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삼총사 – 재밌지만 가벼운


‘삼총사’는 ‘몽테크리스토 백작’과 더불어 (작가가 같다) 내가 어렸을 때 매우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책이다. 그래서 TV에서 방영한 ‘천하무적 멍멍기사‘도 좋아했었다. 동물 캐릭터 하나하나를 생생히 기억할 정도로. 스누피처럼 생긴 강아지 달따냥, 제다이 기사처럼 망토로 얼굴을 덮은 고양이 밀라디 등등.

뮤지컬 삼총사 포스터

뮤지컬 삼총사 포스터. 화려한 캐스팅.


연초부터 운좋게 초대권을 얻어 뮤지컬 삼총사를 보러 가게 됐다. 화려한 캐스트에도 불구하고 전혀 기대를 않고 갔는데, 웬걸, 꽤나 즐겁게 봤다.


Musical Three musketeers

내가 본 1월 2일의 캐스팅


남자 넷이 주인공인데, 슈퍼주니어 멤버란 선입견에 별 기대를 않은 규현(달따냥 역)이 노래를 참 잘하더라. 아무리 노래 잘하는 가수라도 뮤지컬 무대에 서면 창법이나 딕션, 연기적으로 부조화가 생기는데 그런거 전혀 못느꼈다. 장난스럽고 조금은 어리숙한 달따냥이란 캐릭터에 꽤 잘 어울렸다. 그리고 아라미스 역의 최수형씨. 이름도 몰랐던 배운데, 노래 엄청 훌륭하다. 극중에서 전직 오페라 가수로 나오는데 그 역에 부끄럽지 않게 훌륭히 노래를 하시더라. 성악 전공자인 듯(찾아보니 맞네) 오페라씬에 완전 어울림.



그에 비해 다른 두 남자, 유준상씨와 김진수씨의 노래는 실망스러웠다. 규현군과 최수형씨, 이정렬씨가 노래 할 때와 유준상씨(아토스 역)와 김진수씨(포르토스)가 노래 할 때는 수준이 다른 두 개의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ㅜㅜ 보면서 미치겠단 생각이 들 정도로. 규현-서범석-최수형-김법래 캐스트는 어떨까 막 상상하고, 흑흑. 그런데 막상 범석씨가 아토스를 맡았다면 노래야 좋았겠지만 유준상씨가 보여준 그 포스와 멋스러움은 못 보여줬을 듯 싶다. 심지어 “그래서 전설이다.”란 낯 간지러운 대사마저도 온몸에 전율이 올 정도로 멋졌다 (대사 전의 총알 막아내는 연출이 훌륭해서기도 하겠지만) 그런 포스와 노래 실력을 함께 갖춘 배우로는 초연 때의 신성우가 문득 떠오르는데 신성우의 아토스는 어땠을까?

김진수의 포르토스는 뭐 그냥 한명만 놓고 보면 예상 외로 최악은 아닌데, 규현군과 수형씨와 함께 있으면 비교 되는 건 어쩔 수 없었음. 게다가 더블 캐스팅된 배우는 내가 국내 최고의 저음 배우라고 생각하는 김법래씨!!! UN이 지정한 저음 부족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법래씨의 존재감은 무한도전의 정형돈 못지 않은 미친 존재감이라고 생각하는 나이기에 아쉬울 수 밖에. 싸나이들의 합창씬에 훌륭한 베이스가 들어가 좀 더 웅장한 화음을 들을 수 있었을걸 생각하면 아쉽기 그지 없다. 단, 법래씨가 했으면 좀 덜 웃긴 공연이 됐을지는 모르겠는데… 뭐 이미 충분히 웃기는 공연이니 진수씨 한 명 정도 없어도… -_-;;;


그 외에 리슐리에와 왕의 1인 2역을 한 이정열씨 훌륭. 여배우(백민정, 다나)에 대해선 딱히 아쉬운 생각은 안들었고. 워낙 남자 위주의 작품이라 그랬던 걸까? 목소리 좋고 노래 잘 하는 배우들이 꽤 있었지만 뮤지컬 넘버는 메인 테마곡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기억이 안난다.


Musical Three musketeers

나와는 다르게 여배우들이 마음에 안들었다는 아내


원작과 마찬가지로 꽤 재미있는 스토리라인(원작과는 좀 다른 내용인 듯)이지만 이야기 전개가 급격하게 진행되는 점도 없지 않다. 뭐 한정 된 시간에 모든 이야기를 풀어야 하는 뮤지컬이니 이해할 수 있음. 이 작품에서 가장 훌륭한 점에 칼싸움 장면을 넣고 싶다. 액션씬에서 배우들 간의 합 뿐만 아니라 칼 부딛히는 소리를 마이크로 잘 잡아 박진감 넘치는 씬을 연출한 것에 박수! 검으로 총알 막아내는 씬은 감탄 감탄!! 단, 유머코드에 너무 집착한 연출 때문에 작품이 가벼워 보이는게 단점. 나도 코미디 좋아하지만 삼총사는 정도가 좀 심하다. 무대에서 쏘리쏘리 춤이 웬말이며 관객석을 향한 낚시, 관객 손등에 키스 등은 좀 심한 이벤트. 뭐 좋아라 하는 관객도 있으니 저런 걸 하겠지만 난 반댈세. 공연이 유치해지니까.


1층 뒷열 중앙 자리는 배우들의 연기를 세세히 보기는 힘들었지만 무대를 전체적으로 보기엔 꽤 괜찮았다. 충무아트홀 대극장이 이렇게 시야나 음향이 좋았던가? 대사 하나 하나가 모두 또렷히 들려 립싱크 하나 싶을 정도로 -_-;;; 1열빠인 나도 이제 뒷자리에 앉아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공연을 올린 엠뮤지컬은 ‘마네킹‘과 ‘하루‘ 때문에 나쁜 기억만 가지고 있던 제작사인데, 이 작품 하나로 나에게 neutral한 이미지로 회복. 무대며 의상이며, 나쁘지 않았다. 이제 한국에 올라오는 공연은 대부분 기본은 돼 있다는 점이 뮤지컬 팬으로서 괜시리 뿌듯하다. 기대를 안하고 갔기에 오히려 더 괜찮게 본 것 같다. 무난히 보기에 괜찮은 작품.

2011년 1월 2일 오후 7시 00분
충무아트홀 대극장 1층 18열 18번
R석 여성중앙 미투데이 이벤트 초대권

“뮤지컬 삼총사 – 재밌지만 가벼운”의 1개의 생각

  1. 오빠의 리뷰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저는 일단 수형씨는 예전에 쓰릴미에서 봤던 그 모습보다 오늘이 더 좋았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잭더리퍼에서 폭발적인 가창력을 보여 주어 깜놀하게 했던 걸 생각했을 때 오늘의 유준상씨는 좀….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게 아닐까 하는 정도. 확실히 좀 아쉽더라고요. 사실 김법래VS김진수의 더블 캐스팅은 좀 너무 심하게 차이가 난다는 느낌이지만, 매우 개그적인 요소가 많은 뮤지컬이고 그런 개그를 주로 치는 게 포르토스라는 걸 생각하면 김진수 씨도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선.
    저는 사실 여자 배우들이 아쉬웠는데 무엇보다 다나가 너무…역량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노래할 때 호흡도 많이 달리는 데다, 목소리가 너무 걸걸해서 천사같은 아가씨에 잘 안 맞는달까. 불현듯 옥주현 언니가 생각났지만, 그건 옥주현이 잘 어울릴 거라기보다 가수 출신에 깜놀하게 만든 다른 여배우의 느낌 정도로..
    확실히 슈주 때문인지 쓸 데 없는 이벤트가 많던데, 저걸 김무열 씨나 엄기준 씨가 어떻게 소화할지 (물론 다들 팬을 많이 확보한 분들이지만) 분위기가 다를텐데 (확실히 규현은 귀엽고 서툰 달타냥 느낌이잖아요.) 좀 황당하더라고요. ㅎㅎ

    그리고 오빠가 강아지 달타냥을 기억하신다니! 완전 반가워요. 바둑이 얼굴의 달타냥이 저도 내내 생각 났거든요. 다만-_-강아지 달타냥만 생각난다는 게 문제! ㅋㅋ
    아무튼 오빠 반가웠어요! 언니께 인사를 드리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다음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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