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램 앞에서 기념 사진.
희철이를 만나서 우리가 구경간 곳들을 자랑한 후 이후에 가볼 곳은 희철이가 정하라고 했더니 공원을 가보고 싶다 했다. 뜬금없이 웬 공원이란 생각도 들었지만 희철이의 의견을 존중하여 Ciutadella 공원에 가보기로 결정! 이 공원은 바르셀로나 중심에 있는 대형 공원으로 첫날 우리가 호텔로 향하는 길에 봤고 그 이후로 시내 중심가로 나올 때마다 지나친 공원으로 안에는 동물원, 박물관 등이 있다.
이번엔 지하철을 타고 Vila Olimpica (올림픽 선수촌이란 의미인 듯) 역으로 향했다. (학회에서 나눠준 7일 정기권을 뽕을 뽑았을 거다.) Vila Olimpica 역에서 내렸더니 동물원 입구가 있었다. 바르셀로나 동물원은 전 세계에서 하나 밖에 없다는 하얀 고릴라로 유명한 곳이지만 언젠가 들은 AP 5분뉴스에 따르면 그 고릴라는 최근 사망했다고 한다. 그 고릴라만 살아 있었어도 돈 내고 동물원에 들어갔을 지 모르겠지만 (과연?) 우리는 동물 구경에 돈을 쓰기는 싫었기에 동물원에 들어가지 않고 공원만 살펴보기로 결정하고 공원 입구로 향했다.
그런데 이 곳에는 트램 역이 있었다. 우리는 트램을 타고 공원 입구까지 가기로 했다. 학회가 열리는 Forum에도 트램 노선이 있지만 한번도 탈 일이 없었는데 드디어 탈 만한 일이 생긴 것이다. 물론 우리는 7일권을 가지고 있었기에 트램도 무료 탑승.
▲ 트램의 내부. 그 어느 대중교통 수단보다도 깨끗하며 신식이었다. 가운데 있는 개찰기에 표를 넣으면 된다. 개찰기가 문에 붙어있는 것이 아니라 표 없이 타도 잘 모를 것 같다.
촌놈처럼 두리번 거리다 보니 어느새 공원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트램 역에 도착. 내려서 천천히 공원을 향해 걸었다. 공원은 꽤나 넓었는데 아래와 같은 분수도 있었다. 이 공원을 만들 때 가우디도 학생으로서 건축에 참여했다고 하는데 이 분수를 만들 때도 가우디가 참여했을 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있다고 한다.
▲ Ciutadella 공원 내의 분수. 어떤 분의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이 분수의 사진을 봤을 때 아주 근사했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물이 흐르지 않아서인 지 이끼가 많이 끼고 물도 좀 더러운 편이었다.
공원에서 운동하는 사람들, 연애하는 사람들, 놀러나온 가족들 등등을 지나치며 공원을 대충 한바퀴 돌아보고 공원 입구 벤치에 좀 앉아서 쉬다 보니 (아침부터 걸어서 아주 힘들었다) 배가 고파왔다. 어디 가서 밥을 먹을까 고민을 하다가 바르셀로네타 해변 옆 Port Olimpic (올림픽 선수촌 앞 항.. 뭐 이런 뜻이 아닐가 싶다)에 식당이 많을 것 같다는 도길이의 말에 따라 그곳으로 가기로 결정하고 벤치에서 일어섰다. 길가 매점에서 하드 하나씩 사먹고 (하드 하나가 우리 돈으로 2~3천원이나 했음) 트램을 타고 다시 동물원 입구에 도착했다. 거기서 큰 길을 몇개 건넜더니 바르셀로네타 해변에 도착.
아래 사진은 바르셀로나 어디에서나 보이는 쌍둥이(사실 똑같이 생기진 않았음) 빌딩. 높은 빌딩이 없는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듯(지금 이 사이트에 들어가서 확인하니 이 건물들이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맞다).
▲ 도시 어디에서도 보이던 두 건물. 하나는 호텔이고 하나는 사무동인 듯.
이곳은 사람도 많고 식당 등도 많아 보였다. 일단 도길이와 희철이는 해변에 왔으니 바다 근처로 가보겠다고 둑을 내려갔으나 나는 둑 위에 누워 피곤한 다리를 쉬기로 했다. 바닷소리를 들으며, 바람을 맞으며 누워 있으니 아주 아주 편안했다.
▲ 내가 둑위에 누워 셀프로 찍은 사진 -_-; 오른편 위에 바다가 살짝 보인다. 중간의 파란 기둥은 해수욕객을 위한 샤워시설로 옆면에 Barcelonetta라고 해변 이름이 적혀 있다. 내 바로 위에 있는 것은 대형 파라솔로 둑 아래에 있는 해변가 식당의 지붕 역할을 한다.
▲ 누워서 바라본 해변의 모습
한참 누워있었더니 희철이와 도길이가 다시 돌아왔다. 내가 편해보였던지, 아니면 도길이도 많이 피곤했었는 지, 둑에 올라와 나와 같은 모습으로 누웠다. 그 장면을 희철이가 놓치지 않고 찍었다. 이번 여행 사진 중 가장 특색있는 사진이 바로 이 사진.
▲ 왼쪽이 나, 오른쪽이 도길이다.
조금 더 누워있다가 저녁 식사를 위하여 요트가 정박되어 있는 항을 지나 해변에 늘어선 식당들을 주르르 훑어봤는데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좋은 위치의 식당들이라 어디 하나 만만한 가격대의 식당이 없었다. 너무나 피곤한 지라 딴 식당을 찾으러 다니기도 힘든 상태. 그래서 셋이서 투표를 했다. 도길이는 비싸지만 여기서 먹자는 데 한 표, 희철이는 더 싼데를 찾아보자는 데 한 표. 나는? 나는 희철이 의견에 한 표. 그래서 더 싼 식당을 찾기로 했다. 역시 여행은 홀수명으로 해야지 의견 결정이 쉽다. 흐흐.
하지만 주변에서는 원하는 가격대의 식당을 찾지 못했고, 고민하다가 현지인 대상의 식당을 찾기 위해 일단 호텔 근처로 버스를 타고 이동. 하지만 거기서도 적절한 식당을 찾지 못해 결국 학회장 옆의 Diagonal Mar 쇼핑몰에 있는 일식당에 가서 야끼소바를 먹었는데 만원 정도 하는 가격에 비해 정말 맛이 없었다. 라면도 이거보다는 맛있을 듯 하다. 원래 마지막 날 밤에는 호텔 앞 해변에 노천 락까페 같은 데 가봐야지 싶었으나 워낙 피곤해서 엄두도 나지 않았다. 그냥 얌전히 방에서 짐싸고 잤다. 이로써 바르셀로나의 마지막 밤이 지나갔다.
▲ Port Olimpic에 정박되어 있는 요트들. 작은 요트 한척도 비싸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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