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에 들어가서 처음 맞는 휴가라 들떠서 여름 휴가를 어떻게 보낼까 고민을 했습니다. 일주일이나 되는 휴가, 어떻게 해야하나~. 제주도엘 갈까 동남아에 갈까~ (사실 병역특례중이라 동남아는 못갑니다만 –;)
그러다 와이프가 “부산이나 가자.”라고 하여 부모님이 계시는 부산에 가기로 했습니다. 사실 가현이와 함께 갈 것이기 때문에 여행을 가서도 가현이를 어떻게 돌봐야 할 지 좀 고민스러웠는데 부산에 간다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가현일 잘 돌봐주실테니 걱정이 많이 줄어들겠죠. 그래서 정했습니다. 7월 31부터 8월 3일까지 부산에 가기로!
목적지가 정해졌으니 이제 부산엘 어떻게 갈 지를 고민하게 됐습니다.
차를 몰고 갈지, KTX를 타고 갈 지. 지난 설에는 KTX 특실을 타고 부산을 갔었는데 우는 가현일 좁은 통로에서 내내 안고 서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편 5월 제사 때는 차를 직접 몰고 갔었는데 차도 막히고 가현이도 너무 힘들어해서 오전에 출발해서 밤이 다되서 도착했었고요.
몇일 간의 고민 끝에 KTX를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가현이에게 괴롭힘을 당하더라도 차안에서 6시간여를 힘든 것보다는 KTX안에서 2시간 40분 힘든게 나을테니까요.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KTX라도 중간에 멈추는 역 수에 따라 기차를 타는 시간이 조금씩 차이가 납니다. 아내가 가장 시간이 조금 걸리는 열차를 선택해 왕복표를 끊었습니다. 요즘은 ‘홈티켓’이란게 생겨서 기차 티켓을 집에 있는 프린터로도 출력할 수 있더군요.
그리고 드디어 지난 일요일 낮, 가현이 기저귀 채우는 것을 깜빡하여 택시 잡기 직전에야 길에서 가현이 기저귀를 채울 정도로 급하게 집을 나와 택시를 타고 서울역으로 갔습니다.

KTX가 좋긴 좋더군요. 비싸서 그렇지 빠르고 편하고. 기차를 타는 약 세시간 중에서 한시간 가량은 가현일 재우고, 한시간은 이것저것 먹이며 놀아주고, 한시간은 둘이 번갈아 안아주고 하니 서울에서 부산까지 금방이더군요.



부산에 도착해서는 계속 가현이 할아버지, 할머니 집에 있었답니다. 읽고 싶어하던 ‘다빈치 코드’가 부산집 책꽂이에 꽂혀 있길래 이틀 동안 이 책을 읽으며 휴가를 보냈습니다. 작년부터 워낙 재미있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 구입하거나, 아니면 빌려서라도 읽으려고 했던 책인데 실제로 보니 시드니 쉘던과 뭐 크게 다르지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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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은 경주로 드라이빙을 가기로 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도 학교에서 가봤었고 몇년 전에도 학회 때문에 가봤던 곳이지만 와이프와 가현이는 처음으로 가는 곳.





저는 뒤쳐져 가며 한동안 가현이 사진만을 찍었던 것에 대한 사죄로 –; 아내 사진을 많이 찍어줬습니다.


불국사를 나와 한정식 집에서 저녁을 먹고 김유신 묘를 갔는데 제가 시큰둥해서 주차장까지만 갔다가 돌아나왔습니다. 와이프는 김유신 묘에 못가본 것이 평생의 한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옆에서 주절주절대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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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날.
원래 이날은 가현일 할머니에게 맡겨두고 아내랑 저만 해운대에 나가 놀 생각이었지만 아침부터 내리는 비에 집에서 계속 잠만 자다가 저녁 다 돼서야 ‘부산까지 왔는데 바다 한 번 못보고 갈 수는 없지 않겠냐?’라는 생각에 집을 나섰습니다. 쏟아지는 비를 뚫고 간 해운대 메가박스에는 볼만한 영화가 없어 근처의 세이브존에 갔습니다.
아내에 따르면 부산 백화점은 신기하답니다. 무뚝뚝한 경상도 사람, 부산 사람들이 재미나답니다.
메가박스까지 태워준 택시 기사 아저씨도 재미났고 백화점 점원언니들도 재미나답니다.
아무리 옷 구경을 해도 쳐다도 안본답니다. 서울의 과잉친절한 백화점 언니들에 길들여진 애교만점 서울아가씨인 와이프는 (자기가 쓴 표현임 –) 자기가 옷을 골라도 부산 백화점 점원 언니들이 아무말도 안하길래 처음에는 아무것도 안 살 줄알고 무시하나보다 했답니다.
그러다가 우유부단한 아내가 여러 원피스를 거울에 대보다 옆에 있던 점원언니에게 “어떤게 이뻐요?” 한마디 물어보니 기다렸다는듯이 막 대답해주고 이것저것 조언해줬답니다.
“어머 여태 물어봐주길 기다렸어요. 입이 얼마나 간질간질했는지…손님한텐 이게 훨씬 잘 어울리네요..재잘재잘.”
아내가 사려던 옷을 보고 “이옷은 임신복같아요. 밑이 퍼져보여요.” 등등 솔직하게도 얘기해줬다네요.

그리곤 해운대로 걸어가 해변의 스타벅스로 들어갔습니다. 부산까지 와서 스타벅스 가는 건 좀 촌스럽지만 항상 해운대에 가면 스타벅스를 가게 되더군요. 히히.

스타벅스에서 잡담을 좀 나누다 해변으로 걸었습니다. 밤에도 조명을 쏴줘서 모래사장은 밝더군요. 조명 색깔 (노란색, 연두색)이 좀 구린 것은 영 마음에 안들었지만


파도에 발을 담그며 해운대를 따라 주욱 걷다가 해운대 한쪽 끝에 있는 조선호텔에 들어갔습니다. 모래알이 들어간 샌달과 발을 씻기 위해서 –-;
오, 그런데 조선호텔이 리노베이션을 했네요. 부산 갈 때마다 가던 곳인데 로비가 완전히 바뀌어서 근사해졌습니다. 스타벅스 가지 말고 여기서 칵테일을 한 잔 할껄이라는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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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입니다. 집에서 놀다가 가현 할아버지와 함께 부산역으로 향했습니다.


서울로 돌아올 때도 마찬가지로 한시간 가량은 가현일 재우고, 한시간은 이것저것 먹이며 놀아주고, 한시간은 둘이 번갈아 안아주는 공식이 그대로 적용됐습니다.




이렇게 해서 휴가 여행이 끝났습니다. 비도 많이 오고 가현이와 함께 해서 정신없는 여행이었습니다.
사진에서 보듯이 가현인 부산에선 외출 시엔 거의 할아버지한테 안겨있었고 집에선 할머니랑 놀았답니다. 우리 가현이한테 젤 즐거운 여행이었을꺼에요. 이쁨 만빵으로 받았거든요.
내년엔 가현이도 좀 클테니 좀 더 편하게 여행을 가고 싶네요. 🙂
(2005년 8월 블로그 포스팅부터는 사진 가로 크기를 최대 600픽셀로 늘립니다)
가현이 정말 많이 컸네요….그리고 웃는 게 언니랑 꼭 닮았어요.^^정말 너무 예쁜 모녀에요.^^^(<-언닐 누가 아이 엄마로 보겠어요.) 그리고 그러고보니 오빠 사진도 꽤 간만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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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후! ^-^)/ 가현이 너무 이쁘잖아요.클수록 더 이쁘네요.그나저나 전 언니가 더 예쁘다고 느껴지는데요?사진 많이 찍어드리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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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바빠 이제사 봤단다.가현이 데리고 여행 다니느라 애 많이 썼다. 너무나 예쁜 가현이 또 며칠후면 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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