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뮤지컬 연탄길

Musical Yontangil
프로그램/CD 매대. 사진엔 그냥 시뻘겋게만 나왔지만 연탄모양의 등이 이채롭다.

이번 겨울에 특히 많이 느꼈겠지만 길에 눈이 쌓여 얼면 사람도, 차도 막 미끌어지는 법. 요즘이야 염화칼슘을 뿌린다 하지만 옛날 골목길에는 연탄재를 뿌려 사람들이 미끌어지는 걸 방지했지. 눈길에 쓰이는 연탄처럼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뮤지컬 ‘연탄길’은 착한 사람들에 관한 착한 뮤지컬이다.

오랜만에 보는 소극장 공연인데 소극장의 장점은 역시나 배우들과 가깝다는 것. 배우들의 열정도 몸으로 느낄 수 있고 노랫소리도 와이어리스를 통해 듣는게 아니라 직접 들을 수 있다. 여럿이 부르는 떼창도 목소리 하나 하나 또렷하게 들리더라. 예전엔 영화를 상영하던 극장이어서 그런지 소극장인데도 불구하고 좌석도 편하고 앞뒷줄과 엇갈리게 배치돼 있어 시야도 괜찮은 편. (바둑판 모양으로 좌석이 배치된 코엑스 아티움은 각성해야 한다 -_-;;)

공연이 시작되고 배우들이 하나 둘씩 등장하는데, 키가 자그마한 여자 배우분(한진희씨)의 얼굴이 무척 낯익다. 분명히 무대 위에서 본 배우 같은데… 도대체 어디서 봤는지 아무리 기억을 해봐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동그란 얼굴에 큰 눈… 분명히 본 얼굴인데 기억이 안나서 환장한 상태. 공연이 진행되는 몇십 분 동안 내 기억 속을 탐색해나가다 드디어 깨달았다!!!! 어린이용 노래를 부르던 아이돌(?) 그룹 프리즈의 멤버라는 걸!!!! 우리 딸이 무척이나 좋아하던 지니(진희) 언니!!! 야후! 꾸러기 동요페이지에서 보던 이 귀여운 동안의 멤버가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기 시작했나보다. 이날 공연장에는 어린이 관객도 많았는데 가현이도 데려왔으면 진희 언니 보고 환장했을 듯. 같이 갈 사람이 없어 초대권도 한장 남았는데 말이다. ㅠㅠ. 이 배우, 역시나 이 공연에서 어린 아이 역은 도맡아 맡는다. 다른 공연에서도 어린 소녀 역이 필요하다면 이만한 배우가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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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에서 ‘한진희’씨가 바로 그 동안의 배우.
이 사진 말고 실물을 봐야 최강 동안임을 실감한다 -_-;

반가운 얼굴을 본 놀라움에서 다시 공연 얘기로 돌아오자면, 이 공연은 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데 이런 식의 에피소드식 구성을 안좋아하는 나에겐 마이너스 요소였고, 착한 이야기에 별 감흥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감동을 느끼기에도 부족했다. 뻔한 이야기 전개였지만 지루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에피소드 하나 정도는 빼 2막이 짧았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뮤지컬 넘버들도 극 내용처럼 착했다. –-; 조금 더 터프한, 빠른 비트의 곡이 좀 섞여 있었음 좋았겠는데… 비슷한 템포의 곡들이지만 서로의 연관성이 부족한 것도 아쉽다.메인 넘버인 ‘연탄길’은 극 중에서도 여러번 불러 극장을 나올 때에는 흥얼거릴 정돈 됐다.

배우들의 얘기를 해볼까? 위에 언급한 한진희씨를 제외하곤 거의 처음 보는 배우들 (임선애씨 공연은 보긴 봤을텐데 기억에 없다). 공연의 중심엔 조순창씨와 임선애씨가 있다. 노틀담에서 콰지모도를 맡았다는 조순창씨의 노래 실력은 근사했고, 관록의 임선애씨는 뭐랄까, 감정을 노래로 전달하는 기교가 뛰어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라미란씨. 두번째 에피소드에서 중국집 아줌마로 나오는데 배우분께는 미안하지만 아줌마 포스가 장난이 아니다. 너무 잘 어울린다. –-; 뮤지컬 배우 중 아줌마 역에 가장 잘 어울리는 분인 듯 -_-; (PlayDB 찾아보니 나보다 어린데 ㅠㅠ) 그런 이 분이 세번째 에피소드에서 지붕뚫고 하이킥의 황정음 스타일의 대학생 역으로 나와 기절하는 줄 알았다. ㅋㅋㅋ.

집에 와서 연탄길 홈페이지에 들어가 배우들 리스트를 보니 김보강씨가 종구, 아니 J 역을 맡는다고 돼 있더라 (내가 본 공연에선 이재혁씨가 연기했음). 마리아마리아를 몇년 전에 봤을 때 김보강씨의 노래에 완전히 반했는데 이 J 역의 넘버가 거의 없어 이 분의 노래 솜씨를 발휘할 기회가 거의 없을 것 같아 과연 어울리는 배역일까 싶다.

인터미션 때 음반을 샀다. 착한 공연답게 CD 가격(8,000원)도 착하다. ^^ 그런데 모든 넘버가 다 수록되지는 않은 듯.

좀 궁상맞은 내용이 내 스타일은 아니었으나 잘 보고 왔다. 프리즈의 ‘지니 언니’를 무대에서 발견한게 수확이라면 수확? 예전에는 창작 공연을 보러가면 솔까말 수준 이하인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다 기본은 돼 있는 것 같아 뮤지컬 애호가로서 괜실히 뿌듯하다.


커튼콜. 요즘은 커튼콜 때 촬영을 허하는게 기본인가보다.
한 10초 정도 찍다가 내가 배우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밀고 있기보단
박수를 쳐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이폰을 껐다.

2010년 1월 27일 오후8시
명보아트홀 하람홀 5열 13번
미투데이 초청

“착한 뮤지컬 연탄길”의 1개의 생각

  1. 연탄길 마지막 극이 혹시 cd에 수록 되어있나요? 레몬 옐로우 나 택시 아저씨가 부르는 곡이나.
    제가 그 곡들이 필요하거든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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