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기 #4 – 피피 프린세스 호텔, 톤사이 시푸드, 정글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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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4 일 =
푸켓을 떠나 피피로 들어가는 날.

7:30 AM

아침에 일어나서 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신혼부부로 보이는 한국 사람들을 꽤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근처의 테이블에 앉아 있던 한 한국 신혼부부 테이블에서 남편이 음식을 가지러 간 동안 새가 날아와서 남편의 접시에 남아 있던 음식을 쪼아 먹습니다. 그걸 본 부인은 놀라서 “엄마야!”하고 소리를 지르고(새를 무서워하나 봅니다.), 그 옆에 앉아 있던 또다른 한국인 신혼 남편이 일어나 “저리가! 저리가!”라며 한국말로 새를 쫓아줍니다. 흐흐흐.

▲ 천연덕스럽게 새가 날라와 음식 집게를 놓는 그릇위에 앉아 집게에 묻어있는 음식을 쪼아 먹습니다.

9:00 AM

반얀트리에서의 시간도 3시간 정도 밖에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남아있는 시간 동안엔 반얀트리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기로 하였습니다. 평소에 삼각대를 들고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둘이 함께 사진이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 반얀트리 갤러리에서 소품을 몇개 사는 걸로 반얀트리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하기로 하였습니다. 반얀트리 갤러리는 반얀트리 객실에 비치된 인테리어 용품들이나 생활 용품, 반얀트리 스파에서 사용하는 스파 용품들을 손님들에게 판매하는 가게입니다. 푸켓 반얀트리의 경우 스파 리셉션 건너편에, 방콕 반얀트리의 경우 엘레베이터를 타는 통로에 반얀트리 갤러리가 위치해 있었습니다.

▲ 기념촬영 1 : 우리 수영장을 배경으로

▲ 기념촬영 2: 빌라의 소파에서. 앞에 보이는 과일바구니의 과일은 하나도 먹지 않았습니다. 방콕 반얀트리에서는 과일바구니의 과일을 거의 다 먹었는데, 푸켓에서는 깍아 먹기가 귀찮더군요.

▲ 기념촬영 3: 빌라의 정원에서. 수영장 옆에 저런 비치의자가 있는데, 한번도 누워본 적은 없습니다.

빌라 밖에 나가서도 사진촬영을 좀 하고, 스파 파빌리온에 있는 반얀트리 갤러리로 향했습니다.

▲ 스파 파빌리온 가는 도중에 찍은 사진 2장. 아래 사진에서 아내가 신고있는 샌달이 방콕의 월텟 1층에서 160B에 구입한 샌달입니다. 이번 태국여행에서 쇼핑한 모든 물품 중에 가장 제 마음에 드는 것입니다. ^^;

반얀트리 갤러리에는 이것저것 사고싶은 것은 많았지만 간단히 향 받침대(750B)와, 향 2종류(190B * 2)를 구입했습니다. 방콕과 푸켓 반얀트리 객실에 이 향초가 비치되어 있었는데, 사용해보니 분위기도 괜찮고 향도 멋지더라고요. 그리고 마사지에 사용하는 오일 한병도 구입했습니다(620B). 서울 가서 이 오일로 아내를 마사지 해주마, 라고 말하면서요. ^^; 라구나 프리빌리지카드를 이용해서 위 가격에서15% 할인을 받았습니다. 향 받침대 같은 도자기들은 푸켓타운 큰처의 세라믹 전문 가게에 가면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그곳까지 가기는 힘들 것 같아서 그냥 호텔에서 구입하였습니다.

▲ 반얀트리 갤러리에서 구입한 향초와 향초 받침대, 그리고 오일입니다. 사진에서 포장되어있지않은 향초는 객실에 남아있던 거를 싸가지고 온 것입니다.

11:00 AM

객실로 돌아가 가방을 챙겼습니다. 아직도 안해본게 많은데 그 방을 떠난다니 아쉽더군요. 예를 들어 야외에 있는 돌로 만들어진 욕조에서 거품 목욕도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못했거든요.
아침에 호텔측에 11시 40분에 체크아웃을 한다고 했더니 그 시간에 맞춰 버기가 왔습니다. 버기를 타고 로비로 가서 체크아웃 수속을 밟고 로비에서 피피행 배의 픽업을 기다렸습니다.
12시 쯤, 우리를 부두로 데려갈 봉고차가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손님은 달랑 우리 두명이었습니다.

12:30 PM

30분쯤 달려 부두에 도착했습니다. 예상보다 너무 이른 시간에 도착했군요. 배는 1시 30분 배인데 말이죠. 피피행 배를 타는 부두가 여러개라고 알고 있는데, 저희가 도착한 부두는 굉장히 지저분합니다. 배마저도 이럴까 살짝 걱정이 됩니다. 호텔에서 배편을 예약할 때 배이름을 묻는 것을 까먹어서 어떤 배를 타고 갈지 전혀 모르는 상태였거든요. 외국인도 거의 눈에 안띄고 몇몇 태국 사람들만 있는 부두였습니다.

우리를 태워다 준 봉고 운전사가 우리를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서 기다리라고 하더군요. 돈 받는 사람이 아직 안온 것 같더군요. 그냥 멍~ 하니 앉아 있는데 점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더군요. 외국인들도 좀 보이고. 이상한 아이스박스를 들고 상인도 한명 나타납니다. 목도 말랐고, 혹시 수박주스 같은거 팔지않나 싶어서 그쪽으로 다가가 아이스박스 안을 보니 이상한 음료수 얼린걸 팔더군요(쭈쭈바 같은건데 컵에 들어있습니다). 20B 주고 사먹었는데, 맛은 별로 없었습니다.

돈 받는 사람도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계산을 할 때 피피 섬의 어디에 묵느냐고 물어봅니다. 예약한 호텔 이름(피피 프린세스)을 대니, 동그란 스티커에 Princess 라고 매직으로 적어서 우리에게 건내면서 옷에 붙이라고 하더군요. 돌아오는 배편 티켓은 구입을 안할건지 묻더군요. 배가 마음에 안들면 다른 배를 타고 돌아오고 싶었기에 구입하지 않을거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배에 탑승하게 됐습니다.

걱정과는 달리 배는 에어콘도 잘 나오고, 나름대로 깨끗한 편이었습니다. JetWave라는 배였습니다. 떠나기 전 아쿠아에서 알아봤을 때 평이 괜찮아서 제가 예약을 하려고 했던 배였는데, 이렇게 결국은 타게 되더군요. 배는 1시 45분, 푸켓을 떠났습니다.

▲ JetWave의 내부. 보기와는 달리(?) 쾌적한 편이었습니다.

3:30 PM

약 1시간 45분 정도를 항해하여 피피섬에 도착했습니다! 그동안 저희는 배안에서 자다 깨다를 반복했죠. 저는 괜찮았는데 아내는 좀 멀미를 하는 것도 같았습니다.

피피에 배가 도착한 후, 저희는 배 뒷편에 싫어둔 짐을 끌고 선착장으로 올라갔습니다. 피피 프린세스호텔에서 나온 직원이 리어카에 우리 짐을 실어두고 먼저 호텔로 가라고 하더군요. 생전 처음 보는 사람에게 우리 짐을 맡기고 가는게 약간 불안했으나, 그냥 호텔로 걸어갔습니다. 선착장 주위에는 바이킹 식당의 광고 전단을 나눠주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어쩌면 저녁 식사를 하게 될지도 모를 식당이라서 광고 전단을 잘 받아두었습니다.

일단 선착장 앞의 세븐일레븐에서 생수 한병과 컵라면 2개를 샀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희는 점심도 안먹은 상태였습니다(돌아와서 생각해보니 신혼여행 가서 점심을 제대로 먹은 적이 한번도 없더군요.) 컵라면의 종류가 다양했는데, 대충 그림을 보고 2개 골랐습니다. 카운터에서 ‘젓가락은 어디있나요?’라고 물었는데, 카운터의 아가씨, 영어를 전혀 못알아 듣습니다. 손가락을 젓가락 모양으로 만들어 어디있냐고 물었더니, 매점 안쪽을 가리키네요. 가봤더니 뜨거운 물을 붓는 기계만 있고 젓가락은 없었습니다. 뭐 어떻게든 먹겠지, 란 생각에 세븐 일레븐을 나섰습니다.

아쿠아에서 출력해간 지도를 보며 호텔을 찾아갔습니다. 선착장에서 똑바로만 주욱 가니 호텔 로비가 나오더군요. 호텔 자체에 기대를 별로 안했는데, 로비는 나름대로 깔끔하더군요. 우리는 소파에 앉고 호텔 직원은 무릎을 꿇은채로 체크인을 했습니다. 간단한 웰컴 드링크와 함께 말이죠. 체크인을 하며 몇가지 주의 사항을 직원이 알려줍니다.

  • 아침은 7시부터 10시까지 제공된다. 체크인 시 주는 카드를 꼭 가지고 가라.
  • 해변에 놓인 비치 의자에는 앉지마라. 호텔의 의자가 아니다. 앉으면 40B(불확실 -_-;)를 내야 한다.
  • 체크아웃시간은 오전 11시다. 등등…

그리고 우리를 데리고 우리의 방갈로로 안내합니다. 호텔 직원이 친절하기는 한데, 방콕이나 푸켓에서 느꼈던 그런 황공할 정도의 친절함은 아니었습니다. 역시 고급 호텔의 직원들이 서비스 정신이 더 투철한걸까요?

피피 프린세스 호텔은 해변을 따라서 방갈로가 주욱~ 놓여져 있습니다. 저희 방갈로는 해변에 바로 인접한 방갈로는 아니고 그 바로 뒷줄 정도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그래도 해변까지는 걸어서 1분도 안걸리는 위치)

방갈로의 실내는 굉장히 좁았습니다. 아마 서울-방콕-푸켓에서 계속 스위트룸에 묵어서 그렇게 느껴진것 같습니다. 호텔방에 대해서 별로 기대는 안했는데(고급스러움을 바라고 예약한 호텔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럭 저럭 괜찮았습니다. 아주 깔끔하거나, 그런 방은 아니었지만요.
방의 에어컨과 화장실의 물이 연결되어 있어 에어컨을 켜야지 뜨거운 물이 나온다는 설명을 합니다. 나중에 방에 비치된 호텔 안내서를 보니(저는 꽤 열심히 호텔 안내서를 읽는 편입니다),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방갈로의 에어컨을 켤때 나오는 열로 물을 데운다고 나와있네요. 그래서 에어컨을 켠지 30분 정도 지나야지 방이 시원해지고, 물도 뜨겁게 나온다고 나와있습니다. 물은 수압이 좀 약했지만 잘 나오는 편이었습니다.. 조금 짠맛이 났지만. ^^; 호텔 직원이 우리에게 돌아가는 배편은 예약을 했냐고 묻더군요. 아직 안했다고 하니깐 자기들이 예약을 해줄 수 있다고 해서 푸켓행 오후 배편의 예약을 부탁했습니다.

대충 짐을 풀어놓고 세븐일레븐에서 사온 컵라면을 먹을 궁리를 합니다. 방에 비치돼 있는 무료 생수를 화장대 위에 있는 포트에 다 부어넣고 끓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젓가락이었습니다. 젓가락 대용으로 쓸 수 있는 긴 막대기나, 혹은 포크라도 없나, 하고 방 구석구석을 열심히 찾아봤는데 쓸만한 막대기도 없고, 포크도 없더군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티스푼으로 떠 먹어야겠다 생각하고 컵라면을 뜯는순간, 삽질이란 이런 것이다란 걸 절실히 느꼈습니다. 컵라면 안에 플라스틱 포크가 접혀져 들어있는 것이었습니다. 다른분들은 저희같은 실수 하지 마시길…

▲ 젓가락 대용품이나 포크를 방에서 찾다가 지쳐 뜯은 컵라면 안에는 이렇게 생긴 포크가 들어있었습니다.

두개 중 하나는 톰양꿍 맛이고, 또 다른 하나는 무슨 맛인지 까먹었는데, 톰양꿍 맛보다는 다른 맛의 라면이 더 맛있었습니다.

5:00 PM

간단히 배를 채우고 피피 구경을 나섰습니다. 인적이 드문 반얀트리 안에 콕 박혀있다가 왁자지껄한 피피로 오니 기분이 상쾌해지더군요. 우리 방갈로에서 해변을 따라 로비 -> 선착장 -> 톤사이마사지 -> 레게바 -> 찰리스 방갈로 -> 다시 우리 방갈로 정도의 코스로 피피 중심가를 구경했습니다. 선착장 부근에서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가 있어서 들어가 먹었는데, 다녹은 아이스크림을 콘에 퍼주더군요. 가게 안은 에어콘이 나와서 시원했지만 아이스크림은 꽝이었습니다.

거리엔 온통 서양 사람들이었습니다. 골목의 어떤 바 입구에 “레알 마드리드 vs 유벤투스”의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밤 1시에 중계한다고 써붙여놨더군요. 피피에서 그런 빅 경기를 축구를 좋아하는 서양 사람들과 함께 보는 것도 멋진 추억일 것 같아서 아내에게 “우리 이거보러 오자!”라고 했더니 “방에서 보면 안돼?”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안보기로 했습니다.

▲ 방갈로 앞 로달람베이에서.

7:30 PM

피피를 한바퀴 도느라고 더위에 지친 몸을 방갈로의 에어컨으로 식히고 저녁 식사를 하러 나갔습니다. 어딜 갈까 하다가 톤사이시푸드에 가기로 했습니다. 이른 시간은 아닌데 사람들은 별로 없더군요. 해변과 맛닿아 있는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이것저것 시켜서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좀 많이 시킨 것 같더군요 ^^;

바비큐 랍스터, 마늘과 튀긴 새우, 칠리 크림 소스(간장같음)에 조린 게, 닭고기 카레, 그리고 맥주, 쥬스 3잔을 배터질때까지 먹고 마셨습니다(총 1130B). 마늘과 튀긴 새우가 제 입맛에 딱 맞더군요. 달짝찌근한 소스에 찍어 먹으니 맥주 안주로 딱이었습니다.

음식도 맛있었고, 해변에 인접한 테이블의 분위기도 좋았는데, 문제는 모기더군요. 웨이트리스에게 혹시 모기약 없냐고 물어봤더니, 한참 찾으러 다니더니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식사를 마치자마자 식당을 나서야만 했습니다.

▲ 톤사이시푸드에서

9:00 PM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갔습니다. 모기 걱정에 리셉셔 데스크에서 방에 뿌릴 모기약 스프레이를 빌릴 수 있냐고 물었더니 직원을 보내겠다고 하더군요. 방갈로로 돌아가니 직원이 와서 모기약을 뿌려주었습니다. 방에서 잠시 있다가 바에 가기로 했습니다. 아쿠아에 나와있는 정글바, 땡땡바, 레게바 등의 설명을 읽어주고 아내에게 한군데 고르라고 하니깐 정글바를 고르더군요. 그래서 정글바를 가기로 했습니다. 저녁 식사때 모기에 고생을 했기 때문에 긴바지를 입고 양말도 신고 갔습니다.

가는 도중 카바나 호텔도 지나갔는데, 겉보기에는 괜찮아 보이더군요. 피피호텔도 괜찮아 보였고. 바다에서는 조금 더 멀지만 더 깔끔해 보이는 것 같더라고요.

정글바는 아쿠아 설명에 나와있는 대로 꽤 인테리어에 신경을 쓴 곳이었습니다. 여기서도 해변가의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수박주스 2잔(70B * 2)를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모기가 문제가 됐습니다. 양말을 신고 긴바지를 입었더니 이제는 얼굴, 팔을 물기 시작합니다.결국 여기서도 오래 앉아있지 못하고 일어서야 했습니다.

10:00 PM

실내이고 에어컨이 나오는 바를 찾아서 걸었는데, 눈에 띄는 곳이 없더군요. 결국 방으로 다시 돌아가야 했습니다 (푸켓과 피피에서 에어컨 나오는 곳 찾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습니다. 흑흑)

다음날의 일정을 짰습니다. 체크아웃시간이 11시이기 때문에 10시에는 스노클링을 마치고 방에 들어와 샤워를 해야됐죠. 그런데 식사는 아침 7시부터 가능하니, 8시부터 스노클링을 시작하면 겨우 2시간밖에 하지 못하는 거였습니다. 뭐 어쩔 수 없었죠. 조금 더 일찍 일어나서 뷰포인트도 한번 올라갔다 내려와서 아침 식사를 하는 건 어떨까 생각도 해봤습니다. 뷰포인트를 꼭 올라가고 싶었거든요. 만약 체크아웃을 좀 더 늦게 할 수 있으면 제대로 스노클링을 할 수 있어서 로비에 문의했더니 안된다고 합니다. 대신 체크아웃후, 피피를 떠날 때까지 수영장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선심 쓰듯이 말하더군요. -_-; 저희는 수영장에 관심이 없었으므로 아무 도움이 안됐죠.

침대에 누워서 TV를 켰습니다. 스포츠 채널에선 새벽 1시 쯤 열리는 레알 마드리드와 유벤투스 중계에 앞서 이미 열린 챔피언스 리그 경기의 하이라이트를 계속 보여주고 있더군요. 이렇게 TV를 켜놓고 보다가 잠이 들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정작 본경기는 보지 못하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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