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고스트 – 마술 같은 화려한 시각 효과

뮤지컬 고스트에 대한 감상을 짧게 요약하자면 내가 인터미션과 공연 직후 트윗한 내용과 같다.

인터미션:

고스트 인터미션. 아니, 앙상블이 노래만 하면 가사가 하나도 안 들린다. 비디오가 100점이라면 오디오는 0점. 영어 공연이 훨씬 잘 들리는 이 사태를 어찌할꼬…

공연 직후:

뮤지컬 고스트. 아쉬운 점이 많지만 시각효과만큼은 획기적. ‘이순간’이란 곡은 딴 가사는 하나도 기억 안나지만 멜로디는 계속 흥얼거리게 되네.

여기서부터는 긴~ 내용.

뮤지컬 고스트는 2011년 영국에서 초연됐고, 2012년에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시작한 그야말로 최최최신 뮤지컬이다. 한국에선 2013년부터 한국어로 공연되고 있다. 신시컴퍼니에서 발빠르게 들여왔다. 90년대의 히트 영화 “사랑과영혼” (Ghost)을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작곡은 Dave Stewart와 Glen Ballard이고, 작사는 이 두 명과 원작 영화의 각본을 쓴 Bruce Joel Rubin. (출처: 위키피디아 뮤지컬 고스트 항목)

여러 명을 울린 로맨틱 명작을 어떻게 무대로 옮겼을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였는데, 내 느낌은 ‘글쎄’이다.

기술적으론 훌륭하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특수 효과가 무대에서 온전히 구현됐다. 마술 같은 기법을 이용했다.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 같은 특수 효과는 아주 아주 훌륭하다. 쉴틈 없이 움직이는 무대 장치와 빠른 흐름도 좋다.

대형 LED 스크린도 이 작품의 특징이다. 이 장치의 선구자(?)인 드림 걸즈에서는 대형 LED판 4개를 썼던 걸로 기억하는데, 고스트에서는 무대의 3면이 모두 LED 스크린으로 채워진다. LED 스크린을 이용한 시각 효과는 처음엔 3D 영화를 보는 것 같은 황홀감을 줬지만 (사실 스크린에 투영되는 영화와는 달리 공연은 원래 3D), 공연이 진행되면서 과하다는 느낌도 받았다.

이 공연의 단점 중 하나는 엉망인 오디오이다. 주연 배우들의 목소리가 앙상블이랑 오케스트라에 묻혀 뭐라는지 잘 못 알아듣을 정도였다. 보통 연출이 외국인일 때 이런 식으로 음향 세팅해 놓던데… 난 5열에서 봤는데 뒷 쪽에서 보면 낫다는 의견이 있긴 하더라. 노래가 나올 때 가사를 놓치지 않으려 신경을 곤두세우다 보니 많이 피곤했다.

무엇보다 아쉬웠던 건 중간 중간 괜찮은 장면에서 관객을 확 집중시켜 놓은 후 그 몰입도를 이어가지 못하는 것. 사람이 죽을 때 영혼과 분리되는 특수 효과나, 원작 영화의 대표 씬인 ‘도자기 물레’ 장면, 심령술사인 오다메를 통한 샘과 몰리의 댄스 씬 등은 참 좋았지만 그 뒤에 연결 되는 장면들에서 몰입감이 떨어졌다. 공연에 온전히 몰입하게 만드는 Jersey Boys 내한 공연을 한 번 더 볼 걸이란 생각이 들었다.

지하철 유령이 등장하는 장면은 극 전개에 꼭 필요한 내용이지만 그렇게 길어야 했는지가 의문이다. 샘이 복수를 마친 이후에는 시간에 쫓기듯 너무 급박하게 내용이 진행돼 흐름이 끊기는 점이 아쉽다.

주연인 김우형, 박지연, 이창희 배우 모두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지만 무대 위 감정선이 나에게 연결되지가 않았다. 화려한 배경과 강한 오케스트라에 배우들이 묻힌 느낌이다.

그나마 최정원 오다매는 최고. 어린 배우들 사이에서 관록있는 모습을 보여줬달까? 트위터에 뮤지컬 고스트를 보려한다는 글을 썼을 때 지인 H양이 다른 더블 캐스트 역에 대한 얘기 없이 최정원 오다메를 추천한 이유를 알 것 같다. K팝스타의 심사위원 박진영이 ‘말할 때와 노래할 때의 같은 목소리’를 강조하는데, 나도 100% 동감이다. 뮤지컬 배우는 노래를 말하듯이 할 줄 알아야 한다. 이 날의 배우들 중 최정원 오다메가 가장 거기에 가까웠던 것 같다. 공연에 개그하는 걸 굉장히 싫어하는 나이지만, 최정원 배우의 깨알 같은 개그는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가사가 잘 들리지 않았지만 처음 들어보는 고스트의 음악은 꽤 좋다. 팝 스타일이 강하다. 대표곡이라고 여겨지는 ‘Here right now’ (‘이순간’으로 번역했는데 무척 적절하다)의 멜로디가 좋고 여기저기 변주돼서 나오는 것도 좋다.

원작 영화의 대표곡인 ‘Unchained Melody’도 여전히 등장한다. 배우가 이 곡을 노래할 때도 있고, 리프라이즈되며 변주되기도 한다. 그 유명한 물레 장면에선 번역없이 음악으로만 나오는데 가사가 영어이기 때문에 가사의 내용(“Oh my love, my darling, I’ve hungered for your touch.”)과 극 중 내용이 연결 되지 못 하는 아쉬움이 크다.

여러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영상과 특수 효과 때문에 한 번은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아, 우리 와이프는 김우형 배우와 이창희 배우가 무척이나 닮아 헷갈렸다고.

2014년 2월 27일 (목) 8:00 pm
디큐브아트센터 1층 B구역 5열 13번
VIP석 인터파크 굿모닝티켓 50% 할인 65,000원

뮤지컬 고스트 넘버로 된 홍보 영상 몇 개:

Three little words (주원, 박지연): 사랑한다는 말을 안 하는 샘에게 부르는 몰리의 노래. Three little words란 아마 ‘I love you’겠지?

Here right now (주원, 아이비): 오프닝 넘버. 메인 테마의 느낌이었음.

Nothing stops another day (아이비): 샘이 죽고 쓸쓸하게 지내던 몰리의 솔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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