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chung's weblog

얼마 전 영어 동화책으로도 읽은 Guess how much I love you 공연 티켓이 생겨 가현이와 함께 대학로로 향했다. 유치원생 주제에 대학로라니, 출세했지!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지하철을 타고 갔는데 다행히 금방 자리가 생겨 가현이가 편하게 갔다.

대학로 한켠의 원더스페이스란 문화 공간에는 작은 극장이 몇개 들어있다. 작년인가 ‘비계덩어리’란 연극을 본 곳이 이곳의 동그라미극장이었는데 Guess how much I love you는 세모극장에서 한다. 극장 이름 참 정겹다. 대학로의 여느 소극장 같지 않게 깔끔하고. 세모극장은 참 아담하면서도 규모가 있어 요만한 공연 하기에 딱 좋겠다 싶다.

아빠 토끼와 아이 토끼가 서로 더 사랑한다고 툭탁거리는 짧은 동화책의 내용에 계절이 변하는 내용을 덧붙여 공연 시간은 약 1시간 가량이다. 동화책의 삽화가 아름다웠는데 뮤지컬의 세트나 의상 역시 아름답다. 라이브 음악 연주는 아니지만 실제로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노래를 한다. 많은 어린이 뮤지컬들에서 립싱크 하는 것과는 다르다. 어린이 뮤지컬 치곤 고급스럽단 느낌. 이런 걸 봐야지 애들 정서에 좋지 않을까 싶다.

내가 본 공연 회차는 한국어+영어 공연이라 토끼 역의 두 배우는 영어로 얘기하지만 해설자는 영어와 함국어를 섞어 말한다. 영어로 대사를 하는 토끼역의 배우들은 예상 외로 한국 배우들이다. 영국 액센트의 영어를 곧잘 하셨지만 억양이나 발음에 어색함이 없는 것은 아니다. 왜 한국어로 공연을 안하는지는 모르겠다. 한국어 공연이면 티켓이 덜 팔려서? 번안이 쉽지 않아서? 중간 중간 애들이 참여하는 시간도 좋고, 지금은 기억이 안나지만 음악들도 좋았다. 제대로 만든 어린이를 위한 공연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배경으로 자연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아빠와 아이가 서로 얼만큼 사랑하는지 말하는 동화책의 내용으로 공연은 마무리 된다. 공연 보고 나오며 울 딸도 아빠를 지구에서 달을 왔다갔다 할 만큼 사랑한다고 했지만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춥다고 징징대는 것 보면;;;; 그래도 딸과 함께 보낸 즐거운 시간이었고, 소중한 추억 하나를 만들 수 있는 자리였다.

 

2011년 1월 8일 오후 3시
원더스페이스 세모극장 1층-다구역 3열 001번
여성중앙 초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