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같은 저 바닥은 파랗고 하얗게 색칠이 된 돌들을 깐 것인데, 너무 예뻐서 찍었음. (우리집 이불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 이불관련 포스팅) 왼쪽에 보이는 건물이 학회장인 Forum 컨벤션 센터.
제가 참가한 ACL 학회는 Forum이라는 곳 안의 컨벤션센터에서 열렸습니다. Forum은 Forum Barcelona 2004(http://www.barcelona2004.org)라는 행사가 열리는 장소죠.
이 행사가 뭔가 하면 2004년 5월부터 5개월간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대규모 문화 행사/축제입니다. 문화 올림픽이라고도 표현하기도 하던데, 제가 봤을 땐 문화 박람회가 더 적절할 것 같군요.
행사 주제는
△문화적 다양성(Cultural Diversity)
△평화를 위한 여건 조성(Conditions for Peace)
△지속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 이라고 합니다.
이 행사에는 매일 매일 다양한 콘서트, 서커스, 거리 공연 및 전시회가 있었고요, 위 주제에 관련된 국제회의도 여러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주최측은 특히 국제회의를 위해 폐허가 된 바르셀로나시 해안지역 공장지대에 3천200석 규모의 컨벤션센터를 마련했다.”고 연합뉴스의 Barcelona Forum 2004 관련 기사에 나오는 군요.
우리가 묵는 호텔 옆 동네의 올림픽 선수촌도 원래는 사람이 별로 살지 않던 곳에 선수촌을 만들어 신도시로 개발했다고 바르셀로나 도착 당일 버스에서 만난 현지인 아저씨가 말해줬는데, 이곳도 역시 폐허에 컨벤션센터와 박람회장을 만든 것입니다. 도시 개발엔 대형 국제 행사가 장땡인 듯.
어쨌든 제가 이번에 간 학회도 이 행사에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죠. 원래 제가 간 ACL 연례 미팅은 보통 대학 캠퍼스에서 하는데, 올해는 이 컨벤션 센터에서 한 것입니다. 그래서 학회 기간 동안 호텔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떨어진 이 Forum을 매일 왔어야 했죠.
만약 학회가 여기서 열리지 않았다면 이곳에는 찾아올 일도 없겠지만, 입장도 무료(원래는 하루 입장에 약 3만원 정도 합니다만 저희는 학회 등록비에 포함되어 있는 듯.)이고, 딱히 관광을 하러 다닐 수도 없어서 시간이 날 때마다 학회가 열리는 컨벤션센터를 빠져나와 Forum 박람회장의 다양한 문화 행사장으로 발길을 향했죠.
처음 박람회장을 돌아다닌 건 학회 개회날 저녁 즈음. 박람회장에 뭐가 있는 지도 모르고 터벅 터벅 걸어 다녔는데, 갑자기 기차 (서울대공원의 코끼리 열차 수준)가 사람을 태우고 지나가는 것이 보이는 것입니다! 뙤야볕 아래 걷는 것이 너무 힘든 상태였기 때문에 이 기차가 너무 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기차를 따라 열심히 뛰었더니 Forum의 입구쪽에 승강장이 있더군요.
▲ Forum 박람회장을 돌아다니는 기차. 신나서 줄서서 타고보니 주로 할머니를 포함한 노약자가 타는 기차더군요. 민망했음.
이 기차를 타고 Forum내를 주욱 돌아봤죠. 다양한 문화 공연 장소들이 있고, 북쪽의 전시장에서는 ‘진시황전’을 하더군요. 배타는 곳도 있고, Toyota의 친환경 자동차관도 있고, 볼만한 것이 꽤 있더라고요.
▲ 기차 안에서 찍은 사진. Forum 박람회장 어디서든 보이는 거대한 태양열 집열기.
기차는 한 20~30분 정도 걸려 박람회장 한바퀴를 다 돌고 원래 승강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날 대충 박람회장에 뭐가 있는 지 살펴본 것이죠.
다시 박람회장을 돌아다닌 건 학회 3일 째되던 날. 점심 시간 좀 전에 저 혼자 그 전에 찍어놨던 공연을 보러 갔습니다. 공연 이름은 “The Giant of the 7 Seas”.
학회에 등록하러 온 날, 너무 목이 말라서 도길이와 희철이와 생수를 살 수 있는 곳을 찾아다녔는데 잘 안보이더군요. 그 때 희철이가 발견한게 생수통이 가득 쌓여있는 Forum의 인포메이션 센터. 제가 꾀를 내어 ‘저기 인포메이션 센터에 물을 어디서 살 수 있냐 물으면 저 물을 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인포메이션 센터에 들어가 물 파는 곳을 물었더니, 빙고! 괜찮다면 자기들이 가진 물을 마시라는 것이었습니다. 흐흐흐. 그 때 이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이 공연을 추천해서 보고 싶었습니다.
▲ 공연장 입구
어떤 내용의 공연인 지 모른체 봤는데, 그냥 서커스더군요. 기대보다는 별로였습니다. 😦 그나마 저는 일찍 가서 자리를 잡았기에 지붕이 있는 관람석에서 봤는데 뙤약볕 아래서 본 사람들은 더워 환장했을 듯.
▲ 공연이 시작되기 전 공연장의 모습. 왼쪽에 있는 노란색의 물체가 “The Giant”입니다. 공연이 진행되면 점점 일이서서 움직이죠. 오른편에 보이는 작은 원통은 ‘챗바퀴’인데, 차가 들어가서 챗바퀴를 돌리는 진기한 장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서커스는 중앙의 기둥 사이에서 벌어지고요.
공연을 마치고 나오니 출구밖에서 소방수 복장을 한 어떤 사람이 만화에 나오는 소방차 같은 것을 타고 경쾌한 음악과 함께 물을 뿌려줬습니다. 공연을 보고 나온 사람들은 더위에 지쳐서인 지 그 물을 맞으며 모두 즐겁게 춤도 췄습니다.
▲ 물을 뿌리자 모두 즐거워하며 춤을 추며 물을 맞더군요. 이해가 안가는 사람들, 이라고 생각했지만 저도 나중엔 물을 조금 맞아봤습니다.
배가 고파서 식당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조금 걸어가니 칼라풀한 누더기 같은 천막(?) 아래 음식 stall들과 식사를 위한 테이블들이 있더군요
▲ 칼라풀 누더기같은 천막
재미있는 것은 저런 기둥과 바닥 틈새 사이로 파이프가 연결되어있어서 정기적으로 물을 분사해준다는 겁니다. 아마 너무나 더운 날씨 때문에 차가운 물을 뿌려주는 듯.
무더운 야외 공간을 물로 해결하는 발상이 재미있더군요 (돈 많이 들겠다란 생각도 들면서…).
▲ 음식 stall 사이 사이의 기둥에서 물이 분사되는 장면
음식 stall들 중에 마침 밥을 파는 곳이 있어서 (얼마만에 보는 밥인지…), 밥을 먹기로 했습니다. 원래는 무난하게 광동식 볶음밥을 먹으려고 했는데, 줄서서 기다릴 때 보니 “까딸루니아식 밥”이란 것이 있었습니다. 스페인까지 와서 중국 볶음밥을 먹는 것보단 현지 음식을 먹는 것이 더 의미있다는 판단 하에 용감히 “까딸루니아식 밥”을 콜라 한잔과 함께 주문했습니다. 그랬더니 다음과 같은 밥이 나왔습니다.
▲ 까딸루니아식 밥.
주변 사람들이 까만밥을 많이 먹고 있길래 뭔가 했더니 바로 이거였습니다. 해물과 먹물로 만든 밥인 듯 합니다. 보기엔 이상했지만, 맛은 뭐 그럭저럭 먹을만 했으나, 양이 너무 적었습니다. 밥 + 콜라가 50 Euro (약 7천원)나 되는 데 말이죠. 밥만 35 Euro인데 맛이나 양은 고대 학생식당에 1100원에 파는 밥 수준. 나중에 들어보니 이 까만 밥이 이곳의 전통음식 중 하나인 “빠헤야”라는 것이라고 해서 기회가 생기면 제대로 된 식당에서 이 빠헤야를 한 번 먹어보려고 했는데, 결국 못 먹고 와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점심을 먹고 다시 학회장으로 돌아갔습니다. 중간에 보인 화장실과 경찰서를 알리는 픽토그램들. 핑크색이 너무 귀엽지 않나요? 흐흐. 칼라풀 바르셀로나입니다!
▲ 콘테이너로 만든 임시 경찰서와 화장실을 둘러싸고 있는 장막의 픽토그램.
학회가 끝난 후 호텔로 돌아와 고영중 박사, 도길, 희철이와 함께 교수님을 만나러 갔습니다. 교수님은 다음 날 영국으로 떠나시기 때문에 이날은 교수님과 저녁 식사를 함께 하기로 했거든요.
호텔 주변의 중국 식당으로 갔는데, 너무 일찍 가서 30분쯤 식당 옆 공원에 앉아 기다렸습니다. 바르셀로나에는 이곳 저곳 공원이 정말 많은 듯 합니다. 공원에 앉아서 이 나라 청소년들이 노는 걸 봤는데, 어떤 여자애 하나가 남자애들과 축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여자의 축구공 다루는 솜씨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나중에 구엘 공원 가서도 축구를 하는 애들을 또 봤는데 4:4 정도의 동네 축구였지만 개인기나 패스가 아주 근사하더군요. 역시 축구 강국에는 축구 잘하는 사람들도 많은 듯.
30분을 기다려 7시 30분이 돼서 식당에 들어가서 (물론 7시 반에 저녁을 먹는 건 이곳 기준으로 장난 아니게 빠른 시간에 밥을 먹는 것이었음), 6인 세트를 시켰습니다. 이때도 물론 와인과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중국 음식과 와인을 먹어보는 일은 처음이었습니다.
음식은 꽤나 맛있었고, 중국 음식을 좋아하는 저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단점은 음식이 좀 짜다는 것. 서양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짜게 먹는 듯 합니다. 서울에서 고추장을 가져와서 중국음식점에서 흰쌀밥을 시켜 비벼 먹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저를 제외한 고영중 박사, 도길이, 희철이는 이날 점심을 학회장 근처의 Diagonal Mar라는 쇼핑몰의 중국음식 부페에서 먹었다고 했는데, 그곳보다는 맛이 훨씬 낫다고 하더군요.
식사 후에는 다 같이 호텔 앞 해변을 걸었는데, 밤에는 해변이 락까페로 변하는 듯. 군데 군데 bar가 생기고, 각각의 bar에서 테크노 음악을 틀어놓더군요. 어떤 사람들은 술을 마시고 몇몇 사람들은 모래 위에서 춤을 추기도 했습니다. 우리도 바르셀로나에서의 마지막 날에는 여기와서 놀자, 라고 생각했으나 역시 이루지 못했습니다.
다음 날 발표가 있기 때문에 호텔에 돌아와서 발표 준비를 하다가, ‘에이 내일 하지.’란 생각으로 그냥 자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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