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학회 참석기 – 1일:출국


▲ 숙소 (Hotel Barcelo Atenea Mar) 앞에서

지난 21일 오전 9시 45분발 에어프랑스를 타고 인천을 떠나 바르셀로나로 향했습니다. 함께 비행기를 탄 사람은 연구실 동료인 희철이와 도길이, 그리고 서강대에서 자연어처리를 하는 고영중박사였습니다. 모두 같은 학회를 가는 사람들이죠. 조금 늦게 체크인을 하는 바람에 희철이 도길이와는 떨어져 앉게 되었고, 고영중 박사와는 옆자리에 앉았습니다.


바르셀로나에 가기 위해서는 파리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합니다. 인천-파리 구간에서 제일 흥미로웠던 사건은 제 옆에 앉은 여자분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앉았던 줄의 좌석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A B C |복도| D E F |복도| H J K
D: 그 여자분
E: 나
F: 고영중박사

이 여자분은 일행과 함게 여행을 하고 있었는데, 일행에는 할머니도 계셨고 (같은 줄 C 열에 앉음), 애들도 여러명이었습니다. 일행도 있고 제 옆자리에서 유럽여행 가이드북과 패키지일정 스케쥴을 보고 계셨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 여자분이 패키지 여행 가이드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동행인 애들이 비행기에서 까분다고 두꺼운 가이드북으로 그 애들의 뒷통수를 사정없이 내려치는 것을 보고는 여행 가이드일 것이란 생각은 지워버렸습니다. 애들이 이 여자분을 고모라고 부르는 것을 보니 친고모일까란 생각도 들었는데, 일행인 애들의 수가 너무 많은 걸 보니 친고모 같지도 않더군요.

하여튼 이분은 비행 내내 신경질을 팍팍 냈습니다. 특이하게 앞의자 뒤에 붙어있는 테이블을 펴놓고 거기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잤는데, 앞 자리에 앉은 학생이 일어나고 앉을 때마다 쾅쾅 앉아서 테이블이 마구 흔들렸기 때문이죠. 앞에 앉은 학생은 일행이 아닌 지라 책으로 뒷통수를 때릴 수 없어서 화는 쌓여만 간 듯 합니다.

이 분의 화가 폭발한건 비행기가 파리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이었죠. 일행인 애들이 입국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해야 하는데, 모르는 게 있을 때마다 이 ‘고모’한테 물었기 때문입니다. 애들로부터 같은 질문이 여러번 반복되자 애들에게 ‘너희들은 왜 이런것도 각자 알아서 못하냐’며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런데 애들한테는 이렇게 화를 내도 옆에 앉은 할머니한테는 짜증을 대놓고 낼 수가 없었기 때문에 혼자서 성질만 죽이고 있었죠. 저 짜증은 과연 어떻게 풀까 옆에서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짜증을 내며 기내에서 보라고 받았던 주간지(시사저널)를 북북 찢더군요. -_-;; 저와 고영중 박사는 그 여자분의 어마어마한 괴력에 서로 눈을 마주치며 어이없어 했습니다.


어쨌든 비행기는 무사히 파리의 샤를드골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원래 도착 예정시간은 오후 2시 40분이었고, 바르셀로나행 비행기가 떠나는 시간은 3시 40분이었습니다. 비행기가 제 때 도착했어도 1시간내의 환승은 급한 일일텐데, 비행기는 약 20분 가량 늦게 파리에 도착했습니다. 인천에서 바르셀로나행 비행기도 보딩을 같이 해놨기 때문에 우리를 놔두고 비행기가 떠날리는 없어보였지만, 뒤늦게 탑승하여 전 탑승객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는 싫어서 미친 듯이 뛰었습니다. 도착홀(A)과 바르셀로나행 비행기의 탑승홀(F)마저 달라서 셔틀버스 기다리고, 타고, 보안 검색대 통과하느라 꽤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헉헉거리며 F홀의 35번 게이트에 가서 보니 탑승을 위해 줄을 서 있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습니다. 이미 다 탑승한거겠죠. 탑승구 앞에 있는 여직원에게 급히 보딩패스를 내미니 손을 내저으며 “No”라고 합니다. 비행기가 이미 떠난걸까요?

자세히 설명을 들어보니 바르셀로나행 비행기의 출발이 연기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무도 줄을 서있지 않은거지요. 이런. -_-; 어쨌든 무사히 바르셀로나행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게 되어서 기념 사진을 한방 찍었답니다.


▲ 파리의 샤를드골공항에서 환승에 성공한 기념으로.

그리고 무사히 비행기를 타고 바르셀로나에 도착했습니다. 바르셀로나 공항의 부실한 Baggage Claim 안내 때문에 다시 한번 바르셀로나 공항을 헤맨 후 무사히 짐을 찾아 공항 밖으로 나왔습니다.


예약한 호텔명은 Barcelo Hotel Atenea Mar 입니다.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공항에서 호텔까지 가는 방법은 안내가 되어 있지 않아서 제가 미리 바르셀로나교통국(TMB; http://www.tmb.net/en_US/home.jsp) 홈페이지에서 대략의 이동 방법을 알아놨습니다. 그런데 이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자동 길찾기’를 이용하여 공항에서 호텔까지 이동하는 방법은 지하철을 2번 정도 갈아타는 방법이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공항버스 한번, 시내 버스 한번만 타면 될 것 같은데 말이죠. 확실한 지하철 타기 보다는 불확실한 제 아이디어를 따르기로 하고 (여행의 재미죠. 불확실성에 대한 모험) A1 공항버스를 탔습니다. 1명당 3.45 Euro씩 내고 공항버스를 탔습니다. 목적지는 시내 중심지인 까딸루니아 광장. 버스 스톱마다 영어 안내 방송을 했기 때문에 하차 지점을 찾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지나가다가 본 에스빠냐 광장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군요. 정체모를 높은 탑과 궁의 모습이 웅장했습니다. 몇일 뒤에 분수쇼를 보러 찾아오게 되는 곳입니다.

까딸루니아 광장에서 하차하여 인터넷에서 본 위치의 정류장으로 이동하여 41번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조금 기다렸더니 사람을 가득태운 41번 버스가 왔습니다. 1.1 Euro 씩 내고 버스를 탔는데, 자리가 없어 사람들 사이에 끼어 서서 갔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정확한 하차 지점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호텔 근처 어딘가에 내려야 하는데, 우리가 내려야할 정류장 이름을 모를 뿐만 아니라, 버스에서도 안내 방송을 하지않았습니다. 그래서 끙끙거리며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서 TMB에서 다운로드 해놨던(왜 인쇄를 안해갔던지.. -_-;) 41번 버스 노선도를 화면에 띄우고, 대충 지도에서 호텔이 있을법한 곳을 가리키며 옆에 서 있던 인텔리해 보이던 아저씨에게 물었습니다.


▲ TMB 웹사이트에서 받은 41번 버스 노선도 중 일부. 정류장 명 뿐 아니라 지도 상의 노선도 표시해주어 지도 보기를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 마음에 꼭 든다.

그랬더니 아저씨가 “여기는 종점에서 가깝기 때문에 내리지 못할 일은 없을꺼다.”란 애매모호한 얘기를 하더니, 우리 가방에 붙은 대한항공 태그를 보고 “한국사람이냐? 저런 문양(대한항공의 태극마크)을 쓰는 곳은 한국 밖에 없다. 일본, 중국은 저런거 안쓴다”란 얘기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창밖을 가리키며 지금 버스가 지나가는 곳의 설명을 해주더군요.

“이 공원 건너편에는 동물원이 있다.”
“여기는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 선수촌이었던 곳인데, 이제는 일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올림픽 전에는 아무도 살지 않던 동네였다.”
등등.

그리고는 어느 정류장에서 부인과 함께 내려버렸습니다. 우리에게 정확히 내려야할 곳은 가르쳐 주지도 않은 채 말이죠. 그래서 다시 불안해 하며 버스 창밖만 내다 보다가 호텔 예약 페이지에서 본 듯한 건물, 우리가 찾는 호텔 건물이 보였습니다. 보통 이동네는 호텔이름이 건물 꼭대기에 적혀 있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 같은데, 다행히 우리 호텔에는 꼭대기에 호텔 이름이 적혀 있었죠.


▲ 바르셀로나 지도

버스 정류장에서 호텔은 걸어서 1분 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가까웠습니다. 모던한 호텔은 예약 웹페이지에서 받았던 느낌보다 훨씬 더 좋았고요.


▲ 객실 내부


저는 희철이와 한 방을, 도길이는 고영중 박사와 한방을 쓰기로 하고, 7시쯤 저녁을 먹으러 나갔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스페인 사람들은 저녁을 밤 9시나 10시쯤 먹더군요. 한참을 헤매다가 들어간 곳에서 간단하게 햄버거로 유추되는 음식(메뉴판에 Hamburguesa라고 적혀 있었음) 과 오렌지 쥬스를 손질 발짓으로 시켰습니다.


▲ 무작정 들어간 지하철 역 근처의 한 가게에서 먹은 수제 햄버거

굉장히 느린 속도로 햄버거를 하나 하나씩 조리해서 가져왔습니다. 좀 느끼했지만 햄버거는 먹을만 했고, 특히 오렌지 쥬스는 매우 신선했습니다. 가격은 햄버거+쥬스하여 5Euro 정도.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주변의 조그만 가게에 들러 마실 물을 사고 호텔로 들어왔습니다.

호텔에 들어와서는 TV를 봤는데, 스페인답게 축구 경기 중계를 많이 해주더군요. 축구채널에선 항시 축구 중계를 해 주고, 그 외의 채널에서도 자주 축구 경기를 보여줬습니다. “스페인의 스포츠는 축구와 기타스포츠로 나뉜다”는, 예전에 학회에서 만났던 스페인 사람의 말이 기억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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