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본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그리고 신시안데이

The Last 5 Years - 신시안데이
▲ 공연을 기다리며 충무아트홀 1층 기소야에서 아내

공연 후 배우와의 미팅 시간에 김아선씨가 말했 듯이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The Last 5 Years)는 참 솔직한 작품이다. 사랑을 쉽고 달콤하게만 다루고 있는 많은 뮤지컬들과 달리 이 작품은 연애와 결혼 이후의 현실에 대해 진지하고 솔직하게 접근하고 있다.

성기윤씨와 이혜경씨가 열연한 2003년의 국내 초연도 봤고 오프브로드웨이 음반도 수백번 들었지만 여전히 이 공연은 마음 편히 보기가 힘들었다. 첫째는 사랑에 대한 무거운 주제 때문일 것이고, 둘째는 시간이 두갈래로 나뉘어 반대로 흐르는 이 공연 특유의 형식 때문일 것이다.

사랑 자체도 그렇겠지만 사랑으로부터 시작한 결혼 생활 역시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서로가 끊임없이 노력해야 유지되는 것이 부부 관계다. 세상 어디에 쉬운 사랑과 삶이 있고, 누가 감히 남의 삶에 대해서 쉽게 말하고 가볍게
받아 들일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는 연예인의 결혼/이혼/사랑에 대해 함부로 말 하는 사람을 싫어한다.)

이 작품에서 두 사람 Jamie와 Cathy 중 누가 잘못했다고 쉽게 말 할 수가 없다. 연애 생활도 그렇지만 부부생활이란게 TV의 부부클리닉에서처럼 어느 한쪽이 잘못했다고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작품에서 느껴지는 불명확함은 사실적이라고 말 할 수 있겠다.

이 공연 특유의 형식. 안타깝게도 아무리 좋게 봐도 이 작품의 형식은 진지한 감상에 방해가 된다. 가슴 뛰던 연애 시절부터 가슴 찢어지는 이혼
때까지의 시간이 서로 반대로 엮이어 흐르는 바람에 장면이 전환될 때마다 무대의 분위기는 롤러코스터처럼 환희에서 절망, 그리고
다시 행복으로 바뀌는데 이에 따라 관객의 감정선도 계속 바뀌어야 하니 극에 몰입하는 것이 쉽지 않다. 나도 머릿속으론 장면의 순서를 재배치 하는 작업을 계속 하게 되더라. 물론 사랑이란게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는, 일희일비의 연속이란 관점에서는 그럴듯하지만 관객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건 분명하다.

또한 대부분의 장면에서 무대에는 한명의 배우만이 등장하여 상대방이 무대에 있는 것처럼 연기를 하는데 이 또한 관객에게 친절한 형식은 아니다. 아마 배우도 투명한 ‘동수’와 함께 연기하기 힘들지 않았을까? (이날 배우들은 이 역할을 잘 해내긴 했지만)

이날 본 프리뷰 공연은 양준모-김아선씨의 첫 공연이어서 그런지 초반에는 살짝 경직된 분위기도 느껴졌다. 하지만 공연이 후반에 들어서면서 이런 면이 사라지고 훨씬 나은 공연이 됐다. 내가 이 공연의 음반(오프브로드웨이 버전)을 들을 때 Jamie는 Rent의 Marc와 목소리가 비슷하다고 느꼈는데 양준모씨의 목소리는 이와 많이 달라서 극 초반엔 안어울린다 싶었는데 뒤로 가면서 적응이 됐다. 김아선씨 목소리는 음반의 Cathy와는 잘 어울렸던 것 같고.

사실 부족한 점도 많이 보였는데 프리뷰 첫 공연이니 그러려니 생각하고 앞으로 본공연 가면 많이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또 베테랑들 – Rent의 Marc을 맡은 적이 있는 건명씨와 믿을만한 배우 해선씨 – 의 공연도 많이 궁금해진다.

이 작품의 음악은 귀에 매우 익숙하다. The Last 5 Years 음반은 작년에 1달간 미국 출장을 가서 첫날 구입한 것으로 1달 내내 차에서 들으며
다녔다. 출퇴근 시는 물론이고 생전 처음 가보는 산 속 동네로 깜깜한 밤에 드라이빙을 할 때도, 뮤지컬을 보러 샌프란시스코로 1시간 넘게 운전을 할 때도 홀로 차 안에서 듣던 음악이다. 오랜 시간 가족과 떨어져 외롭게
일했을 시절에 들은 음악이라 이 작품의 음악을 들으면 그 당시의 쓸쓸함이 몸에 스며든다. “Moving to fast”같이 신나는 노래를 들을 때마저도. 덕분에 이 공연에서 느끼는 씁쓸한
감정은 배가됐다.

무대는 2003년과 많이 바뀌었더라. 두개의 큰 벽장(?)만 있는 단촐한 무대로 요즘 소극장뮤지컬에서도 보기 힘든 가난해(?) 보이는 무대였다. 특히 유이한 무대 장치라고 할 수 있는 큰 벽장의 표면은 마치 골판지처럼 보여 비용절감을 위해 박스를 뜯어 만들었나 싶었을 정도. 🙂 공연도중 맥가이버칼처럼 이리 저리 변하던 그 벽장들. 표면만 좀 바꿔봤으면 좋겠다. 요즘 시트지로 가구 리폼하는 사람들도 많던데.


▲ 골판지 느낌의 벽장 표면. (C) 뉴시스.

이 공연은 ‘신시안 데이’란 행사의 일환으로 보게 된 것인데 공연 전에는 박명성 극단대표와 첫연출을 맡은 박칼린 감독이 인사를 했다. 박명성 대표의 인삿말은 굉장히 길었는데 사실 꽤 감명 깊게 들었다. 박명성표 “Impossible Dream”이라고 할까? 사회를 맡은 김호영씨는 길다고 핀찬을 줬지만 말이다. 이런 행사에서 인삿말에 감흥을 받는 건 흔한 일이 아닌데 말이다.  공연 뒤에 이어진 배우들과의 미팅보다 이 인삿말이 훨씬 더 기억에 남았다.

2003년에 처음 볼 때보단 이번에 두번째로 봤을 때가 Jamie와 Cathy 부부를 훨씬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었다. 세번째 본다면 완전히 공감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ps:
배우와의 미팅 시간에 배우들 나이 얘기가 나왔다. 건명씨와 호영씨가 10살 차이 고등학교 선후배 관계고 양준모씨가 호영씨보다 2살 많다는 이야기. 그 얘기를 듣자마자 ‘건명씨가 황현정씨(이번 공연에 안무 맡으셨더라. 포스터에서 이름 보고 반가웠음!)와 대학 동기인데 황현정씨가 73년 2월 생이니 건명씨는 72년 생, 호영씨는 82년 생이군. 그러면 양준모씨는 80년 생이군. 그리고 건명씨가 동북고등학교 나왔으니 호영씨도 동북고등학교 나왔나보네’란 생각이 머릿속으로 파파팍 드는 걸 보고 ‘게으른 팬이지만 이런 trivia를 아는 걸 보니 내가 황현정씨 팬은 맞군’이란 생각을 했다. 🙂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프리뷰
2008년 11월 25일 저녁 8시, 충무아트홀.
양준모, 김아선씨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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