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위키드 내한 공연: 훌륭한 공연!

최근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뮤지컬인 위키드를 봤다. 호주 배우들이 호주와 싱가폴을 거쳐 한국에 들어와 하는 공연이다. 몇 년 전에 미국에서 봤을 때 한국에선 큰 인기를 끌지 못 할 걸로 예상했는데 내 예상과는 달리 작품 자체가 매력적인지, 아니면 오리지널 제작진이 만든 내한 공연이어서인지 한국에서 인기가 상당히 있다. 내가 본 금요일 저녁 공연은 극장이 꽉 찼다. 주윗 사람들도 상당히 많이 보는 걸 보면 다른 요일도 크게 다를 것 같진 않다.

Wicked in Seoul, 2012
티켓이 비싸지만 로비의 이런 데코레이션이 특별한 쇼를 보러 왔다는 느낌을 전해 줌

(이후 스포일러 있음)

잘 알려진대로 위키드는 고전(?) 동화 위대한 오즈의 마법사(The Wonderful Wizard of Oz)뒤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룬 소설 Wicked:The Life and Times of the Wicked Witch of the West를 바탕으로 만든 뮤지컬이다.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선한 남쪽 마녀와 사악한 서쪽 마녀가 주인공, 오즈의 마법사와 동쪽 마녀는 조연이다. 도로시, 양철나무꾼, 허수아비, 사자도 모두 등장한다. 오즈의 마법사에서는 사악(Wicked)했던 서쪽 마녀 엘파바와 선한 남쪽 마녀 글린다는 학창 시절 친한 친구였지만 엘파바는 독재 정권의 흑색 선전에 의해 악인으로 몰렸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이 위에 러브 스토리가 소스처럼 얹혀있다. (잠깐 딴 얘기를 하자면 난 희한하게 ‘오즈의 마법사’랑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항상 헷갈린다. 왜 그럴까?)

공연이 끝나고 물어 보니 아내는 이야기가 참 재미있는 공연이라고 했다. 나 역시 한글 자막이 있으니 미국에서 볼 때보다 더 깊이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었고 스토리가 강한 작품이라는데 동의 한다. 그 외 요소도 물론 훌륭하다. 이번 공연의 무대 장치, 배우, 연출 모두 내가 미국에서 봤던 샌프란시스코 프로덕션과 차이가 없었다. 잘 만든, 화려한 공연이다.

Wicked in Seoul, 2012
이 날의 캐스트

Defying Gravity는 진리다. 몇 번씩 본 장면이라 감탄은 줄었지만 감동은 그대로다. 글린다가 날아 오르면 내 가슴은 벅차 오른다. “중력을 거부하며”라는 이 노래는 중력을 거부하고 하늘로 날아 오른다는 의미도 있지만 나에게는 남들이 모두 하는 선택(중력)과 다른 선택을 한다(거부)는 의미로도 들린다. 온 몸에 소름이 돋는 장면이다. 이 곡이 끝나고 인터미션에 들어갈 때 아내에게 “멋지지? 하지만 이게 이 작품에서 제일 멋진 장면이야. 그리고 2막은 지루해.”라고 알려줬다. –;; 공연 시간을 잘못 알고 늦게 가는 바람에 2막만 봤다는 분을 디씨에서 봤는데,  이 작품에서 1막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그 분… 넘 안됐다. ㅠㅠ. 항상 1층 앞쪽 자리에서만 봐서 2층에서 이 장면을 보면 어떨까 궁금하다.

Defying Grafity만큼 좋아하는 For good. 서로 달랐던 엘파바와 글린다가 친구가 되면서 많이 변했음을 노래하는 이곡은 2막의 하이라이트다. 작품 전반에 걸쳐 이 두 사람의 성격 차이를 잘 묘사했기 때문에 더 감동적이었다.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뚜렷하게 표현해내는게 쉬운일은 아니다. 예를 들어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의 주인공 형제 주봉과 석봉은 성격이 다른 인물로 설정 됐지만 잘 와닿지가 않는다. 위키드에서는 여러 방법으로 이 둘의 차이를 묘사하고 있다. What is the feeling이나 Popular 같은 넘버들이 나오는 장면, 여러 설정, 대사들 – 한 예로 둘이 에메랄드시티에 처음 갔을 때 눈에 들어오는 것(엘파바는 도서관과 박물관, 글린다는 옷가계와 궁궐) -로 둘의 차이를 강조하고 있다. 심지어 둘은 고음에서 발성 방법도 다르다. 이런 성공적인 인물 묘사가 내용을 공감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몇 번 보니 예전에 눈에 안들어오던 것도 들어왔다. 첫 곡 No one mourns the Wicked에서 대중들은 사악한 마녀의 죽음에 기뻐하고 있지만 글린다의 표정은 슬픔으로 가득차 있거나… 무도회 장면은 기억이 안났던 장면인데 이번에 글린다가 엘파바 춤 따라 하는 걸 보니 참 짠 했다는…

단단한 스토리 위에서 배우들이 노래와 연기를 잘 하고, 무대 장치나 소품, 의상들도 화려해서 내가 오즈란 나라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 참 좋은 공연이었다. 자막을 불편함은 있었지만 원 가사 그대로의 라임을 살린 곡을 듣는 것은 플러스. 다만 전체적으론 몇 달 전에 봤던 앤서니랩의 Without You가 더 내 취향이라는 것. 와이프도 공감했다. 더 가슴에 와닿는 이야기여서였나?

참, 인터미션에 와이프가 극 중 금발 미녀로 나오는 글린다가 별로 안 예쁘다고 하길래 내가 “저 정도면 엄청 예쁜거다. 미국에서 볼 때는 힐러리 클린턴 같은 할머니가 글린다 역으로 나왔다.”고 해줬다. -_-; 이번 글린다를 맡은 수지(건축학개론의 그 수지 아님)양, 무척 러블리 했다~. 와이프는 엘파바를 맡은 젬마가 더 예쁘고 노래도 잘 한다고 했지만.

Wicked in Seoul, 2012
인터미션에 찍은 인증 샷

2012-06-29 오후 8:00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1층 1열 29번
R석 이지웰 10% 할인 13만원

PS: 아, 좌석은 1층 제일 앞 줄 정중앙에 가까웠는데 자막과 무대를 함께 보기에 나쁘지 않았다. 바로 눈 앞에 자막용 모니터가 있어 눈알만 살짝 움직이면 자막이 보였다.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무대 너비가 넓지 않은 편이라 무대를 한 눈에 보기에도 그다지 무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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