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학회 참석기 – 6일:고딕지구


▲ 고딕지구의 오래된 건물들

제가 논문을 발표하는 날이라서 다른 날보다 일찍 일어나서 아침을 먹었습니다. 오늘부터는 워크샵인데, 워크샵을 듣지 않는 도길이와 고영중박사는 이날 바르셀로나 구경을 하기로 했습니다. 저랑 희철이는 워크샵을 들어서 학회장으로 갔고요.
오전 발표 듣고, 쉬는 시간이랑 점심 시간엔 아무것도 안먹고 발표 준비를 한 후, 그럭 저럭 발표를 마쳤습니다. 발표 후 남은 세션을 좀 듣다가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호텔에서 좀 자고 난 후 워크샵을 듣고 5시쯤 호텔로 돌아온 희철이와 바르셀로나 시내 구경을 가기로 했습니다. 흔히 ‘고딕지구’라고 불리는 구시가지에 구경가기로 했죠.
언제나처럼 호텔 앞에서 41번 버스를 탔습니다. 그리고 banquet에 갈 때처럼 바르셀로나 올림픽 선수촌 앞에서 14번 버스로 갈아탄 후, banquet갈 때 내렸던 곳에 내렸습니다. 이제는 버스 갈아타기도 아주 능숙해졌습니다.

▲ 요트가 정박되어 있는 부둣가에서. 중앙 뒷쪽의 전망대 같은 곳은 몬쥬익언덕과 연결되는 케이블카를 타는 곳인 듯.
그곳에는 오래된 건물들이 해안을 향해 서 있었습니다. 부두 쪽에 바르셀로나 역사 박물관이라고 적혀진 큰 걸개가 걸려 있어서 일단 그쪽으로 걸어가봤습니다. 바다 쪽에는 요트 정박장이 있었고, 그 앞 부둣가에는 벼룩시장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작은 악세사리들이나 불법복제한 DVD를 주로 팔고 있던 벼룩시장에는 대충 2종류의 상인이 있었는데, 번듯한 가판대에서 장사를 하는 부류와, 길바닥에 보자기 같은 걸 깔아놓고 장사를 하는 부류가 있었습니다. 처음에 걸어지나갈 때는 이 두 부류의 상인이 모두 장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역사 박물관(이미 문을 닫았더군요)까지 걸어갔다가 처음 버스를 내린 장소로 돌아오는 길에 어떤 사람이 뭉친 포대기를 들고 뛰는 것을 봤습니다. 워낙 소매치기가 많다는 도시라서 ‘처음엔 소매치기인가?’ 라고 생각하며 걸었는데, 다시 돌아간 벼룩시장에는 경찰차가 한 대 서 있고 보자기를 깔아놓고 장사를 하던 장사치들은 모두 없어졌더군요. 아마 가판대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정식으로 허가를 받고 장사하는 사람들이고 나머지는 불법 상인들이라서 경찰을 보고 모두 도망간 듯 합니다. 아까 포대기를 껴안고 도망치던 사람도 원래 땅바닥에서 장사를 하던 사람인데 경찰을 보고 포대기를 얼른 뭉쳐서 도망간 것으로 저랑 희철이는 결론지었습니다.
해변을 따라 걸었습니다. 저녁 시간에 맞춰 조깅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으며, 우리처럼 두리번 두리번 구경을 하며 걷는 관광객도 많았습니다. 저 멀리 람블라 거리끝에 서 있는 콜럼부스 동상도 보입니다.

▲ 해변을 따라 걸으며 본 콜럼버스 동상. 뒷쪽의 낮은 산이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이 있는 몬쥬익 언덕입니다. ‘몬쥬익의 영웅’ 황영조 선수가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을 한 곳이죠.
바르셀로나 구경 첫날 와봤던 람블라 거리를 따라 다시 걸어봅니다. 저녁이라 람블라 거리에는 그 때보다 사람이 더 많습니다. 이 거리 주변의 고딕 지구에는 수많은 작은 골목들이 있습니다. 바르셀로나의 대부분은 도시 계획이 잘 되어 있는 곳이라 도로가 바둑판처럼 되어 있는데 고딕지구는 오래전의 시가지이기 때문에 골목들도 구불구불하고 매우 좁습니다.

▲ 고딕지구의 좁은 골목
이런 골목 중 하나로 들어가면 레이알 광장이란 곳이 있는데 (바르셀로나는 광장이 참 많기도 합니다.), 이 광장은 가우디가 디자인한 가로등이 있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가우디의 작품을 놓칠 순 없어 그곳을 찾아 가 봤습니다.

▲ 레이알 광장에 있는 가우디가 디자인한 가로등
가로등은 딱히 감명을 받을 대상은 아니었지만 일단 사진을 한 장 찍었습니다. 이 광장에서 가우디의 가로등보다 더 흥미로웠던 것은 위 사진의 왼편부터 오른편까지 줄을 서 있던 사람들입니다. 알고보니 이 사람들은 한 식당에 들어가기 위하여 줄을 서 있었습니다.
레이알 광장의 주위에는 여러 식당과 까페들이 있었는데 유독 한 식당에만 저렇게 사람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더군요. 저 집이 특별히 유명한 것이 있는 것 같아 보이긴 했지만 저 줄 끝에서서 밥을 먹고 싶지는 않아서 식당 옆에 나 있는 골목으로 레이알 광장을 빠져나왔습니다.
고딕지구의 좁은 골목을 따라 걸었습니다. 배가 고팠기 때문에 골목 골목의 식당들을 눈으로 훑고 지나갔으나 적당한 곳을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 고딕지구의 골목. 건물에 돌출되어 있는 등이 인상적입니다. 골목 골목 관광객이 넘쳐납니다.
골목을 따라가보니 두개의 큰 건물이 마주보고 있는 작은 광장이 (또!) 나옵니다. 두 건물 모두 관공서 같이 보이는 좀 큰 건물입니다. 역시나, 나중에 찾아보니 바르셀로나 시청과 까딸루니아 자치정부의회 랍니다.

▲ 바르셀로나 시청 앞에서. 스페인국기와 까딸루니아기가 같이 걸려있습니다.
희철이와 저는 사진을 한 방씩 박고 고딕지구의 중심에 있는 대성당을 찾아갔습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유럽 여느 도시의 성당과는 다른, 새로운 성당이라면 지금 우리가 찾아가는 성당은 유럽의 다른 도시 중심에 있는, 역사와 전통의 대성당입니다. 그런데 골목 골목을 지나서 찾아간 성당은 공사중이더군요. 😦

▲ 리노베이션 공사 중이던 대성당
특이한 것은 공사면을 가리는 막이에 원래 성당의 사진을 프린트 해 놓은 것. 만약 일반적인 초록색 비닐 같은 걸로 성당의 공사현장을 막아놨다면 더 아쉬웠을텐데, 사진으로나마 원래 성당의 외양만은 대충 볼 수 있어서 좀 덜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어떤 책을 보니 이 대성당도 150년만에 지었으며, 정면의 현관(facade)은 500여년 만에 완성했다고 합니다. 오랫동안 건물 짓는 이 사람들의 전통(?)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더군요.
배가 점점 더 고파왔고, 우리는 고딕지구의 좁은 골목을 방황하며 들어갈만한 식당을 찾아다녔습니다. 중간에 달리 전시장인지 미술관인지도 보였으나 모두 다 지나쳤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까딸루니아 광장이 나오더군요.

▲ 까딸루니아 광장 주변 골목길에 있던 대형 온도계. 27도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거기서 무작정 북쪽으로 가봤습니다. 하지만 나오는 건 주택가 뿐. 식당의 그림자는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많이 걸어서 다리는 점점 아파오고, 배는 점점 고파오고. 결국 걸어서 식당 찾기를 포기하고 Urquinaona 광장에서 버스를 타고 다시 식당들이 많은 까딸루니아 광장으로 이동한 후 식당을 찾아보기로 결정했습니다.
까딸루니아 광장이 도시의 중심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버스가 까딸루니아 광장을 갈 것이라 생각하고 아무 생각없이 올라탄 버스는 그 광장 쪽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서쪽으로 달리는 것이었습니다. 깜짝 놀란 희철이와 저는 버스에서 하차해서 길 이름과 지도를 번갈아 보며 우리의 위치를 확인한 후, 관광객이 많은 곳, 그래서 식당도 많을 것 같은 곳인 람블라 거리 쪽으로 무작정 걸어갔습니다.
좀 걷다보니 길 건너에 첫날 봤던 가우디의 건축물 까사 바뜨요가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앞 사거리 한 모퉁이에 있는 작은 식당 Madrid-Barcelona란 이름의 식당이 마침 우리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름 쉽죠? 헤헤).

▲ 까사 바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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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학회 참석기 – 6일:고딕지구”의 3개의 생각

  1. 공부를 훨씬 많이 했는데 논 것만 쓰니깐 많아 보이는 거지. -_-; (그러는 당신도 할 말 없을텐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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