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저지보이스 내한 공연 – 흥겨운 노래의 옛 아이돌 그룹 이야기

2007년에 샌프란시스코에서 두 번 본 뮤지컬 저지보이스 (Jersey Boys: The story of Frankie Valli & the Four Seasons). 미국에서 봤을 때 참 좋아서 내한 공연 소식을 듣고 아내와 같이 봐야겠다 싶었다. 티켓 가격이 상당해서 고민이 많았는데 인터파크에서 이메일로 푼 50% 할인 쿠폰을 구할 수 있어 싸게 볼 수 있었다. 쿠폰을 포워딩해준 H님께 감사!

익히 알려진대로 1960년대에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포시즌스(Four Seasons)라는 4인조 그룹을 다룬 작품이다. 이 뮤지컬을 접하기 전까진 이 밴드를 몰랐지만 비틀즈 이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락밴드라는 평을 들었을 정도라니, 꽤나 알려진 밴드였나보다. 적어도 미국에선. 한국에서는 얼마나 유명세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뮤지컬을 관람하는 주 연령층들은 나처럼 이 밴드를 잘 모를 것 같다. 한국에선 티켓 판매가 쉽지 않겠다.

뮤지컬 내용으로 본 이 그룹의 역사는 참 다이나믹하다. 음악 밴드를 다룬 영화를 보더라도 밴드나 그룹이 평탄하게 지내기는 쉽지 않은가보다. 한국의 수많은 ‘아이돌’ 그룹의 이야기를 이렇게 뮤지컬로 풀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 물론 정말 스토리를 잘 써야겠지. 저지보이스는 포시즌스의 실제 이야기를 (얼마나 각색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뮤지컬에 딱 맞게 적절히 줄이고 바꾼 것 같다. 그게 훌륭한 음악에 덧붙여져 토니상을 받을 수 있게 만든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전에도 썼지만, 쥬크박스 뮤지컬을 공연 장면 위주로 만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참 재미있게 잘 만들었다. 이 작품을 보기 전에는 쥬크박스 뮤지컬은 맘마미아처럼 만들어야지 공연 장면 위주로 만들면 재미가 없을 거라 생각했었다.

이번에 한국에서 공연하는 저지보이스 투어 프로덕션은 남아공 배우들로 구성됐다. 주연 배우들은 좋았는데, 여성 3인조 그룹이나 포시즌스가 코러스를 할 때 앞에 나와서 노래하는 가수들 같은 앙상블들은 아쉬웠다. 밥 고디오는 내가 알고있는 이미지와는 조금 달라서 웃겼다. 내가 아는 밥고디오는 큰 키에 각진 얼굴인데, 내한 공연의 밥고디오는 키는 크지만 머리숱이 별로 없는 둥근 얼굴…

이번에 공연을 보면서 미국에서 공연을 봤을 때와 똑같은 부분에서 소름이 돋았다. 첫 번째이자 가장 큰 전율은 4명의 멤버가 처음 만나 밥 고디오의 “Cry for me”를 부르며 화음을 쌓을 때 느낄 수 있었다. 극중 프랭키 밸리가 자신의 가수 인생 중 가장 좋았던 때가 바로 네 명의 멤버가 모여 처음으로 노래를 맞춰봤을 때라고 했는데, 그 기분을 관객인 내가 정확히 느꼈다. 관객이 정확히 그렇게 느끼도록 연출이 된 거겠지. 두 번째는 프랭키 밸리가 부르는 “Can’t take my eyes off you”의 간주 부분에 브라스 세션이 나올 때, 세 번째는 록앤롤 명예의 전당에 오른 오리지널 포시즌스의 밸리가 과거를 회상한 후 “Who loves you”를 시작하자 멤버들이 나오며 화음을 쌓을 때이다.

연출이 세련됐다. 프랭크밸리가 팀의 빚을 갚으러 투어를 하러 다니며 노래 메들리를 부르는 장면이 있는데, 별다른 효과 없이도 프랭크밸리의 외로움과 힘겨움, 쓸쓸함이 나에게 와 닿았다. 무대 위의 배우와 내가 공감을 하게 만드는 연출. 철창 같은 무대장치만으로도 필요한 모든 걸 과하지 않고 적절히 표현한 것도 좋았다.

공연이 물 흐르듯 흘러가고 어디 하나 막히는 데가 없다. 이런 물 흐르듯한 연출은 한국 공연에서 보기가 힘든 부분이다. 이제는 좀 나아질 때가 됐는데…

공연의 흐름이 빠르다보니 저지보이스의 길고 빠른 대사들을 자막으로 보기에 쉽지 않다. 자막은 무대 양 옆의 대형 스크린, 무대 아래의 LCD 화면 4개 정도를 통해서 보여진다. 나는 1층 2열 중간 블록 측면에 앉았는데 자막 보기가 자연스럽지 않았다.

아, 그런데 중간에 티비로 포시즌스의 공연을 보여주는 장면(아래 동영상 참고)이 있는데, 화면과 실제 공연 모습이 싱크가 맞지 않았다. 미국에서 볼 때는 실제 카메라로 생중계되는 걸로 착각할 정도로 싱크가 잘 맞았는데, 내한 공연에서는 몇 초나 어긋나더라. 내가 공연을 본 날의 문제인 것 같은데, 재치있게 연출한 장면이 망가져 안타까웠을 뿐 아니라, 계속 신경에 거슬렸다.



뮤지컬 저지보이스 내한공연 프레스콜의 “Sherry”장면 (출처: 플레이디비 유튜브채널)

내가 아는 이들의 노래는 “Can’t take my eyes off you” 정도이지만 이들의 다른 히트곡들 역시 보는 재미와 듣는 재미가 있다. 사실 이 공연의 매력은 스토리보다는 바로 이런 히트곡들에 있다. 4인조 아저씨들의 깜찍한 율동과 발랄한 노래가 이 뮤지컬을 몇 번씩이나 보게 만들었다.



프레스콜 전체 요약 (출처: UPTV 유튜브채널)

2014년 1월 24일 오후 8시00분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 1층 2열 31번
VIP석, 인터파크 50% 할인 7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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