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유린타운(Urine Town)

▲ 극장 로비에 있던 유린타운으로의 표지판(?)

2002년 9월 8일 공연

뮤지컬 관련 기사에서나 보던 유린타운이란 뮤지컬이 번역되어 공연된다는 소식에도 시큰둥했던 나는 8월의 뮤지컬 페스티벌에서 잠깐 보여준 유린타운의 씬 몇개에 반해버렸다. 잠깐 들은 Run, freedom run!이나 Mr. Cladwell같은 흥겨운 노래는 가사도 모른 체 계속 멜로디를 흥얼거리게 되었다.

난 오페라의 유령 -> 캬바레 -> 젊은베르테르의 슬픔으로 이어지는 클래시컬하고(캬바레는 아닌가? –-) 침울한 분위기의 뮤지컬에 질려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코미디를 열렬히 갈망하고 있었다. 그 뒤로 본 갬블러나 웨사도리, 블루사이공도 역시 우울한 내용들 이었고. (도박하다가 사기 당해서 자살하고, 사랑하던 남자가 죽고, 월남전에서 돌아와 고엽제 후유증에 시달리는 내용이었으니.. –-)

그리고 지난 8일, 유린타운을 봤는데, 진정한 코미디 뮤지컬이었다. 내가 딱 기다리던 그런 뮤지컬. ‘정말 미치겠다.’라고 말하며 쓰러지도록 깔깔거리면서 봤다.

자유를 갈망하며 추구해 나가는 내용이었지만, 적어도 공연 중에는 진지하게 그런 내용을 고민하게조차 만들지 않는다. 끊임없이 웃긴다. ‘복사와 팩스’처럼 단순한 말로 사람을 몇번씩웃긴다. 심지어 한 청년이 투쟁과정 속에서 죽은 후, 그 청년의 유언을 여자친구에게 전하는 장면에서, 슬퍼서 눈물이 나오려는 순간, 사람을 또 웃겨버린다.

결말도 좀 황당하다. 공연 내내 자유를 외치더니, 결국 이상은 이상일 뿐이다, 라는 결말로 끝나버린다.어쩌면 그게 현실이겠지만.

장면 장면의 패러디도 웃긴다. 죽은 노인이 아들에게 나타나는 장면은 햄릿에서와 똑같다. 민중들이 독점 기업에 대해 복수를 다짐하는 장면은 웨스트사이드스토리에서 제트파가 상대편의 베르나르도를 죽인 후, 불안에 떨며 손가락을 튀기며 노래하며 춤추는 장면과 똑같다. 민중들이 악덕기업주에게 대항하는 장면은 레미제라블의 바리케이트 씬의 패러디라고 하는데, 내가 레미제라블을 안봐서 그건 잘모르겠지만, 이런 비슷한 장면 장면 하나 하나를 보는 것도 굉장히 재밌는 일이었다.

Cops’ Song이라는 곡에서 뒤에 서 있는 경찰들은 ‘풀몬티’의 한 장면을 생각나게 했고, ‘할렐루야’를 외치며 합창하는 장면은 ‘시스터 액터’와 비슷하고, 극 마지막에는 스타워즈에서 나오는 유명한 대사와 비슷한 말도 나온다. -_-; 호프를 둘러싸고 손가락을 리듬있게 튀기는 장면은 Stomp에서 성냥갑을 튀기는 장면을 떠오르게 만들었고, 호프가 계단위에서 아랫쪽의 바비를 보며 다시 만날 기회를 물어보는 장면은 영락없이 로미오와 줄리엣이었다.

내용 뿐 아니라 음악도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이다. 사실 Follow Your Heart같은 곡은 8월의 하이라이트 공연에서 봤을 땐 ‘뭐 저런 이상한 러브테마가 있나?’라는 생각을 했으나 공연 중간에 볼 때는 자연스러웠다. 대부분의 곡들이 매우 흥겨웠으며, 연주도 참 좋았다. 총 5명의 밴드였는데, 그 중 2명이 Brass악기를 연주해서 굉장히 고급스러운 느낌의 흥겨운 음악을 들려주었다. (개인적으로 Horn 소리를 좋아해서 일지도..)

‘믿음’이 가는 중후한 분위기의 배우인 김성기 씨가 나와서 “쉬를 하려며는 돈을 내야해~.”라고 저음으로 노래를 부르는 부분은 그 자체로 웃겼다. 이태원씨의 이미지 변신도 새로운 것이였지만, 역시 김성기씨의 그러한 변신이 나에게는 더 놀라움이었고, 더 큰 즐거움이었다. 김성기씨가 Cops’ Song에서 랩을 하며 춤추는 장면, 지금 다시 생각해도 웃음이 나온다. 능글 맞은 경관역을 너무 잘하셨다.

배우 한명 한명이 다 훌륭했지만, 배우들의 팀웍이 특히 돋보였던 공연이었던 것 같다. 극장 크기도 아담하고, 출연 배우의 수도 많지 않아서 배우들 한명 한명이 다 돋보였고, 이를 아우르는 어떤 응집력 같은 것이 느껴졌다. 음악과 춤은 흥겹고, 내용은 웃기니, 재미가 없을 수가 없었다. ^^

그리고 커튼콜 다 끝나고 악기를 챙기던 밴드가 관람객들의 박수에 악기를 꺼내서 다시 연주해서 너무 좋았다. 그런 흥겨운 곡이 나올 때는 어차피 커튼콜 때 일어섰던 관객들이 다 함께 춤이라도 췄으면 훨씬 더 즐거운 분위기였을텐데, 라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 5년전 쯤, Stomp가 첫 내한 공연할 때, 공연 끝나고 퇴장시 나오는 힙합 음악에 맞춰 외국인 관람객들이 제자리에 서서 몸을 흔들며 춤추는 장면을 봤는데, 그게 참 좋아보였다. 어차피 즐겁자고 뮤지컬 보러 오는거 아닌가? 🙂

오래간만에 본 내 마음에 드는 뮤지컬이었던 것 같다. CD를 구입하고 싶다. 우리나라 캐스팅의 것은 만들지 않아서 어쩔 수 없다 쳐도, 미국 오리지널 캐스팅 CD는 수입해서 공연장에서 팔면 참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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