에서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곳”이라고 했지만 저가 여행을 하는 사람들 대상의 책이라 별로 기대 안했는데 꽤 괜찮은 곳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명인의 사진 앞에 금방 설득을 당한거지. 그래서 제주도 유리네식당 벽에 그렇게 많은 유명인사 싸인을 붙여놨나보다.
한 30분 서서 기다린 후에야 자리가 났다. 그렇게 넓지 않은 실내에 약 150명 정도가 따닥 따닥 붙어 공연을 보고 있었다. 식사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음료를 마시는 사람들도 있고. 딴 사람들은 여기 술인 샹그리아를 많이 마시던데 우리는 낮에 그걸 먹고 살짝 취하는 경험을 해서 간단히 칵테일을 주문.
우리가 로비에서 보고 있던 공연은 8명이 등장하는 공연으로 기타 연주를 하는 남자 두명, 노래하는 남자 두명, 그리고 플라맹코 춤을 추는 여자 네명으로 구성된 팀이 나왔다.
이 팀의 쇼가 끝나고 몇십분 동안 공연을 쉰 후 두번째 팀이 나왔다. 이번엔 남자 하나와 여자 한명이 나온다. 둘 다 댄서. 여자가 메인인 것 같다(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우리가 본 여자 이름이 Belen Lopez인 듯). 앞 팀의 노래하던 사람도 나와 춤을 위한 노래를 들려준다.
공연은 만족스러웠다. 음료 한잔을 포함한 관람 가격이 약 우리돈 5만원 정도 했던 것 같은데, 비싼 가격을 감안하더라도 공연을 보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괌에서 시시했던 샌드캐슬쇼 “Magic on the Ice”를 보기위해 $80이나 낸걸 기억한다면 더욱 더 마음에 드는 공연. 노래를 부르던 남자 하나가 인상적이었다. 20대 중반이나 초반 정도 되는 멀쑥한 남자였는데, 그 목에서 나오는 소리가 그렇게 애처로울 수가 없었다. 가이드북의 표현에 따르자면 “폐부를 쥐어짜는 듯한 가수의 허스키 보이스”. 그리고 두번째 공연에서의 여자 무희의 열정적인 춤이 감동적이었다. “온몸으로 춤을 춘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춤인데 그걸 보면서 공연 스텀프(Stomp)가 생각났다. 스텀프에서 여러 명이 내는 리듬을 한명의 무희가 내는 느낌. 감탄 감탄.
일행과 함께라 밤 1시 쯤 나왔는데 몇시까지 공연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 혼자 갔다면 feel 받아 영업 끝날 때까지 보고 왔을 것이다. 예약 필수. 안그러면 우리처럼 기다릴 것이다.
주소: Moreria 17
홈페이지: www.corraldelamoreria.com
이번 포스팅엔 사진이 너무 없으니 이 곳을 찾아가며 헤맨 얘기를 그림으로 표현해보겠다. –;

저녁을 지도의 오른편에서 먹고 이 따블라오를 찾아가려고 지도를 봤더니 크게 멀지 않아 걸어가기로 결정했다. 원래 계획은 빨간 선을 따라 가는 것이었다. Calle de Segovia란 길을 따라 주욱 내려오다가 Calle de Ballen과 교차하는 곳(교차점 A)에서 좌회전을 해서 쭉 걸어가면 되는 경로였다.
그런데 Calle de Segovia길을 쭈욱 내려갔는데 웬 높은 고가도로가 하나 보이더라. ‘웬 뜬금없는 고가도로가 갑자기 나오냐’라 생각하며 고가도로 밑을 지나 쭈욱 내려갔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 고가도로가 Calle de Ballen이란 도로였다. 즉, 교차점 A는 존재하지가 않는 것이었다. 불행히 그때는 이 고가도로가 우리가 찾는 길이라곤 상상도 못했지.

그것도 모른채 Calle de Segovia를 한참 내려가서 교차점 B를 만났다. 이 곳이 교차점 A라고 착각한 나는 열심히 좌회전을 해서 한참 걸었고, 한참 뒤에야 우리가 걸어가고 있는 길이 Calle de Ballen이 아니라 Ronda de Segovia란 걸 알았다. ㅠㅠ. 위 지도의 좌측하단에 와서야. -_-;
많이 걸어서 힘든 상태고, 더군다나 우리가 내리막 길을 걸어 내려왔기 때문에 돌아갈 때는 힘들 것 같아 택시를 잡으려고 했지만 그 많이 보이던 택시가 모두 어디로 갔는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결국 길에서 한참 택시를 기다리다가 다시 걸어 돌아갔다. ㅠㅠ.
자신만만하게 걸어갔던 나 때문에 고생했던 이사님들께 죄송 –;
오,…. 스팸리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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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갑자기 스팸 리플이 확 늘었음. 내장된 스팸 필터가 제대로작동 안하나? 흑. 그래서 “그림보고 숫자입력하기” 플러그인을 추가하려고 하는데 시간이 없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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