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Without You – 렌트 팬을 위한 공연

국내 프로덕션으로 몇 번이나 무대에 올라 왔고, 영화로도 개봉돼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뮤지컬 렌트의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캐스트(브로드웨이 첫공에서 연기한 배우)인 앤서니 랩 (Anthony Rapp). 뮤지컬 위드아웃유 (Without You)는 이 아저씨가 조나단 라슨(뮤지컬 렌트의 작곡, 작사가)과 렌트를 만들며 있던 이야기와 본인 어머니가 암으로 투병한 이야기를 엮어 만든 공연이다. 출연자는 단 한 명, 앤소니 랩 자신이다.

정말 훌륭한 공연이었다.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은데 적어보자면… 1) 이 작품에 들어간 오리지널 스코어가 별로라는 것. 렌트의 음악을 많이 갖다 쓰고 있는데, 그 외의 곡들은 별로였다. 2) 조나단 라슨의 이야기에 비해 앤서니 어머니의 이야기는 흥미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 이게 아쉬운 점의 다다.

좋았던 점은, 일단 앤서니 랩의 목소리. 이미 이 블로그에 썼던 것 같은데, 미국에 가서 뮤지컬을 볼 때 신기했던 점이 배우들의 목소리가 나에게 또렷또렷히 들린다는 것. 극장 탓인지 장비 탓인지 배우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한국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일이다. 그런데 이번 공연에서는 앤서니 랩의 음성이, 노래를 부를 때나 대사를 할 때나, 정확히 내 고막에 와서 꽂혔고 내 심장을 때렸다. 극장이 작고, 출연자가 한명이라는 영향도 있겠지만 라이브 밴드가 강렬한 사운드를 내는 순간에도 앤서니 랩의 목소리는 밴드 사운드를 뚫고 솟아났다. 노래 한 소절, 대사 한 마디 놓칠 새가 없다.

그리고 앤서니의 연기가 참 좋았다. 일인 다역을 하는 데도, 적절한 표정과 제스쳐가 배역을 딱딱 구분지었다. 참 적절히 연기한다는 느낌. 의자 두개가 고작인 무대 위에서 간단한 조명만으로 다양한 장소를 가능케 한 연출도 훌륭했다. 뮤지컬 틱틱붐이 원래는 1인극이었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아마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앤서니 랩이 혼자서 틱틱붐을 하면 어떨까란 생각도 들고…

뮤지컬 렌트의 아름다운 넘버들도 빠질 수 없는 장점이다. 비록 앙상블도 없이 앤서니 혼자 부르는 곡들이지만 가사의 진심을 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앤서니가 Without you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하지만 뮤지컬 렌트의 곡 이름이기도 하다)를 부르는데는 눈물이 주르르 흘렀음 ㅜㅜ. 앤서니가 곡을 부르기 전이나 중간에 곡에 대한 배경이나 해설을 덧붙여주기 때문에 실제 렌트 공연에서 노래를 들었을 때보다 더 가슴에 와 닿는다. 가사를 음악에 맞춰 번안해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번역해 자막으로 보여주는 형식이라 더 이해하기 좋아서 그랬을 수도 있겠다.



Youtube에서 찾은 앤서니랩의 공연 장면. 렌트의 라비보엠을 부르는 오리지널 마크의 저 목소리와 몸짓, 렌트 팬이라면 결코 놓칠 수 없을 거다.

이 공연에서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바로 토니상과 퓰리처상을 동시에 받은 뮤지컬 렌트의 뒷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 정말 드라마 같이 인생을 마무리 한 라슨의 이야기를 라슨과 함께 렌트를 만들어 간 배우의 입을 통해서 듣는다는 건 정말 굉장한 경험이다. 예를 들어 오디션 때 본 라슨의 첫 인상, Seasons of love를 처음 불러 볼 때의 느낌, 라슨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전화로 처음 듣던 순간, 아담 파스칼과 What you own을 무대에서 부르고 있는데 라슨이 쓰러져 어수선 했던 극장의 분위기 등등. 마치 DVD의 서플먼트를 보는 기분이다. 실제로 있었던 라슨과 앤서니 어머니의 죽음을 소재로 이야기 하기 때문에 렌트의 주제인 ‘더 늦기 전에 사랑을’은 더 분명하게 도드라진다.


밴드도 좋았다! 출연진의 몇 배에 이르는 규모(ㅋㅋ)의 밴드. MR을 썼다면 공연이 얼마나 밋밋해졌을까?

완전히 좋았던 공연이다. 희한하게도 다시 볼 생각은 없다. 한 번으로도 완벽 했으니까.

2012년 2월 15일 수요일 오후 8시 00분
KT&G 상상아트홀 D열 013번
특별석 여성중앙 이벤트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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