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RS 2005 @ 제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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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sia Information Retrieval Symposium (AIRS; 아시아 정보검색 심포지움) 전시 부스에서 회사 사람들과


올해 AIRS 학회를 제주에서 했는데 우리 회사에서 거기에 스폰서를 하고 제품을 전시하기로 해서 지난 12일, 3박 4일의 일정으로 제주를 다녀왔다. 전시장에도 좀 있고, 매일 매일 3~4 시간씩은 제주도 구경도 다니고 했다. 위 사진은 전시 부스에서 우리 회사 사람들 몇명과 함께 찍은 사진. 왼쪽부터 강기훈 대리, 박정아 과장, 전영진 과장, 이정훈 대리. 그리고 나.

옆의 ETRI 부스에 있던 연구실 후배인 서희철 박사한테 찍어달라고 부탁한 사진인데, 찍어주면서 ‘학회와서 뭐 이런걸 찍고 그래요.”라고 궁시렁 대더니 조금 후 자기네들도 단체 사진 찍더라. ㅋㅋ.

학회 venue는 제주시의 라마다 호텔이었는데 바다를 끼고 있는 곳이다. 호텔 테라스에서 바다가 잘 보이기 때문에 거기서도 사진을 몇장 찍었다. 이정훈 대리는 부스를 지키고 있어 사진에 없다.



제주에 도착한 첫째날은 호텔에 체크인 하고 학회장에 잠시 가서 학계 사람들과 잠시 인사를 나누고, 저녁에는 이번 학회 때문에 제주에 모인 연구실 재학생과 졸업생들, 그리고 교수님과 함께 한국:이란 국가대표 축구 경기를 봤다.

둘째날은 우도를 가보기로 했다. 나에게는 97년, 99년에 이은 세번째 우도 방문.

그런데 우도행 배를 탈 때부터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먹구름이 끼어있고 비가 약간 부슬부슬 오고 있었다. 이 정도야 괜찮지라는 생각을 이때까지는 했었다.

우도행 배는 차를 실을 수 있는데 이전에 차를 안가지고 갔던걸 생각해서 이번에도 렌터카를 주차장에 세워두고 가져가지 않았다. (이때까지는 예전에 우도에 갔을 때 걸어서 다녔던 걸로 잘못 기억하고 있었음. 사실은 우도에서 버스를 타고 다녔음)



약 15분의 항해 끝에 우도에 배가 도착. 그러나 배가 우도에 도착할 즈음에는 비가 좀 더 많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웬 우도 일주 관광 버스가 명당 5천원씩? 시간이 없어 버스에서 내려서 여유있게 구경을 하며 놀 수도 없는데 (서울시티투어 버스처럼 아무곳에서나 내려서 한참 놀다가 다른 차를 타도 된다. 즉 종일권) 너무 비쌌다. 6년 전에 제주에 왔을 때처럼 버스 타고 가다 해변에 내려서 한참 동안 놀다가 다시 다음 버스 타고 이동하는 식이면 모를까. (유모 섞인 버스기사의 안내를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하지만 비도 추적추적 와서 이 버스외엔 다른 대안이 없어 버스를 탔다. 우도의 좁은 길을 달리던 버스가 첫번째로 선 곳은 어떤 해안. 전도연이 나온 영화 인어공주를 찍은 곳이란다. 잠시 내려 보고 오라고 시간을 좀 준다. 버스 밖에 내리는 빗줄기는 이미 세졌지만 일단 내려서 사진을 찍는다.

정훈이, 강기훈 대리님, 박정아 과장님과 함께 찍은 사진. 빗물이 렌즈에 튄 듯.



위 사진을 찍은 전영진 과장님과도 한 컷. 비에 젖은 내 머리를 보라.



비가 더욱 세게 내려 얼른 버스로 들어와서 창을 통해 해변을 대충 구경했다. 사실 내가 가지고 있는 우도에 대한 환상적인 기억은 우도봉에서 내려다 보는 바다의 아름다움에 기인한 것인데 요즘은 버스가 우도봉까지 올라가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우도봉 한참 아래의, 동안 경굴 근처의 주차장에 차를 대 놓고 우도봉까지 올라갔다 오라고 시간을 준다. 비가 와서 좀 망설여졌지만 박정아 과정님의 ‘언제 우도와서 비 맞아 보겠냐.’란 말에 용기를 내어 모두 버스에서 하차, 비옷(1,500원)을 구입하였다.

아래는 비옷을 입은 기념으로 찍은 사진. 전영진 과장님은 누가 버스에 놔두고 간 비옷을 얼른 집어 입었다.



비바람에 온몸을 다 젖으며 영차 영차 우도봉으로 향한 계단을 올라갔다.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김선아가 혹한의 날씨에 한라산을 오르던 장면, 바로 그거와 똑같은 장면을 우리는 연출하고 있었던 것 (인터넷에서 찾은 삼순이 장면). 비옷은 없는 것보단 나았지만 강한 비바람 앞에 제 역할을 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우리를 더 허무하게 했던 것은 힘들게 올라간 우도봉에서 보이는 것이 별로 없었다는 것. 강한 빗줄기와 구름 때문에 가까운 바다도 잘 안보이고 우도봉에 펼쳐진 잔디밭만 조금 보였다. 삼순이는 힘들게 올라가서 삼식이라도 만났지, 우린 이게 뭐냐고. 쩝



(힘들게 올라간 우도봉에서 찍은 사진)

우도봉에는 등대도 있고 등대박물관도 있다고 꼭 구경을 하고 오라고 버스 기사가 얘기했으나 위 사진 찍고 막바로 내려와버렸다. 내려가는 길은 비바람을 안고 가는 방향이라 더욱 더 옷은 젖어버려 우리 모두는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돼버렸다. 흑흑.

다시 버스를 타고 좀 가다가 멈춘 곳은 산호로 된 백사장. 내가 97년과 99년에 갔을 때만 해도 산호로 된 백사장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게 산호가 부서진 것이 아니라 홍조류에 의한 것이라고 최근 밝혀졌다고 버스 기사가 얘기했다. 이번 우도에 가서 얻은 것 중 가장 보람있는 것인 듯.

우도봉에서 비바람에 워낙 고생을 해서 산호사 백사장은 버스 안에서만 봐주었다. 뭐 난 99년에 연구실 사람들과 이 백사장 위에서 체육대회까지 했기 때문에 비 맞으면서까지 나가 볼 생각은 없었음.



하지만 검색기술부의 두 과장님은 마치 신혼부부인양 ^^ 나가서 사진을 찍고 들어오셨다. 우리 연구소 사람들은 모두 나처럼 버스에 앉아만 있었다.

하여튼 이렇게 급하게 우도 관광을 마치고 제주행 배에 오르니 매우 피곤하여 선실에서 잠을 자다가 제주에 도착해서야 깨어났다.

우도를 이번까지 세번 가봤는데 97년에 처음 갔을 때는 정말 최고의 감탄과 감격을 했었고, 99년에 갔을 때는 그거보다 훨씬 못한, 그저 ‘평범’한 곳이었다. 그리고 이번 세번째는 아니 갔어야 좋았을 것이다. (마지막 문장은 피천득님의 ‘인연’에서 따온 것입니다. ㅋㅋ)

원문: … 아사코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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