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빠리
드디어 다시 빠리다. 다시 샤를 드골 공항이었다. 우리가 예약한 호텔은 한국인이 경영한다는 “뮬랑호텔“. 서울에서 인터넷으로 그 호텔에 문의한 결과, 4명 정도가 이동할 경우는 택시를 타는게 유리하다고 해서 택시를 타고 뮬랑호텔로 향했다. 택시를 탈 때 승차거부를 좀 당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보통 빠리의 택시는 승객 정원이 3명이라고 한다. 4명이 택시에 타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한다. 또 호텔에 도착해서 돈 계산을 할 때 미터기 요금 + 드렁크에 실었던 짐의 갯수를 카운트 해서 요금을 계산했는데, ‘이거 바가지 아냐?’란 생각도 들었지만 원래 프랑스에선 그렇게 한다고 한다. 이렇게 하니 택시값이 비싸긴 비쌌다. 편하긴 했지만.
택시는 고속도로를 지나 시내로 들어섰다. 시내는 별로 깨끗해보이지 않고 어수선해 보여서 ‘에게, 북경같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 뮬랑호텔은 몽마르뜨 언덕에 위치한 작은 별 2개짜리 호텔. 카운터의 한국 아주머니가 친절히 빠리의 관광포인트를 찍어주셨다. 우리가 빠리에서 묵는 건 단 하루, 관광할 시간은 반나절밖에 없었기 때문에 이 안내가 매우 고마웠다. 일단 그 분의 충고대로 호텔 근처 상점에 가서 10장 묶음 Metro 표(지하철도, 버스도 이걸로 탈 수 있다고 한다. 10장 묶음이 조금 더 싸다고 함)를 산 후, 뮬랑 루즈 앞에서 31번 버스인가를 기다렸다. 뮬랑루즈 근처는 각종 성인쇼 공연장과 섹스샵이 있어서 버스를 기다리는 우리에게 뭔가 볼거리를 제공하였다. ^^; 버스를 타고 있으니, 개선문(생각보다 엄청 컸다. ‘문’이라기 보다는 건물이다.) 옆을 지나 사이요궁 앞에서 멈췄다. 이곳은 호텔 아주머니가 에펠탑 사진 찍는 장소라고 추천한 곳.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에펠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고, 우리도 덩달아 찰칵~.

에펠탑. 어렸을 때부터 수없이 사진과 그림으로 본 곳이지만 실제로 본 그 느낌은 뭐랄까? 정말 ‘대단하다’란 생각밖에 안들었다. 생각보다 훨씬 높고 컸다. 친구들이 에펠탑 밑에서 엘리제를 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탑 밑에서’라느 개념이 잘 안섰었는데, 여기 와서야 무슨 의미였는지 알게 되었다. 사이요 궁에서 에펠탑 아래까지 가보니 4개의 기둥 모두에 입구가 있었는데, 그 중 2개인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는 입구이고, 나머지 2개가 계단으로 오르는 입구 같았다. 우린 돈이 없기 때문에(흑흑) 계단으로 올라가는 것을 택했다. 계단으로 올라가는 것도 16FF(우리 나라돈으로 2500원 정도?)이나 했다. 4기둥 모두에 사람들의 줄이 엄청났었는데, 전 세계에서 몰려온 사람들로부터 명당 16FF(엘리베이터 타는 사람들은 돈을 더 내겠지?)씩을 받을 때 과연 이 관광 수입이 얼마나 대단할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우리나라도 어서 제대로 된 탑 하나 지어야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
하여튼 헥헥 거리며 계단을 올라 1층에 도달했다. 1층에서 빠리를 내려다 볼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식당, 우체국 같은 시설도 있었다. 그만큼 넓다는 얘기다. 에펠탑에 와서 엽서를 쓰고, 그 엽서를 에펠탑에 있는 우체국에서 보내는 그 기분, 참 째질 것이다. 여기에 우체국 만든다는 생각한 사람들 칭찬해 주고 싶다. 이 곳의 작은 상영관에서는 에펠탑에 얽힌 이야기를 영상물로 보여주고 있었는데, 에펠탑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 에펠탑의 여러 모습들 등을 보여주었다. 도대체 100년도 더 된 옛날 이런 건물을 단 2년 동안에 만들었던 그 에펠이라는 사람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지금 지을려고 해도 2년 보다는 훨씬 더 걸릴텐데 말이다. 또, 이곳에 올라와서 보니 아까 에펠탑 밑에서 생각한 우리나라도 어서 제대로 된 탑 하나 지어서 돈벌자, 라는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알게되었다. 에펠탑에서 내려다 보는 파리는 그야 말로 박물관이었는데, 사방이 문화재로 깔려 있었다. (교수님 얘기론 이태리 로마는 더 하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 탑 만들면 뭐하나, 내려다 볼게 없는데. 쩝.
시간도 없고, 더 올라갈 힘도 없어서 에펠탑을 내려왔다. 그리고 메트로(빠리의 지하철이란다.)를 타고 루브르로 향했다. 이곳의 지하철은 그냥 지하를 달리는 전기 버스열 같았다. 뭐라고 할까? ‘열차’라는 느낌은 안들었다. 폭 자체도 우리나라 지하철 보다 좁고..
루브르 메트로 역에서 내렸더니 플랫폼에 문화재가 전시되어 있다. 모조품이라고 하는데, 지하철에 이런걸 전시해 놓은 아이디어도 괜찮은 것 같았다. 메트로 역에서 나가 루브르 박물관 매표소 있는 곳으로 갔는데… 오홋.. 바로 여기가 사진에서만 보던, I.M. Pei가 디자인한 유리 피라밋의 아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포메이션 데스크에는 여러 언어로 된 팜플렛이 있었는데, 아쉽게 한글 팜플렛은 없었다. 박물관을 보느냐 마느냐 고민을 하다가, 돈도 없고(비쌌다. !.!), 시간도 없어서 안보기로 했다. 사실 난 박물관엔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상관없었다. 그래서 그 피라밋 바깥으로 나갔는데… 오호.. 거기서 본 루브르 박물관의 모습, 그 웅장함은 나를 완전히 압도했다. 그 엄청난 석조 건물, 그 정교한 장식 및 석상들. 사진을 안찍을 수 없게 만들었다. –; 낭시의 Place Stanislas에서 본 광경과는 차원이 다른 모습이었다. 북경의 자금성의 모습과도 확연히 다른 뭔가가 있었다. (돌로 만들었으니 뽀다구가 안날 수가 있나!) 루브르 앞의 튀러리 공원의 모습과 함께 진짜 완벽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꽁꼬르드 광장쪽으로 나가기 위해서 루브르를 빠져나가는데, 루브로 북쪽편의 큰 길에 나서면서 또 한번 놀라고 말았다. 오옷, 루브르 뿐만 아니라 이곳의 모든 건물이 고딕 양식의 석조 건물들이 아닌가? 양 길가로 쫘악~ 뻗은 석조 건물들에 다시 한번 압도. 감탄, 감탄, 또 감탄. 배가 고팠기 때문에 감탄을 마치고 근처의 일본 라면집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는 미리 와 있던 한국 배낭여행 학생들 4명을 만났다. (나중에 알았지만 빠리에서 밟히는게 한국 사람이었다. –;) 그곳에서 일본 된장 라면과 군만두를 먹고, 노트르담 성당을 향해 갔다. 센강변을 따라 퐁네프 다리를 건너서 갔다. 중간에 수 많은 건물들이 멋짐 그 자체였지만 목표를 향해서 꾸준히 걸었다.

그리고 노트르담. 모든 건물이 그럴 듯한 빠리에서도 유명한 관광 명소가 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건물 외벽의 정교한 조각 및, 안쪽의 스테인드 글라스. 좀 더 시간을 두고 자세히 자세히 봤어야 할 곳들을 시간이 없어 대충 대충 보고 온게 지금도 후회가 된다. “낭시, 자브뤼켄, 룩셈부르크에서 본 모든 것을 합쳐도 에펠탑 하나 만 못하다”,란 사실에 우리는 모두 공감했다. (스트라스부르의 성당은 근사했지만…) 노트르담을 보고 메트로를 타러 가는 도중엔 프랑스 영화배우 제랄드 드 빠르디유도 봤다. 검은 차가 한 대 서 있고, 차 문이 열린 채 그 곳에 영화를 찍는 카메라를 갖다 대 놓고 있어 영화를 찍는 줄 알고 달려가서, 우리끼리 “영화 찍나봐”,라고 한국말을 했더니, 앞에 서 있던 한 여자가 돌아서면서 “제랄드 드 빠르디유래요”라고 한국말로 말을 했다. –; 엄했다. 이 상황에 들리는게 한국말이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