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룩셈부르크
몇일 간의 학회가 끝나고 8월 4일, 워크샵이 열리는 룩셈부르크로 향했다. 교통은 자브뤼켄에 도착할 때와 마찬가지로 학회측에서 제공한 관광버스를 이용했다. 약 3 시간 정도가 소요된 듯 하다. 룩셈부르크에 가기 전에는 룩셈부르크가 하나의 도시 국가인 줄 알았으나, 그게 아니라고 한다. 룩셈부르크의 수도는 룩셈부르크 씨티이고, 이 수도 외에도 몇 개의 주가 더 있다고 한다. 그래봤자 작은 나라지만. ^^;
사실 룩셈부르크에 대한 정보는 거의 가지고 있지 않았다. 초,중,고등학교에서 배운 지식(이라기 보다는 상식이겠지?)정도만을 가지고 있었을까? 벨기에, 네덜란드와 함께 베네룩스 3국으로 불린다는 점 정도 말이다. 실제로 룩셈부르크에서는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지, 어떤 화폐를 사용하는지도 몰랐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서 가이드 북을 살펴봐도 룩셈부르크에 대해서 심도 있게 다룬 책은 별로 없었다. 기껏해야 유럽 전체의 가이드 북에서 한 장 정도만을 차지한 국가였다.
어쨌든, 우리는 버스를 타고 룩셈부르크 중앙 역(Gare Centrale)에 도착하였다. 자브뤼켄을 떠나기 전, 인터넷에서 우리가 예약한 호텔의 위치를 찾아봤는데, 룩셈부르크 중앙역에서 걸어서 2, 3분 정도의 거리여서, 버스에서 내린 후 길 가는 사람에게 호텔의 위치를 물었더니 대번에 가르쳐주었다. 이렇게 찾아간 호텔은 우리의 예상과 조금 틀린 곳이었다. 약간 큰 길 가에 위치한 호텔이었는데, 1층은 일반 상점이고, 호텔 로비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야 했다. 그리고 객실은 호텔 로비의 위층부터였다. 즉, 호텔이 건물의 2층부터였던 것이다. 건물 자체도 허름했고, 예약 확인을 하는데 나이가 지극한 할아버지가 안경을 쓰고 숙박계를 뒤적이며(컴퓨터가 있으되 예약 확인에는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았다!!) 생소한 동양 사람의 이름을 찾는 모습에서 뭔가 희안한 느낌을 받았다. “별 4개짜리 호텔”이 갖는 이미지와는 다른 느낌 말이다. 룩셈부르크는 원래 이런 고전틱한 도시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하여튼 방을 배정 받았고, 마음에 들지는 않았으나 그럭 저럭 쓸 만한 방이었다. 어차피 사흘 묵을 방인데 이런들 어떻게 저런들 어떻겠냐 만은.
좋았던 점은 호텔 바로 옆에 맥도널드가 있었다는 것이다. 주문이 확실하고, 바가지 쓸 일이 없는 맥도널드가 곁에 있다는 것은 웬지 위안을 주었다. 유럽와서 한번도 맥도널드에서 무엇을 사먹은 적은 없었기 때문에 그 맛있는 프렌치 프라이스를 맥도널드에서 잔뜩 먹었다. –; 역시 프렌치 프라이스는 맥도널드의 것이 최고다. –; 원래 룩셈부르크에서 사용되는 화폐는 벨기에 프랑 같았으나, 계산은 독일 돈, 프랑스 돈 모두 가능했고, 사용하는 언어도 프랑스 어, 독일어가 같이 사용되는 듯 했다. 정체성이 있을 수 없는 나라일거란 생각이 딱 들었다. 실제론 그럴지 않그럴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호텔에서도 독일 tv 방송과 프랑스 tv 방송이 모두 나오는 듯 했다. 이 곳 국민에게 “우리 나라”라는 개념은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룩셈부르크의 밤거리를 걸었다. 조금 북쪽으로 걸어 올라가자 멋진 광경을 보게 되었다. 글로써 표현하기는 쉽지 않은 광경인데, 도시의 중앙이 깊은 계곡으로 분리되어 있고, 그 계곡을 다리로 잇고 있는 것이었다. 우리가 있는 반대쪽 땅은 성벽으로 둘러 싸여져 있어서 요새의 이미지를 풍겼다. 딱! 보기에도 천혜의 요새 자리이며 전략적 요충지의 위치였다. 나중에 가이드 북에서 보니 룩셈부르크를 “북쪽의 지브롤터”라고 했다고 하는데, 정확한 별칭이라고 생각된다.

룩셈부르크에서 묵은 둘쨋 날 워크샵이 열리는 룩셈부르크 대학에 가기 위해서 버스를 탔는데, 이 때 느낀 것은 룩셈부르크 버스 기사들은 영어를 참 잘한다는 것. 버스 기사 2분에게 영어로 뭔가를 물어봤는데, 완벽한 영어로 대답해 주었다. (표본의 숫자가 너무 적지만 하여튼 이 두 케이스를 가지고 난 룩셈부르크 버스 기사들은 영어를 잘한다고 결론 내렸다.) 학회를 마치고는 걸어서 룩셈부르크를 횡단했는데, 룩셈부르크에 올 때 받은 간단한 이곳 지도에 나오는 모든 곳을 2~3시간만 걸으면 모두 갈 수 있는 듯 했다. 도시의 중심이지 시청이 위치한 Place d’Ames 광장 에는 관광객이 몰려 있었다. 특히 이 광장 주위론 식당들이 몰려 있고, 각 식당들이 내놓은 파라솔 식탁이 광장의 바깥쪽을 채우고 있었다. 대부분의 식탁은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으로 매워져 있었다. 그 식당들 중 하나를 택해서 저녁 식사를 했는데, 외야의 식탁들은 만원이어서 어쩔 수 없이 식당 안으로 들어가 식사를 했다. Chi-Chi 라는 이름의 멕시칸 음식 집이었는데, 대충 우리나라의 Chillis와 비슷한 분위기. (이름도 비슷하지 않은가!) 거기서 룩셈부르크 및 멕시코, 모두에 전혀 안어울리는 햄버거를 주문해서 먹었다. –; 가격에 비해 양이 많을 것 같다는 단순한 이유로. —

유럽에 와서 느낀 것인데, 이들은 건물 바깥에 식탁을 놓고 식사하는 것을 참 즐기는 것 같다. 자브뤼켄에서도 그랬고, 룩셈부르크에서도 그랬다. 실제로 바깥에서 식사도 하고, 술도 마셔봤는데, 답답한 실내보다는 훨씬 나은 듯 했다. 하긴, 최근 우리나라도 보니 길 거리에서 고기를 굽고 술을 마시는 곳도 많이 생긴 것 같다. 차에서 나오는 매연 때문에 별로 끌리지는 않지만.
셋째 날은 워크샵 참가할 내용이 없었기 때문에 원호와 둘이서 “룩셈부르크 Excursion”을 했다. 대충 보기로 한 곳은 지도에서 표시되어 있는 성벽 안쪽 부분. 둘이 지도에 표시된 볼 만한 곳들을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었다. 박물관이 있어서 로비까지 들어갔지만 입장료를 내야해서 관람을 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가난해.. 흑흑흑) 룩셈부르크 중심부의 동쪽편은 역시 성벽으로 둘러싸여져 있었고, 그 아래에는 강이 흐르고 있었다. 역시 천혜의 요새 지역이다. 비행기의 폭격이 없으면 점령이 불가능해 보일 정도였으니. 도시 곳곳에 설명문이 붙어 있었는데, 불어와 독어로만 되어 있어서 자세한 내용을 모르고 관광을 하게 된 것 같아 아쉬웠다. 성벽 아래쪽으로 내려가 걸어가다 보니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영상물을 관람하는 곳이 있었다. 공짜이기 때문에 줄서서 봤다. –; (앞에 줄서 있던 독일 여자한테 물어 물어 알아냈다. 도대체 영어 안내가 없는 곳이다. –;) 몇 사람 못들어갈 만한 좁은 곳에서 상영을 했는데, 관람객은 우리까지 10명이 채 안된 것 같았다. 앞서 나에게 이 공연에 대한 정보를 준 독일 여자는 나와 원호를 위해서 영상물을 영어로 상영할 것을 건의(불어, 독어, 영어, 3개국어로 상영 가능했다.)했고, 결국 우리 때문에 영어로 영상물이 상영되었다. 이 자리를 빌어 그 때 그 분들에게 감사. ^^; 그런데 이곳에서 보여주는게 룩셈부르크의 역사, 혹은 요새 룩셈부르크의 이야기.. 이런 것인 줄 알았는데, 일반적인 “성”, 혹은 “성벽”에 대한 영상이었다. 뭐, 하여튼 재미있게 봤다.
걷다보니 성벽 바깥쪽의 낮은 부분에서 성벽 안쪽의 높은 도시 중심까지 엘리베이터가 운행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 역시 공짜였다. ^^; 그래서 이걸 타고 다시 도시 중심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랬더니 별로 볼 것도 없고 해서 호텔로 돌아왔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서 가이드 북을 보니 룩셈부르크에서 볼 만한 몇 개의 장소가 있는데 많은 것을 놓친 듯 하여 아쉬웠다. 역시 여행은 준비가 중요하다.
그리고 나흘 째 되던 날, 룩셈부르크를 떠나서 빠리로 향했다. 룩셈부르크 공항은 국제공항이라고 부르기에 초라할 정도로 작았다. 진짜 작은 나라라는게 실감 났다. LuxAir라는 룩셈부르크 항공을 타고 갔는데, 비행기 자체는 우리가 처음 낭시에 갈 때 탔던 비행기보다 작았지만, 내부는 훨씬 고급스럽고 ‘비행기’ 다웠다. (이전에 탄 낭시까지의 비행기는 고속버스 다웠음) 바게뜨 빵 안에 뭐 넣은 것 주는 기내식은 똑같았지만. 낭시 갈 땐 그렇게 소중하고 고맙고도 맛있었던 그 딱딱한 빵이 별로 맛있다는 생각이 안들었던 것을 보니 유럽에서 잘 먹었거나, 빵에 질릴대로 질렸었나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