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5 일 =
신혼여행의 마지막 날입니다. 피피에서 푸켓으로 배타고 나가서 거기서 비행기 타고 방콕을 거쳐 인천공항으로 가는 날이죠.
7:00 AM
7시에 일어났습니다. 6시 반에는 일어나서 7시에 아침을 먹어야지 스노클링 하는 시간이 많아질텐데 너무 늦게 일어났습니다. 대충 씻고 해변의 호텔 식당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었습니다.(이상하게 피피에는 고양이가 많습니다. 전날 톤사이시푸드에서도 고양이 몇마리가 우리 테이블 아래에 와서 뭔가를 바라는 눈빛으로 저를 올려다 보더니 호텔 식당에도 그런 고양이가 있더군요.) 식사를 마치니 7:30 분이었습니다.
다시 방으로 돌아와 스노클링을 포기하고 뷰포인트를 갈 것인지, 아니면 계획대로 스노클링을 할 것인지를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피피에서 1박까지 하고 스노클링을 못한다는 건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수영복과 티셔츠를 입고 무작정 톤사이베이로 나섰습니다. 롱테일보트를 빌리기 위해서죠.
8:00
아쿠아의 후기를 읽어보니 톤사이베이에서 롱테일보트를 3시간 정도 렌트했다는 글을 읽었는데, 막상 어떻게 빌려야되나 좀 걱정이 됐습니다. 시간이 없으니까 더 조급했죠. 그런데 그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세븐일레븐쯤 가니깐 어떤 사람이 다가와서 롱테일보트를 빌릴꺼냐고 묻더군요. 올커니, 하고 가격 협상을 했습니다.
“난 1시간 반이나 2시간만 배를 타면 된다. 그러니깐 400B에 가자.” 라고 했더니, 그 사람이 우리를 데리고 선착장 쪽으로 가서 어느 표지판을 하나 가리켰습니다. 거기에는
“Boat 2-3 Hours : 600B”
라고 영어로 적혀 있었습니다.
아마 바가지 쓰는걸 막기 위해서 피피섬 측에서 세워놓은 영어 입간판 같았습니다.이외에 다양한 항목의 표준가격(?)이 적혀있었거든요. 아무리 깍아 달라고 해도 안깍아 주길래 결국 600B에 가는 걸로 합의를 보고 선착장 주변의 가게에서 스노클링 안경및 숨대롱을 빌렸습니다(50B * 2인). 세븐일레븐에서 식빵과 생수도 한병 구입했습니다. 뱃사공이 특별히 가고싶은 곳이 있냐고 해서 “딱히 없는데 시간 내에 마야베이까지 갔다 올 수 있냐?”고 물었더니 그날은 파도가 세서 피피레쪽은 못간다고 하더군요. 믿을 수는 없었지만, 더 이상 티격태격 하지 않고 바다속으로 들어가고 싶어서 롱테일보트를 탔습니다.

롱테일보트 위에서 맞는 바람은 기분이 참 좋더군요. 아내는 약간 어지럽다고 하고요. 생각보다 배는 빠르더군요. 10여분 갔을까? 첫번째 스노클링 포인트에 도착했습니다. 저도, 아내도, 스노클링이란건 한번도 해본적이 없습니다만, 제가 용기 있게 먼저 시범(?)을 보였습니다. 수영은 조금 하기 때문에 라이프 자켓없이 그냥 배에서 물으로 뛰어들었죠(실수였습니다. 흑흑).

그런데 한손에 빵을 들고 라이프 자켓없이 물에 뜨는게 예상외로 쉽지가 않더군요. 그렇다고 헤엄을 치겠다고 빵을 든 손을 물에 넣는 순간 열대어들이 달려와서 빵을 다 먹어 치웁니다. –; 거기다 처음 써보는 물대롱을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을 모르겠어서 바닷물도 좀 먹었습니다(가져간 생수로 입을 씻어냈는데도 계속 짜더군요). 또 배에서 멀어지면 다시 배까지 수영을 하고 와야 하는데 그것도 힘들더군요. 이런 반면 아내는 라이프 자켓을 입고 편하게, 그리고 배의 계단을 잡고 조심스럽게 물속을 들여다 봤습니다. 그래서 저도 배 위로 다시 올라가 라이프 자켓을 입었습니다. (약한 모습. –;;)
다시 물속에 들어갔습니다. 물에 뜨는 것이 한결 편하더군요. 그런데 아직까지 숨대롱의 사용은 잘 안됐습니다. 잠시 물안을 들여다 보는건 상관없는데 숨쉬는거는 잘 안되더라고요. 거기다 파도에 멀미까지 나기 시작했습니다. 괜히 라이프 자켓없이 수영했다가 모든 기운을 다뺀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라이프 자켓일 입은 채 물에 가만히 떠있는 것도 힘들더군요. -_-; 결국 얼마후 저는 배위에 올라가서 그늘에 앉아만 있었습니다. 그동안 아내는 신나서 물고기를 구경하더군요. 아내는 물고기가 많이 자신에게 달려드는 걸 무서워 해서 제가 배 위에서 식빵을 아내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던져주면, 아내는 물 속에서 그곳에 몰려드는 물고기를 구경했습니다.

새로운 스노클링 포인트로 이동을 했습니다. 가만히 배위에 앉아만 있는데도 저는 멀미가 났습니다. 결국 두번째 스노클링 포인트에서 저는 물속에도 못 들어가보고, 아내 혼자서 물 속에서 놀았습니다. 이 이후 아내는 스노클링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자랑을 하면서 저보고 겁장이라고 놀립니다. -_-;
아내가 혼자 너무 재미있게 놀길래 괜히 배가 아파서 빵조각을 아내에게로 던졌습니다. 그랬더니 열대어 수백마리가 아내에게 몰리고, 아내는 깜짝 놀라서 바닷물을 먹고 말았습니다. 미안했습니다. -_-;

그곳에서 좀 놀다가 몸 컨디션도 안좋고, 시간도 10시가 다가와서 톤사이베이로 돌아가자고 하였습니다. 스노클링은 꼭 해야한다고 신나서 달려간 저는 스노클링을 못하고, 불안에 떨면서 따라온 아내는 신나게 노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네요. 아내는 스노클링에 완전히 익숙해져서 일찍 떠나는 걸 아쉬워했습니다.
10:00 AM
방으로 돌아와 샤워를 했습니다. 바닷물에 젖은 몸을 바닷물 비슷한 수돗물로 씻어내야 했습니다만, 어쩌겠습니까.
11:00 AM
준비를 마치고 리셉션에 전화걸어 짐 옮겨줄 사람을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손수레를 끌고 온 직원에게 짐가방을 맡기고 로비로 갔습니다.
체크아웃을 하면서 푸켓행 배편의 바우처를 받았습니다. 2시 반에 출발하는 “파라다이스 2000″이라는 이름의 선박으로 1인당 250B이었습니다. 짐가방은 호텔측에 맡겨놓고 배에 오르기 전 2시쯤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체크아웃 수속을 마치니 대충 2시간 반 정도의 여유 시간이 남더군요.
남은 시간에는 마사지를 받기로 했습니다. 단, 마사지 샵에 에어컨은 꼭 나와야 하는 조건으로. ^^; 아쿠아에는 톤사이마사지랑 카바나호텔 마사지가 소개되어 있더군요(그런데 귀국해서 사용자 리뷰를 보니까 둘다 별로라고 나와있더군요 T.T). 마침 태국 바트화가 거의 없어서 ‘호텔 마사지샵은 달러나 카드를 받고 에어콘도 나오겠지’라는 생각으로 카바나 호텔 마사지로 갔습니다.
카바나 호텔 마사지샵은 지하에 있는데 눅눅하고 허름하더군요. 그래도 에어컨은 나와서 좋았습니다(푸켓/피피에서 객실 아닌 곳에서는 에어컨 바람을 쐬어 본적이 없어서 에어컨이 나오면 마냥 반가웠습니다). 마사지사 한명이 핸드폰으로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제가 다가가도 아무 생각없이 계속 통화를 하더군요. 통화가 끝나고 가격을 물었더니 타이 마사지가 시간당 250B이랍니다. 카드 받냐고 했더니 안받는 답니다. -_-;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냥 나왔습니다.
12:00 PM
마사지 말고 뭔가 딴일을 하려고 바깥으로 나왔으나 딱히 할일도 없고, 무엇보다 에어컨이 그리워서 환전을 해서라도 마사지를 받기로 결심했습니다. 카바나 호텔 리셉션에 환전이 되냐고 물었더니 안된다고 하면서 시장의 환전소로 가라고 했습니다. 더운데 땀을 뻘뻘흘리며 시장에 가서 US$ 100을 바트로 환전하여 카바나 호텔 마사지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아까 그 ‘수다 마사지 아가씨’가 원래 마사지사가 2명이 있는데 아줌마 한분은 몸이 아파서 자기만 마사지를 할 수 있다면서 다른데 있는 자기 친구를 불러서 같이 마사지를 하겠다고 합니다. 뭐 어쩌겠습니까, 그러라고 했지요.
그래서 그 아가씨와 급히 달려온 그 아가씨 친구한테 2시간 동안 타이 마사지를 받았습니다. 마사지는 별로였습니다. 술렁술렁 하는 마사지. 거기다가 그 친구랑은 오랜만에 만났는 지 둘이 서로 근황을 물어보며 재잘대며 마사지를 합니다(근황을 묻는거란건 순전히 제 추측이지만, 어쨌든 둘이 떠들면서 마사지를 합니다).
푸켓에서의 발마사지와 피피에서의 전통 마사지, 둘다 별로였습니다.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검증된 빠통이나 까타의 마사지 샵을 찾을 걸 그랬습니다. 시원한데 2시간 누워 있었더니 마사지의 질에 관계없이 편안하기는 하더군요.
2:00 PM
마사지가 끝나니 딱 2시더군요. 일단 선착장 앞의 공중전화에 가서 저희를 공항까지 데려다 주실 푸켓의 가이드님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피피 프린세스로 돌아와 짐을 찾아 선착장으로 나가 배에 탑승했습니다(짐은 호텔 직원이 선착장까지 옮긴 후 배 아랫칸으로 실어줍니다). 파라다이스 2000이란 배(1인당 250B)는 겉보기에는 멋진데, 내부는 우리가 탔던 피피행 배보다 못하더군요. 희안하게도 좌석이 등나무 의자인데 다리놓는 공간이 굉장히 좁았습니다.

2:30 PM
배가 드디어 떠났습니다. 몸 컨디션이 안좋아 약간 멀미를 할 듯도 했습니다만 곧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깨보니 푸켓에 거의 다 도착했더군요. 선착장은 우리가 피피에 갈 때 사용했던 곳이 아니라 훨씬 깨끗한 선착장이었습니다.
배의 아랫칸에 짐을 실었기 때문에, 제가 직접 짐을 가지고 올라와야 하는지, 아니면 배의 직원들이 올려다 주는 지 잘 몰라서 우왕자왕 했는데, 배의 직원들이 땅까지 올려다 주더군요.
4:00 PM
가이드님이 배가 출출하지 않냐고 물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또 점심을 안먹었더군요. 푸켓 타운의 국수 집에 가자고 하시면서 푸켓 타운으로 갔습니다. 아쿠아에 소개된 바미국수집과 비슷한 국수집입니다. 저는 미남을, 아내는 행을 먹었습니다. 미남, 맛있더군요. 제가 인도네시아에 살 때 먹었던, 못잊는 맛 중의 하나가 “미아얌”이라는, 닭고기 국물의 국수인데, 미남이 바로 그 맛과 거의 같았습니다. 반면 행은 제 입맛에 맞지 않았습니다. 국수 큰거 3그릇과 생수에 110B정도였습니다.
시간이 좀 남았다면서 가이드 아저씨가 저희를 뷰포인트에 데려가셨습니다. 사람이 엄청나게 많더군요. 부산의 달맞이 고개에서 보는 바다와 비슷한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게, 바다가 저를 둘러 싼 원형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뷰포인트에서 잠시 있다가 9시 30분 방콕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공항으로 달렸습니다.
8:00 PM
푸켓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더블 보딩으로 인천까지의 보딩 수속을 마치고, 짐도 막바로 인천으로 보내버렸습니다. 공항에 나라야(입국장 바깥, 즉 보딩 데스크 맞은편에 있음)가 있어서 아내가 약간의 쇼핑을 하고, 출국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출국 심사를 마친 후에 몇일 전 Jim Thomson에서 산 물건들에 대한 VAT를 환급받았습니다(Jim Thomson에서 쇼핑시 여권을 가지고 제시하면 VAT환급 서류를 만들어줍니다). 비행기를 타면 빵을 줄 것 같아서 출국장에서 아주 간단한 빵만 사 먹었는데 방콕행 비행기에서는 빵을 안주더군요. -_-;
9:30 PM
방콕행 비행기가 뜹니다. 드디어 짧지만 의미있던 신혼 여행이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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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는 예전에 동남아시아에서 실제로 살아본 경험이 있어서 태국이 특별히 이국적으로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사실 ‘외국’이란 느낌도 별로 안들었습니다. -_-; 또 관광을 하지 않아서 인상적이었던 풍경이나 경치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푸켓 반얀트리 리조트의 시설이 감동적일만큼 훌륭했지만 ‘와, 이런 곳도 있구나’ 정도였지, 머리에 각인될만큼 강렬한 감동을 주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이번 태국 신혼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느낀 것은 태국인들의 친절함이었습니다. 거의 호텔 내에만 있었기 때문에 호텔 종업원들의 친절함과 서비스 정신이 매우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가 지나갈때마다 와이(태국식 전통 인사법. 두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얼굴에 잠시 갖다 댑니다.)를 하며 태국어/영어로 인사를 하는 직원들. 와이프 역시 항상 밝은 표정의 태국인들이 매우 기억에 남는다고 합니다. 쇼핑센터의 직원들 인상도 좋고, 길에 지나다니는 태국인들의 인상도 너무 좋다고 하더군요. 태국이 세계적인 관광국이 된 것은 이런 점이 원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역시 모든 것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기본을 다시 깨우치게 됩니다.
이번 여행인 너무 이동이 많아서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여유가 없었습니다. 다음번에는 빠통에 위치한 호텔에서 3~4박 하면서 푹 쉬어야겠습니다. 이 역시 이번 여행으로 깨달은 교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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