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트라스부르
자브뤼켄의 지도에 보면 몇몇 볼 만한 것이라고 표시된 랜드마크가 나오지만, 크게 볼 만한 것은 사실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학회 측에서는 학회 중의 하루를 단체 소풍날(excursion)로 배정해 놨다. 소풍 장소는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Strassbourg, 독일어로는 Straßburg)라는 도시. 역시 독일과 프랑스의 접경 지역에 위치한 도시이다. 이 곳은 자브뤼켄 보다는 볼 것이 훨씬 많다고 한다.
8월 2일, 유럽에 와서 계속 날씨가 좋았는데, 하필이면 소풍을 가는 이 날, 하늘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약속장소에서 만나 버스 5~6대를 이용해 학회 참가자들이 스트라스부르로 이동을 했다. 차로 2~3시간 갔는데, 차 안에선 버스 안에서 친해진 여러 나라 사람들끼리 여러 얘기를 하고 있었다. 난 그냥 내 친구 옆에 앉아서 잠을 자거나, 주로 친구와 얘기를 했다. 외국어를 잘하면 (혹은 붙임성이 매우 있으면) 쉽게 이런 곳에서도 사람을 사귈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버스에서 들은 바로는, 이 스트라스부르의 가장 중요한 랜드마크는 한 성당이라고 한다. 매우 높은 첨탑을 가지고 있는 성당이고, 도시 중심에 있기 때문에 길을 잃으면 무조건 그 성당 꼭대기만 바라보고 성당으로 오라고 했다.

차가 도시 근처로 접근하자 멀리서 성당의 첨탑이 보이기 시작했다. 차에서 내려 몇가지 주의 사항을 들은 후, 그 성당을 구경하러 갔다. 이 도시의 중앙에는 섬이 있고, 그 성당은 그 섬의 중심 쯤에 위치해 있었다. 전체적으로 밤색에 가까운 성당은 정교한 장식들로 장식되어 있었는데, 그 때까지 본 여느 유럽의 건축물(사실 몇 개 보지도 못했지만)보다 아름다웠다. 이 곳은 낭시나 자브뤼켄과는 달리 관광지라서 많은 관광객 상대 가계가 있었고, 살 만한 물건도 많았지만 마땅히 살 물건이 없어 구경만 하였다. 볼꺼리는 대부분 성당이 위치한 섬에 있었다. 관광 지도에서 표기되어 있던 쁘띠 프랑스(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 유산중의 하나), 구텐베르크 광장(구텐베르크가 이 도시 출신이라는 것 같다) 등을 돌아보았다. 도시 자체는 프랑스에 속하지만, 독일 에 인접해 있기 때문에 독일풍 건물도 많았다. 다행히 비는 많이 멎었었다.

오후 3시 반부터는 이 도시를 관통하는 강에서 운항되는 유람선을 타기로 되어 있었다. 방송으로 유람선의 좌우로 지나가는 명소들에 대한 설명이 영어로 이어졌는데, 안타깝게도 다 알아듣지는 못했다. 도시 중앙의 섬 주위를 한 바퀴 돈 후, 유람선은 도시의 북쪽으로 나아갔는데, 그 곳에는 유럽 연합의 기구들(Europahaus, European Parliament 등)이 있었다.
배는 다시 우리가 배를 탔던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용재형이 화장실을 가고 싶어서 우리를 안내하던 사람에게 화장실의 위치를 물었더니 그 사람은 일단 아무 식당에 들어가서, 묻는 어떠한 말에도 대답하지 않고 한국말만을 말하며, 영어/독어/프랑스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화장실을 들어가서 볼일을 보고 오라고 했다. –; 실제로 아무 문제 없이 식당의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