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오브라만차 – 정성화, 김선영, 이훈진 (2013년 첫공)

미치광이란 소리를 듣는 돈키호테.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며, 이룰 수 없을지도 모를 꿈을 향해 험한 길을 가는 그가 노래하는 ‘이룰 수 없는 꿈 (Impossible dream)’에선 진심이 담긴 다짐이 느껴진다.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싸움 이길 수 없어도
슬픔 견딜 수 없다 해도
길은 험하고 험해도

정의를 위해 싸우리라
사랑을 믿고 따르리라
잡을 수 없는 별일지라도
힘껏 팔을 뻗으리라

이게 나의 가는 길이요
희망조차 없고 또 멀지라도
멈추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
오직 나에게 주어진 이 길을 따르리라

내가 영광의 이 길을 진실로 따라가면
죽음이 나를 덮쳐와도 평화롭게 되리

세상은 밝게 빛나리라
이 한 몸 찢기고 상해도
마지막 힘이 다할 때까지 가리
저 별을 향하여

이런 돈키호테를 보다가 뜬금없이 내가 좋아하는 한 정치인이 떠올랐다.

한편 알돈자는 국민이다. 그가 다른 남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우리가 정치인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비슷할 것이다.

어떤 놈도 다를 게 없어.
다 똑같아, 다 똑같아.
누구든 원하는 건 하나
특별한 놈 내겐 없어
묻기도 전에 알 수 있어
당신들은 다 똑같아

돈키호테의 진심을 의심하던 알돈자였지만 함께 도적과 싸우는 과정을 거치며 돈키호테를 믿게 된다.
하지만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돈키호테를 믿고 도적떼에게 간 알돈자는,
변하지 않은 도적떼에게 뒷통수를 맞는다.
돈키호테가 사라지니 다시 도적 떼가 판을 치게되는 법.

그래서 극의 뒷 부분, 알돈자가 죽어가는 돈키호테에게 자신이 둘시네아라며 호소할 때 가슴이 먹먹했다.
도적 떼가 판 치는 세상에 돈키호테가 돌아오기를 바라는 내 마음이 합쳐지면서.

Musical Man of La Mancha, 2013

첫공이었지만 이 공연을 많이 해 본 베테랑 배우들이 많아서인지 어색함이나 미흡함이 없었다

이 공연의 정성화, 김선영, 이훈진은 나에게는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캐스트 같은 존재.
워낙 이들의 음반을 많이 들었기에 공연에서 듣는 이 배우들의 노래는 굉장히 편안했다.

정성화씨는 불편했던 레미제라블의 장발장의 옷을 벗어던지고 이 공연의 세르반테스로 훌륭하게 재탄생했다.
그리고 김선영씨는 이 날 공연의 베스트. 참 노래로 감정 전달을 잘 하는 배우다.
선영씨가 연기하는 알돈자가 나에겐 나 같은’국민’처럼 느껴져, 감정이입을 하면서 보게되더라.
훈진씨야 뭐 산초 그 자체고.

서영주 배우의 영주에게 돈키호테가 “영주는 어디있소?”할 때마다 나는 빵빵 터졌다.
예전에 볼 때보다 전체적으로 극은 좀 더 무거워진 느낌이었는데 비해 영주 역(예전엔 최민철 씨였음)은 훨씬 가벼워진 것 같다. 영주씨는 내 마음 속의 영원한 베르테르로 남아 있기 때문에 스팸어랏에서 아더왕으로 나오는 영주 배우를 보고 ‘이 배우가 이렇게 가벼워질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라만차에선 그것보다 훨씬 더, 깃털 같이 가볍다.
특히 영주 배우의 “예예예예~”는 귀에서 떠나질 않는다. 🙂

관람객 중에 큰 소리로 전화를 계속 하는 사람이 있었던 걸 제외하면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볼 때마다 다른 걸 느끼게 되는 공연.

Musical Man of La Mancha, 2013

2013년 11월 19일 오후 8시 00분
충무아트홀 대극장 1층 4열 31번
R석 CJ E&M 뮤지컬 패널 초대권

ps:

충무아트홀 1층 식당

공연장 1층에서 나 혼자 앉아 먹은 봉글레 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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